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숙청 피바람 몰아친 북 무역회사 실상은...
소식통 "승리무역회사 간부 총살당해 거래업체 큰 손실"
북한 무역회사들 당과 군부 산하지만 숙청되면 나몰라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해 말 그의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이후 주요 외화벌이 수단이던 승리무역회사 소속 직원들을 대거 숙청한 사실을 최근 본보가 보도한 바 있다.
이 여파로 승리무역회사와 거래하던 중국 기업들이 큰 손실을 보게 됐고, 급기야 이 기업들은 단동에 있는 북한 광성무역은행을 차압해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10일 전해졌다.
앞서 장성택의 처형 이후 승리무역회사 직원들이 대거 숙청된 소식을 전해준 대북소식통은 “승리무역회사의 간부가 거래업체 관계자인 중국인의 명의로 거액을 대출받았다가 장성택 처형 이후 한달만에 총살당하면서 중국 기업은 고스란히 대출금을 떼이게 됐다”면서 “이 외에도 승리무역회사 직원 대부분이 숙청되면서 중국에 있는 거래 업체들이 돈을 돌려받지 못해 큰 손실을 입었다”고 전했다.
북한의 크고 작은 무역회사들은 전부 당과 군부, 국방위원회 등 산하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지만, 정작 담당자가 숙청되거나 교체되면서 손실이 나도 북한 당국은 나 몰라라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북한 무역회사의 운영 방식 자체가 소속된 개인이 외화를 벌어서 회사에 매달 정해진 금액을 납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운영이 잘 되든 안 되든 직원은 정해진 금액을 꼬박 회사에 납부해야 하고, 만약 6개월 이상 납부하지 못하면 회사가 직원을 해고시켜왔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무역회사는 중국으로 왕래하는 ‘도강증’을 마치 허가증처럼 운영하면서 도강증이 있는 직원에게는 매달 1000달러, 도강증이 없는 직원에게는 300달러를 납부받고 있다.
“그나마 승리무역회사처럼 중국과 거래가 활성화된 무역회사는 극소수로 대부분 북한의 무역회사들은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장사를 해서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중국으로 왕래가 가능한 도강증 자체가 500달러 정도에 팔리고 있으며, 큰 무역회사의 직원 중에서도 도강증을 소지한 사람은 10%가 안된다”며 “이렇다 보니 대부분 무역회사 직원들은 도강증을 가진 사람에게 물건을 대는 마치 무역회사 내에 개인별 하청업체가 운영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이어 “일면 당국이 운영하는 무역회사가 돈이 많은 자본가가 결탁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지만, 북한의 경우 자본가라고 해서 당국과 회사 지분을 동등하게 나눠가질 수 있는 구조는 결코 못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북한에서 손꼽히는 무역회사는 총정치국 54부 산하 ‘승리총무역회사’ 외에 평양시인민위원회 산하의 ‘장성무역회사’, 국방위원회 산하 ‘성산무역회사’, 인민무력부 산하 ‘비로봉무역회사’, 금수산태양궁전 산하 ‘능라888무역회사’, 보위사령부 산하 ‘잠샘무역회사’ 등이다. 과거 설송무역회사에서 이름이 바뀐 ‘동양무역회사’는 호위사령부 산하이다.
소식통은 “각 무역회사가 반드시 팔고 사는 품목을 당국으로부터 허가받도록 하고 있다”며 “무역회사들이 수출하는 물품은 광물, 나무, 약초 등이 주를 이루지만 수입하는 물품에는 중고 자동차와 중고 노트북부터 손톱깎이와 이쑤시게까지 모든 생필품이 해당된다”고 말했다.
또한 무역회사가 수입한 물품들은 간부들에게 전용되거나 외화벌이 상점에서 큰 이윤을 남기고 팔기 때문에 정작 일반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저렴한 중국산 생필품을 사다 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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