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국경 봉쇄 후 지난 6일 첫 개최
관광 재개하며 '외화벌이 본격화' 신호탄
한미일, '대북제재' 유지·강화 필요성 강조
통일부 "외국인 관광 재개 의지 지켜봐야"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했던 평양국제마라톤 대회를 6년 만에 개최했다.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한 뒤 우방국 국적 소규모 단체 관광객이나 외교관 등에게만 개방했던 북한이 이번 대회를 계기로 개방 관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 이행 강화 등이 예상됨에 따라 북한의 '외화 기근'이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아져 북한 정권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외화벌이에 열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제31차 평양국제마라톤경기대회가 지난 6일 진행됐다고 7일 보도했다.
경기는 남녀 풀코스(42.195㎞), 하프(21.097㎞), 10㎞, 5㎞로 나뉘어 열렸으며 북한과 중국·루마니아·모로코·에티오피아 선수들과 "세계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 온 마라톤애호가(동호인)들이 참가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개막식은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렸으며 국가체육지도위원회 부위원장인 박정근 내각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장, 김일국 체육상 등이 참가했다.
북한은 1981년부터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태양절)을 기념해 국제 마라톤대회를 개최해왔다.
다만 지난해 4월 대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무산되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020년부터 5년 연속 대회가 열리지 못했다.
노동신문은 "신호총 소리가 울리자 출발선을 떠난 선수들과 애호가들은 제정된 주로를 따라 힘차게 달리였다"며 "개선거리·승리거리·청춘거리를 비롯한 수도의 거리들을 누벼나가는 마라손(마라톤) 선수들에게 근로자들과 청소년 학생들이 손을 흔들고 열렬한 박수갈채를 보내면서 고무해주었다"고 마라톤 당일 평양의 분위기를 묘사했다.
풀코스 경기에서는 북한 박금동(남자), 전수경(여자) 선수가 금메달을 따냈다. 에티오피아 메타페리아 베켈레 기르마(남자)와 북한의 최일경(여자) 선수가 각각 2위를 했고, 북한 전광명(남자), 에티오피아의 센베테 겔라네 불불라(여자) 선수가 3위에 올랐다.
하프 코스에서는 북한 선수들이 금·은·동메달을 싹쓸이했다.
동호인 남자 마라톤 경기에서는 폴란드 선수들이 1~3위를 모두 차지했다. 여자 경기에서는 홍콩 선수가 1위를 차지했다.
폐막식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과 애호가들에게 우승컵과 메달, 상장이 수여됐다.
고려투어스가 판매한 '마라톤 투어'는 5박 6일 동안 마라톤 대회 참가와 함께 평양 시내 곳곳을 돌아보는 관광 일정도 포함됐다.
패키지에는 옥류관, 김일성 광장, 주체사상탑, 평양 '뉴타운' 화성거리, 강동온실농장 등을 방문한다고 여행사는 안내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서방 단체 관광객의 방북을 돌연 중단한 북한이 외국인을 상대로 한 관광 상품을 다시 확대하며 본격적으로 외화벌이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한미일 외교장관이 지난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대북 제재 체제를 유지·강화할 필요성을 강조해 외화수입 손실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46개국에서 200여명 정도의 외국인 선수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본격적인 외국인 관광이 재개되는 계기가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구 대변인은 "최근 북한이 외국인 관광을 재개했다가 중단한 사례가 있다"면서도 "그런 상황에서 평양마라톤대회를 예정대로 개최한 만큼 북한 측의 외국인 관광 재개 의지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북한은 코로나 사태로 국경을 전면 봉쇄했다가 지난 2월 말부터 나선 경제특구에 서방 단체 관광객을 받기 시작했으나 며칠 지나지 않아 이를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