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 동기' 김무성-이완구-안철수의 뒤바뀐 운명
안철수-이완구, 전성기 끝나고 하향세
김무성, 정치적 입지 다지면서 상향세
‘김무성, 이완구, 안철수’
얼핏 이름 세자만 두고 보면 특별한 공통점을 찾기가 힘들다. 이들은 지난 2013년 4·24 재보궐선거를 통해 나란히 국회에 들어온 ‘동기’다. 국회 입성 1년만에 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에 오르며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이들의 정치적 입지 및 주변 상황은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당 대표로서, 차기 대권주자로서 굳건하게 기반을 다져가는 것과 달리 이완구 국무총리와 안철수 의원은 정치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세 사람의 정치경력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김 대표는 정치권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5선 의원이고, 이 총리는 충남지사를 지낸 3선 의원이다. 안 의원은 제18대 대선에 출마해 돌풍을 일으켰지만 정치적으로는 신인으로 분류되는 초선 의원이다.
가장 먼저 지도부에 오르며 전성기를 연 인물은 안 의원이다. 그는 지난해 3월 민주당과의 제3지대 창당방식으로 새정치민주연합에 합류하면서 공동대표에 올랐다. 이 총리는 2개월 뒤에 만장일치 추대로 원내대표에 오르며 ‘충청맹주’로 평가받았다.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나고서야 김 대표가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로 선출됐다. 선수와는 정반대로 당 지도부에 오른 것이다.
재밌는 점은 전성기에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것도 선수와 정반대라는 것이다.
가장 먼저 전성기에서 내려온 인물은 안 의원이다. 공동대표 취임 이후 6·30 지방선거 공천 룰을 둘러싼 당내 잡음 등으로 끊임없이 리더십 부재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또 광주시장 후보로 본인의 측근을 공천하면서 ‘내 사람 챙기기’라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안철수=새정치’라는 공식마저 깨져버렸다.
안 의원은 결국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에서 11대4라는 처참한 성적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공동대표직에서 사퇴했다. 불과 4개월만에 전성기가 끝난 것이다. 이후 뚜렷한 행보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최근에는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도 같은 당 문재인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뒤쳐지면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이 총리는 지난 1월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되면서 전성기의 정점을 찍었지만 거기까지였다. 내정 이후 언론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들과 적절하지 못한 처신 등으로 당초 예상과는 달리 힘겨운 인사청문회를 치렀다.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며 힘 있는 총리의 건재함을 보여줬지만 본인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연루되면서 그마저도 무색해졌다.
특히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수차례 거짓 답변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당에서조차 ‘자진사퇴론’이 불거져 곤혹을 겪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남미 순방에서 귀국한 이후 그의 거취에 대한 결단을 내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으로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동기들이 일찌감치 전성기를 끝낸 것과 달리 김 대표는 당 대표 선출 이후 연일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당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진두지휘한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대승을 거두며 당내 입지를 다진데 이어 여권 내 차기대권주자 1위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와의 관계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6일 남미 순방을 앞둔 박 대통령의 요청으로 청와대에서 처음으로 대통령과 40분간 단독회동을 가지면서 한단계 높아진 위상을 드러낸 것이다. 다가올 4·29 재보궐선거에서 ‘성완종 리스트’라는 악재를 극복하고 선전할 경우 그의 전성기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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