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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빼고 다 친한 박삼구, 강덕수·임병석과는 달랐다


입력 2015.07.07 15:18 수정 2015.07.07 16:08        박영국 기자

재벌 출신 박삼구 회장, 두터운 인맥으로 위기 돌파

서민 출신 강덕수·임병석 회장, 우군 없이 위기 직면

왼쪽부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임병석 전 C&그룹 회장.ⓒ연합뉴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임병석 전 C&그룹 회장은 ‘큰 걸 삼키려다 탈 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임 전 회장은 2000년대 초중반 세양선박, 황해훼리, 필그림해운, 한리버랜드, KC라인, 진도, 우방 등 법정관리 중이거나 경영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잇달아 먹어치우며 무한확장을 시도하다 무리한 M&A 후유증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몰락했다.

강 전 회장은 2000년대 중반 범양상선과 유럽 크루즈 조선소인 아커야즈를 인수하고 중국 다롄에 대형 조선소를 건설하는 등 공격적 확장에 나섰다가 그 후유증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케이스다.

박 회장 역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 덩치 큰 매물들을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고 회사의 지배권까지 빼앗겼다는 점에서 앞서 언급된 두 인물과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회사가 위기에 빠진 이후의 행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임 전 회장과 강 전 회장은 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지배권과 경영권을 빼앗기고 비자금조성과 분식회계, 횡령 혐의 등으로 수감되는 처지에까지 내몰렸다.

반면 박 회장은 비록 그룹의 지배권은 잃었을지언정 경영권은 보유하고 있으며, 채권단으로부터 우선매수청구권을 얻어 그룹의 지배권을 되찾을 기회까지 부여받았다.

서민출신 강덕수·임병석, 자수성가해도 이너서클 진입 한계

이처럼 세 인물이 같은 위기에 처했다 다른 길을 걷게 된 배경으로는 그들의 ‘출신성분’과 그에 따른 ‘인맥’이 꼽힌다.

임 전 회장과 강 전 회장은 그들의 기업이 잘 나갈 때만 해도 서민에서 재벌로 신분상승을 이뤄낸 대표적인 인물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항해사 출신으로 30세 때 5000만원을 들고 해운중개업체인 ‘칠산해운’을 설립한 이후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한 끝에 매출 2조원에 4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C&그룹을 일궈냈다.

강 전 회장은 평사원 출신으로 STX그룹을 일으켜 ‘샐러리맨 신화’로 불리는 인물이다. 외환위기 때 자신이 다니던 쌍용중공업을 인수해 선박엔진에서 조선, 해운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스스로의 힘으로 재벌이 됐지만 날 때부터 재벌이었던 자들의 주류사회에는 끼지 못했던 게 이들의 한계였다.

재계 마당발 박삼구 회장 "동생 빼고 다 친해"

반면 박 회장은 부친인 고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로부터 사업을 물려받은 재벌 출신이다. 재벌 가문에서 태어난 덕에 상류사회 ‘이너서클’에 자동 입성해 수많은 인맥을 얻었고, 가문의 구성원들이 다른 상류층 가문과 혼인을 맺으며 인맥은 더욱 확장됐다.

박 회장의 동생인 현주 씨는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과 결혼했고, 누나인 경애 씨는 박영환 삼화고속 회장에게 시집갔다. 형인 박성용 명예회장의 장남 재영 씨는 구자훈 LIG그룹 전 회장의 3녀인 문정 씨와 결혼했다.

박성용 명예회장의 차남인 정구 씨의 세 딸을 통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가문과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 가문,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가문과도 혼맥이 연결돼 있다. 박 회장의 백부인 고 박동복 회장을 통해 LG그룹과도 먼 사돈관계다.

재계 일각에서는 박 회장과 사이가 좋지 않은 이는 친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뿐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정·관계 인맥도 화려하다. 박 회장의 장인인 이정환 씨는 한국은행, 산업은행 총재와 재무부장관까지 지낸 인물이다.

동생 종구 씨는 고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 1998년 기획재정부 정부개혁실 공공관리단 단장을 시작으로, 고 노무현 대통령 때인 2003년에는 국무조정실 경제조정관과 정책차장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와 연관된 인물까지 확장해보면, 정건용 전 산업은행 총재와 이성근 산은캐피털 사장이 아시아나항공 사외이사로, 정영의 전 산업은행 총재가 고문으로 박 회장과 연을 맺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임인택 전 건설교통부 장관,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또한 박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는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이 이사로 재임하고 있고, 이홍구 전 총리와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사를 지낸 바 있다.

