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안 없는 새정치, 여당-공투본 틈서 갈짓자
일부 매체 보도에 "사실 아니다"면서도 "안이냐고 묻는다면 답은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 전까지는 자당안을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공무원 노조 측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다. 여당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반대하긴 했지만, 정작 자체 방안은 없이 ‘이해 당사자 간 합의’만을 내세우며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새정치연합 공적연금발전 TF 위원장인 강기정 의원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하위직의 연금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고위직의 연금을 삭감하는 안을 유효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TF 구성 이후 이같은 방안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르면, 9급 공무원으로 입직해 재직기간 30년을 거쳐 6급으로 퇴직하는 84%의 중하위직 공무원은 현재 수준의 연금을 받고, 고액 연금자는 고통분담 차원에서 연금을 삭감해 재정안정화에 기여하도록 한다는 게 새정치연합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의 주된 목적은 자체 방안을 공개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앞서 이날 한 매체가 “새정치연합이 재직 공무원의 보험료율을 7%에서 9% 인상하는 등 새누리당처럼 ‘더내고 덜받는’ 구조의 개혁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새정치연합 측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을 하기위해 회자되는 계획 일부를 소개한 것이다.
특히 강 위원장은 “오늘 보도된 내용은 정부에 요구한 다양한 추계 자료를 자의적으로 조합한 것에 불과하다. 특정안을 확정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그렇다고 안으로 검토된 것이냐. 그것도 아니다. 모형을 만들려면 조금 과장해서 그런 안을 100개는 더 만들어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합의기구가 만들어지면 개혁안을 공개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게다가 ‘확정된 것이 아니고 단지 검토 중인 안이라는 뜻이냐’는 질문에 그는 “여러 안들이 모두 하나하나가 안이고 재정추계를 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오늘 말씀드린 안이 ‘우리당의 안이냐 아니냐’고 묻는다면 ‘안이 아니다’가 정답”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새정치연합이 자체 안을 내놓지 못하는 데는 여당과 공무원 노조 사이에서 책임을 뒤집어 쓸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세월호특별법 협상 때 유족과 새누리당 사이에 껴서 이쪽한테 맞고 저쪽한테 욕 먹었지 않느냐”며 “자체 안을 제시하면 그때부터 공투본도 여당도 우리를 압박할 텐데 섣불리 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새정치연합이 민주노총까지 끌어들여 오히려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여·야·공무원 노조 합의체 구성에 대해서도 여당이 ‘절대 불가’를 선언한 마당에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 등이 지난 27일 민주노동조합총연맹 간담회를 열고 “결코 새누리당에 양보하지 않겠다”며 대결구도에 불을 붙였다는 평이다.
실제 이날 새정치연합과 민노총 측은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 전까지는 여권의 공무원연금 개혁 시도를 막는다”는 데 합의하고 "사회적 합의기구가 구성되기 전에 개혁 일정이 잡히는 일이 없도록 하자"고 입을 모았다.
현재 새정치연합은 내년 4월경 자체 개혁안을 제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공무원연금안이 2016년부터 적용되는 법이기 때문에 2015년 4월까지만 개정하면 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정기국회 이후 4자방 국정조사와 더불어 이슈메이킹을 하자는 설도 회자되지만, 동시에 개혁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이조차도 지켜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체적으로 정한 시한인 ‘4월’마저도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을 조건으로 시간 끌기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문 위원장은 이날 민주노총 방문 간담회에서 "정부가 연말까지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밀어붙이진 않을 것 같다"며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이 해결되지 않으면 연내 처리는 물론 내년 4월로 기한을 정한 처리도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