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일측에 "아베 방북시 통보말고 협의해달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의사를 밝히면서 급진전하고 있는 북일관계에 경고 사인을 보냈다.
교도통신 등 일본 매체들은 17일 미일 관계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이용해 케리 장관이 지난 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의 전화통화에서 일본의 대북 접근을 견제했다고 보도했다.
케리 장관은 아베 총리가 북한을 방북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계획을 억제하기 위한 한미일 공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만약 아베 총리가 방북을 고려한다면 방문 직전 미국에 통보하는 대신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국이 인도적인 차원에서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에는 동의하면서도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 움직임에 침묵하는 일본에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다.
더구나 북한 내 일본인 납치자 조사는 사실상 종결됐다고 보는 것이 맞는데도 아베 총리가 북한을 방문하면서까지 이를 정치 이슈화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보는 미국 정부의 의견 표명이기도 하다.
사실 일본은 지난 5월29일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합의를 하고 이달 초 일부 대북제재 조치를 해제시켰다. 하지만 북일 간 합의 내용에 북한의 핵 미사일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은 점에서 자칫 북한에 그릇된 신호로 비춰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사실상 북한의 대남공작선인 만경봉호 입항금지 조치를 해제하고, 아베 총리가 북한을 방문하는 등 밀착행보를 보일 경우 사실상 일본이 북한카드를 한국과 중국은 물론 미국에 대한 견제용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판단도 나올 수 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금 북미 간 대화가 거의 끊어져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계속되고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은 점점 어려워질테니까 나름대로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 태도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총리와 북한에 대한 접근법이 다른 만큼 미국도 북한의 핵미사일과 관련해서는 일본에 견고한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고이즈미 총리와 2014년 아베 총리는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도 있지만, 양 총리의 대북 접근법은 분명 달랐고, 당시와 지금의 미일 양국 최고지도자 간의 신뢰 정도도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조 교수는 “다만 지금 미일동맹 강화라는 차원에서 집단자위권 행사 등 일본이 훨씬 유리한 상황으로 바뀌어 있다”며 “안보 면에서는 어느 때보다 미국과 강력한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아베 총리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비공개 협의가 한국시각으로 18일 새벽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 당국자는 “안보리에서 다른 의제를 비공개 협의할 때 마지막 기타 의제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로 합의를 봤다”면서 “단거리 미사일 발사 문제가 안보리에서 논의되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북한이 이런 허점을 노리고 올해에만 12발을 쏜 상황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고 강도 높은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또 “북한이 스커드와 K-9 자주포를 기술적 군사적으로 발전시키고 있고 특히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해 기습 발사하면서 사전에 인근국에 알리지 않은 점에서 이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에서도 북한에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