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혼난 ‘코리언 유럽파’ 안주하면 미래 없다
브라질 월드컵 주축 이뤘지만, 최악의 부진
험난한 행보 예고..각성하고 더 큰 미래 꿈꿔야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은 유럽파가 역대 최대 비중을 차지했다.
축구의 본고장이자 빅리그에서 활약 중인 유럽파 선수들을 다수 보유한 것을 경쟁력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월드컵에서 유럽파가 주축이 된 홍명보호는 1무 2패로 조 최하위에 그치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정작 믿는 도끼였던 유럽파들은 대다수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오히려 비주전급으로 분류된 K리거들이 대체로 유럽파보다 더 좋은 활약을 보여주며 이름값을 무색케 했다. 유럽파라는 허울 좋은 명성이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월드컵이 끝나고 유럽축구는 이제 다음 시즌을 향한 본격적인 준비기간에 돌입했다. 한국인 선수들의 거취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월드컵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유럽파들의 입지는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로서 팀 내 입지가 안정적인 유럽파는 기성용과 손흥민, 박주호 정도다. 지난 시즌 선덜랜드 임대를 통해 경쟁력을 증명한 기성용은 현재 원소속팀 스완지시티로 복귀한 상황이지만 아스톤빌라, 아스날 등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타 구단으로의 이적설이 끊임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월드컵에서의 부진에도 EPL에서 검증받은 패싱과 경기운영 능력 등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레버쿠젠의 손흥민과 마인츠의 박주호도 다음 시즌 역시 부동의 주전으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의 팀 동료인 류승우 역시 다음 시즌에는 레버쿠젠에서 좀 더 중용될 것이 기대된다. 부상으로 월드컵 최종명단에 합류하지 못한 김진수는 호펜하임 입단이 확정되며 올여름 추가된 첫 유럽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적지 않은 유럽파들이 다음 시즌 험난한 행보가 예상된다. 지난 시즌 소속팀과 월드컵에서 모두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카디프시티의 김보경과 볼턴의 이청용은 역시 2부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한다.
월드컵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주가마저 하락한 상황이라 이적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윤석영은 퀸스파크 레인저스(QPR)이 1부리그로 승격하며 한 시즌 만에 프리미어리거로 복귀하게 됐지만 지난 2년간의 모습을 감안할 때 해리 래드냅 감독 체제에서 얼마나 중용될지는 미지수다.
독일 명문 도르트문트에 입단한 지동원은 선덜랜드-아우크스부르크 시절보다 한층 수준 높은 선수들과 뛸 수 있게 됐지만 그만큼 주전경쟁의 벽은 더 높아졌다. 마인츠의 구자철과 아우크스부르크의 홍정호도 올 시즌에는 무언가 변화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면 팀 내 입지를 장담하기 힘들다.
가장 입지가 불투명한 것은 최근 아스날에서 방출된 박주영이다. 3년간 소속팀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데다 월드컵에서도 최악의 경기력을 드러내며 박주영의 주가는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터키 부르사스포르나 EPL 선덜랜드 이적설이 나오는 등 급격히 저렴해진 몸값 덕분에 여전히 관심을 가지는 유럽팀이 존재한다는 정도가 위안이다.
현재 코리안 유럽파들 중 상당수는 20대이고 이들은 4년 뒤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한국대표팀의 중추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소속팀과 런던올림픽 등의 짧은 성공이 안겨다준 자만심은 오히려 독이 된 측면이 있다. 소속팀에서도 주전 자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대표팀의 단골손님 자리를 꿰차면서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지고 일부 유럽파를 중심으로 한 ‘파벌’ 논란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왔다.
과거 박지성-이영표같이 유럽무대에서도 눈부신 업적을 쌓았고 실력과 자기관리, 인성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존경을 받았던 선배들에 비해, 지금의 한국인 유럽파들은 국내 팬들로부터도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
유럽무대에서 뛴다고 자신들이 특별한 선수가 됐다는 착각은 금물이다. 당장 지금은 스타 대접을 받을지 몰라도 축구역사에서 그 정도 반짝하다가 조용히 사라진 선수들은 헤아릴 수없이 많다. 더 큰 미래에 대한 동기부여와 책임감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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