최태원 회장 "경영환경 어렵지만 공격 투자…책임은 내가"

17일 확대 경영회의서 SK하이닉스 46억 투자계획 발표

"에너지화학·정보통신도 조속히 투자계획 만들라" 주문

SK 최태원 회장과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및 SK 주요임원들이 지난 14일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본 방향을 의논하기 위해 SK서린사옥으로 들어서고 있다.ⓒSK

“현 경영환경의 제약요건에서 과감히 탈피해 선제적으로 투자시기를 앞당기고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격적인 투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어려운 경영여건, 힘든 환경 아래 내가 앞서서 풍상을 다 맞을 각오로 뛰겠으니,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각 위원장, 각사 CEO, 그리고 전 구성원이 대동단결해서 매진해 나가야 한다.”

2년 7개월 만에 경영현장으로 복귀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각 계열사들에게 공격적 투자를 주문했다. 경영환경의 호불호를 신경쓰지 말고 책임은 자신이 질 테니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 경제 활성화에 앞장서라는 ‘특명’이다.

최태원 회장은 17일 서울 서린동 SK 사옥에서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및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정철길 전략위원장(SK이노베이션사장), 하성민 윤리경영위원장 등 7개 위원회 위원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조대식 SK(주) 사장 등 17개 주요 관계사 CEO들을 소집해 ‘확대 경영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이같은 특명을 내렸다.

최태원 회장과 수펙스추구협의회 전 멤버가 참여하는 ‘확대 경영회의’는 SK그룹이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출범한 뒤 처음 개최되는 것으로, SK그룹의 경제 활성화에 대한 강한 의지와 절박함이 담겨 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그룹의 주력 사업분야가 모두 어려운 여건이지만 어려울 때 기업이 앞장서서 투자를 조기에 집행하고 계획보다 확대하는 것이 바로 대기업이 경제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라며 투자확대를 주문했고, ‘디딤돌’과 ‘비상(飛上) 프로그램’ 같은 혁신적인 청년일자리 조기정착과 확대도 주문했다.

◇SK하이닉스 46조 투자 보고에 "에너지화학·정보통신도 투자 늘려라"

SK그룹은 이날 확대 경영회의에서 결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각 사안별 구체적인 실행안을 만들어 추진키로 했다.

최 회장은 먼저 어려운 기간 김창근 의장을 중심으로 대동단결해 노력한 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경영현장에서 떨어져 있는 동안 기업은 사회 양극화, 경제활력, 청년실업 등의 사회문제와 별개가 아니라고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육중한 책임감을 느꼈다”며 “기업인에게는 기업의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국가경제 기여가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다시 한번 마음속 깊이 새겼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광복 70년에 내가 (사면 받아)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을 이뤄온 선배세대와 국가유공자, 사회적 약자 등을 위해 기여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SK가 나름 노력을 해 왔지만, 자성할 부분도 있고, 이와 관련한 대안을 같이 고민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특히 경영위기 극복과 경제 활성화 관점에서 “현 경영환경의 제약요건에서 과감히 탈피해 선제적으로 투자시기를 앞당기고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격적인 투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정철길 전략위원회 위원장은 “장기 경영공백으로 그룹의 경영위기와 투자 위축이 심각한 상태였으나 이제는 경영공백이 해소된 만큼 국가경제 활성화와 SK그룹의 위기 극복 및 새로운 성장축 개발을 위한 투자 확대 등의 경영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라며 “우선 투자가 시급한 반도체를 중심으로 현재 건설 중인 공장의 장비투자 및 2개의 신규공장 증설 등에 46조를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재계3위 그룹으로서 국가경제 활성화를 선도하기 위해 대규모 미래 투자를 선도해 경제주체들의 심리회복,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대기업 풍토에 기여하는 SK가 되도록 주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최 회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투자 외에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분야도 빠른 시일내에 투자확대 방안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어려운 경영여건, 힘든 환경 아래 내가 앞서서 풍상을 다 맞을 각오로 뛰겠으니,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각 위원장, 각사 CEO, 그리고 전 구성원이 대동단결해서 매진해 나가야 한다”고 독려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 빠른 시일 내에 성공모델 만들라"

청년 일자리 대책과 관련된 논의도 이뤄졌다. 최 회장은 “청년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인 ‘고용 디딤돌’ 프로젝트와 청년들의 창업지원 모델인 ‘청년 비상(飛上)’ 프로그램은 대단히 혁신적인 접근으로 빠른 시일에 성공모델 만들어 확산되도록 확실히 챙겨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김창근 인재육성위원회 위원장(의장 겸직)은 “인재육성위원회의 본연 업무는 회사 발전을 위해 SK에 필요한 인재를 적재 적소에 배치하고 양성하는 것으로, 크게 보면 대한민국 성장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시키고, 국가에 공급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철학에 따라 취업 준비생과 중소기업을 연계시키는 ‘디딤돌’, 청년 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비상’같은 혁신적인 프로그램의 조기성과 창출 및 확산에 전념하겠다”고 답했다.

임형규 ICT위원회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강점인 ICT를 기반으로 국내외 기업과의 창조경제식 협업과 공격적인 투자로 ICT영토를 확장,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도록 하겠다”며 “또한 SK가 직접 지원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 뿐 아니라 타 기업 지원의 센터들과 SK, 또는 SK협력 글로벌 기업체들과 확산방안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 외에 각종 사회공헌과 관련된 제안도 있었다. 이문석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은 “광복 70년의 위대한 여정을 만들어 온 독립유공자를 비롯해 선배 세대들을 위해 기여할 방안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또한 “동반성장의 질적 업그레이드를 위해 협력업체 중 SK와 함께할 수 있는 수준이 된 기업을 대상으로 SK의 인프라를 공유하는 안을 준비하겠다”며 “심각한 사회문제인 소외계층에 대한 일자리 창출과 생활안정을 위해 사회적 기업을 업그레이드해서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성민 윤리경영위원회 위원장은 “대기업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매우 엄중한 점을 누구보다 SK가 심각하게 인식하고, SK의 경영 전장인 국내외를 막론하고 더욱 투명하고 깨끗해져야 하며, 이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게 되면 기업도 성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 SK의 윤리경영의 최종 목표는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며, 이를 위해 리스크와 컴플라이언스의 사전적인 활동 중심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의 장기 부재로 연결고리가 약해진 글로벌 네트워크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유정준 글로벌성장위원회 위원장은 “최태원 회장의 외국 유수기업 CEO, 정부 인사 등 글로벌 네트워크는 SK와 한국경제 발전에 매우 긴요하기 때문에, 조속히 회복시켜야 한다”며 “이와 함께 중국, 중동, 동남아 및 중남미 등 중점지역을 중심으로 양적, 질적 확대를 도모해, SK는 물론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의 전진기지로 만드는데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창근 의장은 “최태원 회장이 경영현장으로 다시 오게 됨은 8만 SK구성원들의 역량을 집결하고 침체됐던 조직의 활력을 불러 일으키는 계기로, 그동안 멈췄던 SK의 성장동력 발굴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며, “최태원 회장의 견인 아래, 수펙스추구협의회와 8만 구성원이 대동단결해 SK성장, 발전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솔선해 앞장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