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에 멍든 대한민국 ①>지난달 23일 보험금 적다는 이유로 보상직원 칼로 찔러
조폭 연루된 보험사기 늘어나면서 보상직원 신변위협 커져
해마다 보험사기가 증가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보험사기로 인한 사회적 부담은 수천억원을 뛰어넘는다. 지난 2011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4237억원, 2012년 4533억원, 2013년 5190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적발되지 않은 금액까지 고려한다면 연간 수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생계형 보험사기가 주를 이룬데 반해 최근 자해, 살인 등 보험금을 목적으로 하는 강력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보험사기가 지능화·조직화되면서 형벌 수위를 높여 사전에 보험사기를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보험회사의 보험사기 적발사례와 보상관련 민원 유형을 통해 보험사기의 위해성을 살펴보고 사전적 예방의 기회를 마련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뺨 맞고 칼에 찔리고"…보험사 보상맨의 수난시대
②"사지 마비인데 임신했다?" 보험사기, SIU가 뜬다
③<전문가 칼럼>지능화되는 보험사기, 보험사기죄 신설해야
보험사 보상직원들이 신체적·정신적 위험에 처해 있다. 보험사고 관련 보험금 지급과 보험사기의 첨병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을'의 입장에서는 한없이 처량한 신세다. 그들의 뺨은 민원인에게 내놓은 지 오래고, 목숨마저 위태로운 실정이다.
보험사 보상직원에게 물리적·정신적 폭력을 가하는 사건이 해마다 발생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지만,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 있지 않아 이들의 피해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국내 모 보험사 SIU(보험사기 전담 조사팀) 소속 A모 조사팀장이 보험금에 불만을 품고 찾아온 민원인 B씨의 칼에 찔리는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도 현재 A씨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피의자 B씨는 지난 1996년 자동차 사고를 당했다. B씨는 사고발생 3년이 지난 1999년 보험사에 수천만원을 받고 합의를 봤다.
하지만 B씨는 보험금이 적다는 이유로 보험사 사무실을 찾아와 지속적으로 소란을 피웠다. 이후 B씨와 보험사의 갈등은 법정싸움으로 번졌고 지난해 4월 대법원은 B씨에게 패소 판정을 내렸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더 지급해야 한다는 B씨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사 보상직원이 이 같은 범죄에 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보험업계에선 보험사 보상직원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일하고 있다는 신세한탄이 쏟아진다.
지난 2011년 경북 영주에선 보험사 직원이 칼에 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경찰에 붙잡힌 범인은 자동차 사고 보험금에 불만은 품은 피보험자로 밝혀졌다.
지난 2010년에는 버스기사가 음주운전을 했다는 이유로 교통사고 치료비를 주지 않는다며 버스회사 사고보상 담당자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있었다.
보험사와 보험금에 대한 화풀이를 보상직원에게 하는 셈이다. 이는 보험사 보상직원이 흉악범죄에 노출된 이유다.
최근에는 조폭과 연루된 보험사기가 늘어나면서 보상직원의 신변위협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대개 보험금을 놓고 보험사 직원에게 압력을 가하면 보험금을 더 탈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그릇된 범죄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보험범죄가 조폭들의 영역으로 커지고 있다"며 "보험사기를 적발해놓고 보면 보험사 보상직원이 연루되는 일도 있지만 반대로 조폭들에 의해 보험사 보상직원이 신체적 피해를 본 경우도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는 보상직원의 어려움이 드러난 것보다 드러나지 않은 게 더 많다고 말한다. 이는 어떻게 해서든 합의를 봐야 하는 보상직원의 어려움 때문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일선에서 보상직원이 피해자에게 뺨을 맞는 것은 비일비재하다"며 "하지만 아무리 떼를 써도 보상직원은 약관에 명시된 내용만큼 보상해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일부 보상직원은 피해자가 폭력을 행사했을 경우 신고하지 않고 이를 빌미로 보험금 합의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했다.
보험사에서 보상업무를 맡았던 한 관계자는 "보험금 문제로 조폭들에게 감금된 적도 있다"며 "하지만 보험사는 피보험자와 피해자의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야 하기에 거의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보험사기 적발뿐만 아니라 보험사 보상직원 신변보호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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