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는 금피아의 휴식처?" 경력세탁 관행 여전해...
취업제한 규정 우회하기 위해 '협회' 이용해
법 개정으로 협회 취업 어려워져도, 곳곳에 구멍
금융감독원에서 '협회'나 고액연봉을 받는 금융회사로 취업하는 이른바 금피아(금융감독원+마피아)들의 경력세탁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협회를 거치지 않고 공직자윤리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금융회사로 취업하는 경우도 있어 관계 당국의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직자윤리위원회는 퇴직 뒤 시중 보험사 임원으로 직행한 전 금융감독원 손해보험검사국 연구위원 A씨에 대해 해임과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12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선정돼 기업개선명령이 내려진 그린손해보험의 대표 관리인을 맡았다. 이후 그린손보가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MG손보에 인수되자, A씨는 금감원을 퇴직하고 이 회사 부사장으로 취임했다.
A씨가 곧바로 금융회사에 취업할 수 있었던 이유는 MG손보가 공직자윤리법에서 정하고 있는 3960개에 달하는 취업제한 영리 사기업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기식 의원이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 출신 장상용 전 손해보험협회 부회장은 신한생명 감사로 내정됐고, 김동철 전 금융투자협회 본부장은 KB투자증권 감사로 재취업했다. 한백현 전 여신금융협회 부회장은 농협은행, 김성화 전 저축은행중앙회 부회장은 신한카드 감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 모두 금감원에서 권력을 휘두르다 협회를 거쳐 금융회사에 취업했거나 자리를 옮길 예정이었다. 여기에는 전국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한국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주요 금융협회를 비롯해 상호저축은행중앙회, 한국대부금융협회, 신용협동조합중앙회, 새마을금고중앙회, 코스닥협회 등 거의 모든 금융협회가 이 경우에 포함된다.
이들이 협회를 이용하는 이유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논란을 잠식시키고 취업제한 규정을 우회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
지난달 25일 개정되기 전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을 보면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은 퇴직일로부터 2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한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 여기에는 금감원 간부도 취업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정부의 위탁으로 자율규제를 하는 금융협회로 갈 때는 취업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금감원 간부가 고액연봉을 받을 수 있는 금융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협회'를 거치는 이유다.
이 같은 문제로 지난달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이에 자신이 직접 담당한 업무와 관련된 금융협회에 곧바로 취업하기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모든 길이 막힌 것은 아니다. A씨의 경우처럼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구멍은 아직도 열려있다.
아울러 취업심사가 거수기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취업을 막기보다 허용하는 창구기능을 하는 셈이다.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승인 건수는 1108건 중 1030건(93%)이다. 단 7%에 해당하는 78건에 대한 취업만 제한했다는 얘기다. 또 공직자 윤리위원회 신고하지 않고 협회에 취업해도 처벌은 과태료 1000만원에 불과하다.
김기식 의원은 이와 관련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과 심사기능은 경력세탁용 낙하산 인사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공직자윤리위원회 신고하지 않고 협회에 재취업을 할 경우 처벌 규정이 매우 미흡하다"며 "관련 법 규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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