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박삼구 회장의 '백기사'

이같은 박 회장의 막강한 인맥은 위기를 벗어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먼저,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워크아웃 사태 당시 박 회장에게 금호산업 및 금호타이어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장해준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강덕수 전 회장을 STX그룹의 핵심인 STX조선에서 쫓아내고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에게 제조계열사의 양대 축이었던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을 매몰차게 빼앗은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박 회장이 사재 3300억원을 털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한 대가로 우선매수청구권을 줬다지만, 김준기 회장도 사재 1000억원을 마련해 동부제철 유상증자 등에 투입하겠다는 자구계획안을 내놓았었다. 김 회장은 또 차입금 1조3000억원에 대해 개인보증을 서고, 전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등의 노력도 기울였으나 채권단은 김 회장에 대해서만큼은 냉담했다.

박 회장의 경영 복귀가 신속하게 이뤄졌다는 점도 다른 워크아웃 기업들과는 다른 경우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직전인 2009년 7월 경영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15개월 만인 2010년 11월 다시 회장으로 복귀했다.

이후 2013년 8월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 등기이사에 선임된 데 이어 2013년 11월에는 금호산업 대표이사에 올랐다. 2014년 3월에는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등기이사에 선임됐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 지분을 되찾으려 하는 과정에서도 재계의 보이지 않는 도움이 포착됐다.

지난 2월 금호산업 채권단 보유지분 57.48%에 대한 인수의향서(LOI) 접수 당시 유통, 호텔, 항공 등의 업종을 보유한 대기업들이 원매자로 물망에 올랐으나 정작 대기업 중에서는 LOI를 한 곳도 제출하지 않았다.

금호산업 계열 금호터미널 건물을 빌려 쓰고 있는 신세계가 롯데 견제 차원에서 LOI를 제출했다가 롯데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황급히 LOI를 철회하며, “앞으로도 본입찰 등 금호산업 지분 매각 과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는 해프닝도 있었다.

금호산업 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알짜 기업들이 줄줄이 딸려오는 군침 도는 매물을 국내 모든 대기업들이 일제히 외면한 배경에는 박 회장의 ‘재계 인맥’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시 유일한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던 호반건설 역시 애초에 박 회장의 ‘백기사’ 역할이 목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전국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금호산업 인수 의지를 천명했고, 본입찰에 단독 응찰했으나 당시 1조원 내외였던 예상가격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6007억원의 인수 가격을 제시하며 채권단의 입찰 의지를 무너뜨렸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을 놓고 채권단과 단독 협상을 할 기회를 얻었으며, 호반건설이 제시한 가격은 협상 과정에서 인수 가격을 낮추는 데 유리한 기준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금호산업 지분 6007억원에 인수시 빚 절반만 갚고 기업 되찾는 셈

금호산업 주주들이 금호산업 워크아웃 당시 대우건설 주식을 금호산업 주식으로 주당 6만원에 출자전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채권단 보유 지분 전체의 가치는 1조1000억원에 달한다.

박 회장이 호반건설의 본입찰 제시가격인 6007억원, 주당 3만907원에 금호산업 채권단 지분을 인수한다면 빚을 절반만 갚고 기업을 되찾는 셈이 된다. 물론 채권단은 원금의 절반만 건지고 담보를 돌려주게 되니 손실이 막대하다.

금호산업 지분 인수를 위한 자금마련에도 박 회장의 백기사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재계와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금호산업의 증손회사인 금호고속을 활용해 금호산업 지분 인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채권단 측은 금호산업 지분 매각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호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금호고속 매각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지만, 박 회장은 투자자로부터 먼저 자금을 조달한 뒤 금호산업 인수 이후 금호고속을 넘겨주는 일종의 ‘차입매수’ 방식으로 채권단의 제재를 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확실한 우군’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칸서스자산운용이 그 역할을 해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김영재 칸서스자산운용 회장과 박삼구 회장은 광주일고 선후배로 돈독한 사이로, 그동안 칸서스는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인수 때나 금호생명 매각 때 도움을 주는 등 전통적인 우군 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 인수 얘기가 나올 때마다 ‘도와주는 사람이 많다’며 자신감을 보이는데, 그만큼 믿는 구석이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 워크아웃 사태 처리 과정이나 금호산업 지분 인수 과정을 보면 재계는 물론 정·관계 곳곳에서 박 회장을 돕는 손길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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