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페이팔 카드' 맥 잘못짚은 금융당국 "문제는…"
금융위-미래부, 공인인증서 대체수단 활성화 정책 발표
전문가, 권한과 책임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 없이 활성화되기 어려워
박근혜 대통령이 '천송이 코트 구매'를 예로들어 전자상거래의 불합리한 규제를 없애라고 압박하면서 금융당국이 '한국판 페이팔 카드'를 꺼내들었다. 금융당국이 인터넷 쇼핑몰과 같은 전자상거래에서 공인인증서 외 다른 대체수단을 사용한 금융회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 5월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을 폐지했지만 대부분의 결제과정에서 아직도 공인인증서에 의존하고 있어 유인책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 결제대행사(Payment Gateway, PG)와 카드사는 이번 발표를 두고 알맹이만 빠진 반쪽짜리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공인인증서 대체수단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정부가 금융회사와 PG사 사이 '권한과 책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를 제공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날 합동브리핑을 열고 '전자상거래 결제 간편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은 "공인인증서 대체 인증수단이 폭넓게 활용될 수 있도록 대체수단 제공여부를 금융회사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폐지를 넘어 대체수단을 사용한 금융회사에 인센티브를 줘 시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정 부위원장은 비금융회사인 PG사와 관련 "'신용카드 가맹점 표준약관'을 개정해 기술력이나 보안성, 재무적 능력을 갖춘 PG사가 유효기간이나 CVC 인증정보 등을 저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드사와 가맹점이 계약을 맺을 때 사용하는 가맹점 표준약관을 보면 PG사는 약관상 카드번호를 필요에 따라 저장할 수 있다. 하지만 유효기간이나 CVC 등과 같은 핵심정보는 이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PG사는 다양한 인증수단 개발에 제약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미국의 페이팔(Paypal)이나 중국의 알리페이(Alipay)처럼 국내 PG사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비금융회사에도 금융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부호를 던지며 비판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결제시장에서 공인인증서 외 대체수단이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기술의 문제가 아닌 '불분명한 책임과 권한'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 부위원장은 이날 공인인증서 외 대체수단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 "국내 전자금융업자는 외국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한 PG사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미국의 페이팔이나 중국의 알리페이가 생길 수 있었던 것은 우리보다 IT기술이 더 뛰어나서가 아니다"라고 반박하면서 "지금까지 정부가 공인인증서를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했기 때문에 기술이 기형적으로 발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인인증서 대체수단을 키우기 위해선 정부가 결제시장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잡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드사 관계자도 "고객정보만 빠져나가도 카드사 사장이 짤리는 상황"이라며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인인증서를 의무적으로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권한만 준 것은 별실효성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손병두 금융서비스국장은 이 같은 지적에 "그동안 금융회사가 공인인증서를 (소비자에게) 사용하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공인인증서를 사용해야한다는 의무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사고유발자가 책임지는 쪽으로 시스템이 바뀌어 나갈 것"이라고 대답했다.
실제 미국 유통업체 타깃(Target)의 경우 자사 포스(POS)단말기를 통해 신용카드 결제정보가 유출된 데 따른 책임을 지고 보상에 나섰다. 금융회사가 아닌 결제시스템을 도입한 비금융회사가 책임지는 체계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발표에선 책임과 권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면서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선 사고가 터지면 강력한 제재를 받을 것이 뻔한데 급하게 대체수단을 주도적으로 앞장 설 이유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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