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버럭'한 오바마, 이스라엘엔 '차분'
말레이기 피격 사실상 친러반군 소행 결론…러시아 추가 제재 물밑작업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에는 "자위권 존중, 살살 하세요"
최근 국제적으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두 가지 사안,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에 대해 ‘국제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의 모호한 태도가 빈축을 사고 있다.
19일 워싱턴포스트와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이 우크라이나 내 친(親)러시아 반군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린 상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일이 반군의 소행이라고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기자회견에서 “피격 여객기가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반군 장악 지역에서 발사된 지대공 미사일에 맞았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태도를 보면,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상황이기에 다소 조심스럽지만, 물증이 확실해지면 바로 친러시아 반군, 나아가 그 배후인 러시아를 겨냥하기 위해 칼을 갈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 3월부터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의 크림자치공화국 병합에 따른 것이다. 이후에도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며 비난을 이어왔다.
이번 말레이시아 항공기 피격이 친러시아 반군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미국이 더 큰 강도로 공세에 나설 것임은 자명하다. 이미 그 물밑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크리스 머피 미 상원 유럽소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주말에 주요 상원의원들을 만나 새로운 러시아 제재 법안 제정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으로 미국 현지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머피 위원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에 고강도 추가 제재를 할 계획이라면 의회와 한마음으로 같은 목적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의회 지원을 얻는 것도 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의 나라 일’이지만 자국의 일처럼 열성을 보이는 모습은 그동안 ‘국제경찰’을 자처해 왔던 미국의 태도 그대로다.
반면, 공교롭게도 비슷한 숫자의 사망자를 낸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살육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멘트만 내놓으며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공습을 시작한 지 11일 만에 살해한 팔레스타인인 숫자는 현지시간으로 18일 현재 299명에 달한다.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298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가자지구에 본부를 둔 팔레스타인 인권센터는 사망자 중 80% 이상이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민간인 사망 비율이 이정도라면 군대간 전투가 아닌, 정규군에 의한 민간인 살육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부상당한 팔레스타인인도 2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이전까지는 살상 대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 항공기 폭격으로 민간인 사망자 수가 많았다는 변명이라도 가능했지만, 지상군이 투입된 18일에는 탱크 포격으로 41명이 사망했으니 변명의 여지도 없다.
이날 사망자 중에는 북부 베이트 하눈에 거주하던 어린이 4명을 포함한 일가족 8명과, 가자시티 동부에 거주하는 2~13세 어린이 4명도 포함됐다.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살육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미국의 대응은 여전히 차분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자위권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는 예의를 갖춘 뒤에야 무고한 인명피해 및 사태악화 위험에 우려를 표하는 선에서 ‘면피’를 시도했다.
마치 부인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에게 경찰이 “화 내시는 건 이해하지만, 살살 하세요”라고 한마디 하고 물러서는 상황을 보는 듯하다.
이같은 미국의 이중적 태도에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비난글이 쏟아지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issu******는 “버락 오바마가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피격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는 친러시아 반군 지역에서 발사된 미사일에 격추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공습이 11일째인데 팔레스타인 희생자는 260명, 부상자도 2천명을 넘어섰으나 말이 없다”고 꼬집었다.
chom******** 아이디를 쓰는 트위터리안은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이라크를 무참히 짓밟았던 전쟁광 부시...오바마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살육을 적극 지지하는 명분도 오직 ‘테러’다. 단지 부시가 나쁜 놈이 아니었다. 미국이 지구촌 깡패국가일 뿐이다”라고 비난했다.
트위터 아이디 tjdk***는 “우크라이나 상공서 격추된 말레이시아 항공기 관련하여 러시아를 비난 중인 미국...이스라엘의 뒤를 봐주면서 그들이 가자 지구를 습격할 때 외면하는 니들이 누굴 비난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냐?”는 말로 미국의 태도를 비난했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을 계기로 가자지구에서의 살육전에 대한 비난도 더욱 거세졌다. 그들의 행위가 나치에 의한 유태인 학살, 즉 홀로코스트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트위터 아이디 bibe*******는 “도살국가 이스라엘은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되거나 그 어떤 제재도 받지 않은 놀라울 정도의 전쟁범죄 면책권을 가지고 있다...홀로코스트에 대한 보복인가?...자본주의 시대의 마지막 광기이길”이라는 글을 올렸다.
whit********는 “홀로코스트를 겪고도 지금 그들이 당한 짓을 그대로 하고 있다. 어린아이까지 죽이는 폭격인데 그 모습을 구경하며 환호하는 이스라엘”이라고 비난했다.
그밖에 “당해본 사람이 더 독하다고. 나치 홀로코스트와 이스라엘의 시오니즘은 동일선상에 놓여있다”(loi_****), “이스라엘은 과연 홀로코스트에서 뭘 배웠을까”(21gr**) 등의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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