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상식, '그들만의 잔치' 벗어날까
MBC '연기대상'·'연예대상' 시청자 투표로 선정
SBS 'SAF(SBS Awards Festival)' 통합 축제
지상파 방송국의 연말 시상식은 공동 수상 남발로 인해 언제부턴가 권위를 잃어갔다. 남·여 연기상은 미니시리즈·주말극·일일극 부문 등으로 나뉘었고, 대상 수상자도 두 명이나 배출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작품성은 좋았으나 시청률은 낮은 프로그램은 외면받기 일쑤였다. 수상의 기준은 해당 방송국에 기여한 공헌도와 시청률이었다.
시상식이 끝난 후 프로그램 게시판이나 온라인에서는 "방송국만 좋은 일이네", "이럴 거면 통합 시상식을 치렀으면 한다" 등의 비판적인 의견이 올라오기도 했다. 어렸을 적 가슴 졸이며 봤던 시상식은 진부하고 재미없는 행사로 전락한 것이다.
올해는 어떨까. 최근 지상파 방송국들이 발표한 연말 시상식 콘셉트에 따르면 시청자 참여를 높인 방식으로 변화를 꾀했다. 또 축제 형식을 도입한 것도 특징이다.
SBS는 연기·가요·연예 분야 시상식을 'SAF(SBS Awards Festival)'라는 통합 축제로 꾸민다. 20일부터 31일까지 12일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 C홀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시청자들이 각 프로그램 부스를 방문해 제작과정을 관람하고 스타와의 만남, 무대인사, 팬 사인회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려진다.
앞서 22일 가요대전이 가장 먼저 진행됐고, 연예대상과 연기대상은 오는 30일(오후 8시55분)·31일(미정) 열린다.
감도경 PD는 "연기대상은 드라마본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나는 연출만 할 뿐이다. 정확한 답을 드리기 어렵지만, 공동 수상을 남발은 좋아 보이지 않더라. 공동수상 없는 시상식을 만들었으면 하지만 권한 밖의 일"이라고 말했다.
심성민 PD는 "연예대상은 지난해보다 시상 부문이 줄었다"며 "공동 수상을 남발하지 않아 긴장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고 기대를 당부했다.
배우 김명민·송승헌(2008), 김남주·한효주(2010) 등 두 차례나 공동 수상을 남발해 대중의 입방아에 올랐던 MBC는 이번에 파격 변화를 시도했다. 공동 수상을 없애고 시청자들의 투표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것.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라는 게 MBC의 설명이다.
후보는 MBC 드라마 본부장, 드라마 평론가, 시청자 위원회, 탤런트협회 관계자, 대중문화 전문교수 등 전문가 집단의 평가를 바탕으로 결정된다. 이후 연기대상 생방송(30일 오후 8시55분) 중 공개된다.
MBC 드라마본부는 "대상을 비롯해 주요 수상 부문의 수상자에 공동 수상을 없앴다"며 "공정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이와 성별을 넘어 각계각층 시청자가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시상식을 만들고자 국민 결정방식을 도입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방송 연예대상(29일 오후 8시55분)도 같은 방식으로 대상 수상자를 뽑는다. MBC 관계자는 "이는 역사상 최초로 시도되는 시상식 방식이자 시청자가 직접 뽑은 대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시청자들의 참여로 더욱 풍성한 시상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청자가 주는 상인 만큼 공동 수상은 없지만 "인기 투표나 마찬가지"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KBS는 기존 방식을 유지한다. 26일 방송된 '가요대축제'는 별도의 시상식 없이 진행됐다. 연기대상(31일 오후 8시30분)과 연예대상(27일 오후 9시15분)은 큰 변화 없이 KBS 특유의 시상식 분위기로 이끌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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