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조차 따라하기 '종편의 시사토크' 왜 뜨나
<김헌식의 문화 꼬기>적은 제작비로 높은 시청률 견인 '시장' 형성
24시간 뉴스전문채널 CNN이 처음 출발할 때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회의적인 이유는 24시간 보려 할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91년 걸프전을 생중계하면서 CNN의 진가는 발휘되었다. 이후 10년 만에 발생한 9.11테러에서는 CNN의 진가를 톡톡히 보여주었다. CNN의 사례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한국에서도 뉴스 프로그램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냥 뉴스프로그램이 아니라 뉴스를 매개로 토크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왜 이런 새삼 프로그램이 많이 늘어난 것일까. 그 진원지는 종편이었다. 종편에서 시작한 이런 프로는 어느새 KBS, SBS에까지 비슷한 프로그램을 신설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처음은 호평 속에서 이뤄진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시사 대담 토크 프로를 찾게 된 이유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2011년 12월 1일,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종합편성채널이 드디어 출범했다. 동아일보의 채널A, 조선일보의 TV조선, 매일경제의 MBN, 중앙일보의 JTBC가 본격적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애초에 약속했던 미디어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졌다. 그런데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적은 돈으로 되도록 많은 시간을 채우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대표적인 유형이 뉴스나 시사를 다룬 보도 프로그램이었다. 2014년 종편의 보도프로그램 편성비율은 TV조선 48.2%, 채널A 43.2%, MBN 39.9%, JTBC 14.2% 순이었다. 사업계획에는 TV조선 24.8%, 채널A 23.6%, MBN 24.3%, JTBC 23.2%이었다. JTBC를 제외한 나머지 3개사의 비율이 높았다. TV조선은 2014년 보도프로그램을 47.6% 채널A도 2014년 38.9%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는 종합편성채널에 맞지 않는 행태였다. 애초에 종편의 출범 명분은 자체가 다양한 콘텐츠의 제작이었다. 약속했던 다양한 미디어 환경 조성에 역행하는 와중에 보도 프로그램만 넘쳤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높은 비율을 보인 이유는 현실적으로 종편이 니치 마켓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채널A는 평일 오후 2시대부터 6시대까지 네 시간이 넘게 시사토크프로그램으로 집중 편성했다. 본방을 기준으로 주간 편성시간이 채널A가 1,500분, TV조선 1,475분, JTBC 880분, MBN 750분의 순이었다. 비슷한 포맷의 시사프로그램으로는 채널 A의 '탕탕평평', '직언직설', '돌직구쇼', JTBC는 '썰전', '뉴스콘서트', '정관용 라이브', MBN는 '김미화 공감', '두루치기', TV조선은 '시사열차', '시사탱크', '황금펀치', '돌아온 저격수', '신통방통' 등을 선보였다.
처음에는 시사 보도 프로그램들은 대개 지상파 방송사에서 선을 보인 방식과 비슷했다. 뉴스를 전하거나 그에 관련한 해석과 논평이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시청자가 주목한 것은 단순 뉴시나 시사 프로그램이 아니라 바로 시사 대담 형식의 프로그램이었다.
또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고정 편성되었고, 개별 프로그램은 짧게는 55분부터 길게는 90분까지 방송했다. 편성시간대는 본방을 기준으로 주로 낮 시간대에 집중했다. 하루 동안 벌어진 일들을 다른 방송 프로그램보다 발 빠르게 전했다. 대체적으로 이런 시사 프로그램은 심야시간이나 새벽, 그것도 1주일에 한번 억지로 편성하는 것이 방송사의 통례였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들자면 채널 A의 ‘쾌도난마’였다. ‘쾌도난마’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인터뷰 중심의 시사토크포맷이었다. 단순히 뉴스를 전하거나 해설하는 수준을 넘어 섰다. 여기에 가감이 없는 질의응답과 토론이 시청자의 눈길을 잡아두기 시작했다. 파격은 편성시간대와 분량이었다. ‘쾌도난마’는 낮에 매일매일 시사 현안에 대해서 한 시간 동안 다뤘다. 뉴스 현안의 배경이나 이면의 사실들을 캐내어 보여주었다.
시사 토크 대담 프로는 해당 현안 당사자를 스튜디오 안에 불러 심층적인 인터뷰를 시도했다. 때로는 송곳 같은 질문으로 상대방을 쩔쩔매게 했지만, 때로는 심도 있는 논의를 가능하게 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이 시사 현안에 대해서 토론과 논박을 벌이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날 것 그대로의 대결은 묘한 게임의 묘미를 전하기도 했다.
JTBC '썰전'의 경우에도 시사문제만이 아니라 대중문화 등 다방면에 걸친 이슈를 날카롭게 다루었다. 무엇보다 출연자들이 스튜디오 안에서 털어놓는 정보나 지식은 기존의 매체에서는 접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흡입력이 상당했다. 한 분야에 수 십 년 동안 종사하거나 실제 관련 당사자들의 경험과 속내를 방송을 통해 직접 접할 수 있었다. 메이저 언론에서 언급할 수 없는 이면의 사실까지 방송을 통해 직접 노출시켜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하였다.
TV조선과 채널 A는 현대사에 굵직한 사건들, 역사적 현장에 있던 인물들이 당시 상황과 체험을 전달하거나 북한 탈북자들에게서 직접 듣는 생생한 증언들은 더욱 그 사실감을 더하게 만들기도 했다. 특히, 텔레비전에서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린 중장년층들의 시선을 잡을 수 있었다. 중장년층들에게 익숙한 패널들을 섭외하는 것도 이에 부합했다. 때로는 너무 직설적이고 감정적인 발언들이 수위를 넘어 방통위의 징계를 자주 받는 일들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종편에게 한낮의 시청률을 빼앗긴 지상파는 부랴부랴 한낮의 시사 인터뷰 대담프로그램을 선보였는데, KBS는 3시의 '뉴스토크', 4시의 '황상무의 시사진단', SBS는 3시 10분에의 '이슈 인사이드'를 선보였다. 종편 따라 하기라는 비난도 있었다. 그렇다면 지상파의 한 낮 시사 토크 프로는 성공했을까? KBS '뉴스토크' 편성 이전의 KBS 평일 오후 3시대의 평균 시청률은 0.437%였으며, '뉴스토크' 편성 이후는 0.493%로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60세 이상 시청자의 KBS '뉴스토크' 시청률은 1.853%인데, 이는 편성 이전보다 0.356%나 증가한 것이었다. 이 시간대의 종편 시사토크프로그램의 평균 시청률이 0.263%인 것과 비교해 보면, 지상파방송의 시청률이 종편에 비해 1.9배 정도 높았다.
종편에서 시작한 시사토크프로그램은 적은 제작비로 효율성을 추구했지만, 결과적으로 새로운 시청자, 시장의 발견을 이뤘다. 그렇지만 특정 세대에 편중되는 경향은 여전히 과제다. 다매체와 디지털 시대, 미디어의 다양성으로 무수한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 심층적인 정보, 비교검토를 통한 판단의 근거를 시사 토크프로그램이 보여주어야 한다. 매체는 다양화 되었지만 콘텐츠는 오히려 획일적이고 디지털 상호 무한 복제를 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