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안도 난항, 새정연 발목잡기의 끝은...
국가안전처도 해경해체도 껀껀이 'No!'
야당, TF 구성해 "졸속 개편 절대 안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문창국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 직후 제2기 내각 후보자 8명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한 가운데, 정부조직 개편안 통과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초기 단계부터 야당의 반발이 거세 난항이 예상된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5월1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가안전처 신설과 해경 해체, 소방방재청 축소 개편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 개편을 약속한 바 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과정도 내용도 졸속인 개편안을 막아야한다”며 조정식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정부조직개편 TF를 발족시켰고, 지난 23일 ‘정부조직 졸속 개편,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토론회에서 △법률 제·개정 권한이 없는 ‘처’는 실질 권한을 행사하기 어렵고 △실종자 수습 작업 중인 해경 해체를 언급한 것은 졸속 행정이며 △소방 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박 대통령이 내놓은 3가지 사안에 모두 제동을 건 것이다.
김한길 대표는 “이름부터 왜 국가안전처인가. 국민을 지키는데 국민안전처가 맞는 명칭 아닌가”라며 “이렇게 즉흥적으로 정부조직에 손을 댄다고 우리가 지향하는 나라가 실현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도 “지방선거를 의식한 개편이었다면 더 문제가 크다”면서 “느닷없이 해경을 없애고 소방방재청에 상처를 내는 것은 대한민국을 거꾸로 가게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가안전처, ‘처’아닌 ‘부’여야 실질 권한 갖는다”
이날 토론회에 발제를 맡은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 교수는 “국가안전처의 가장 큰 약점은 장관급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처’로 설계해 국무총리 소속이 되었다는 것”이라며 “‘처’는 ‘부’와 달리 독자적인 법률 제·개정권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어 “제대로 권한을 갖는 정부조직이라면 ‘부’로서 존재해야한다”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을 국정과제의 핵심으로 간주하겠다면, 정상적인 ‘부’ 조직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국가안전처의 구성 상 일사불란한 대처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이종영 로스쿨 교수는 “국가안전처는 대비와 대응을 초점으로 하는 조직이어야 하고 그러려면 조직 내부 일원화가 필수적”이라며 “그런데 현재는 해경조직, 일반 행정조직, 기술직, 소방직이 다 들어가 있어 융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색채가 다른 조직을 한꺼번에 넣은 것인데, 이런 식으로 구성해서는 절대 일사불란한 대비·대응이 불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해경 해체? 무조건 해체는 부적절, 국제규범 무시한 정책수립이 문제”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해경 해체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이창위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 원인은 해상인명안전협약같은 국제 규범과 기준을 무시한 해양·해운정책 수립에 있다. 해경에게만 무조건적인 주홍글씨를 새기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해경 자체의 문제보다 정책적 허점을 겨냥한 분석이다.
이 교수는 특히 “수색·구조 외에도 독도·이어도의 경비나 불법조업단속 강화를 위해서라도 종합해양행정기관으로서의 해경의 역할은 중시돼야한다”면서 “미국과 일본 등 해양선진국들은 종합해양행전기관 형태의 독립기관을 운영해 통합적 기능을 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국가안전처 산하가 아닌 독립된 외청으로서 해경을 존치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윤태범 교수도“해상 관련 사고는 안전과 수사로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거니와, 그렇다 해도 결국 중첩된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신속한 구조 실패를 근거로 해경청을 국가안전처와 경찰청으로 분리·이관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해경의 수사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 교수는 “중국어선과 해양범죄는 해경이 담당해야할 부분”이라며 “환경부가 때마다 배를 타고 나올 수는 없지 않은가. 수사권을 갖고 철저한 현장조직이 되어야한다”고 반박했다.
“소방방재청, 국가직으로 전환해 일원화해야” 한 목소리
특히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소방방재청을 국가안전처 산하 소방방재본부로 변경하는 정부안에 대해 “소방 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하는 게 우선”이라는 데 한 목소리로 동의했다.
이종영 교수는 “제복을 입은 특정직 중 소방공무원만 유일하게 국가직 일부와 대부분의 지방직으로 신분이 이원화 돼있다”며 “전국적으로 통일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소방공무원의 국가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어 “당장 이 곳에서 건물이 붕괴되든 원자력사고가 발생하든 무조건 제일 먼저 출동해 구조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누군지 아느냐. 바로 소방이다”라며 “생명을 걸고 인명을 구조하는 이들로서는 사기와 자부심이 필수다. 사기와 사명감이 생기려면 대부분의 지방직을 국가직으로 전환시켜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태범 교수 역시 “자치단체 간 재정력 격차로 안전서비스 불균형이 심각하다”면서 “재정, 인력, 장비 개선에 대한 조치가 병행되지 않는 한 조직개편안은 무의미하다”고 못 박았다.
한편 새정치연합 정부조직개편 TF는 오는 25일 오후2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소방방재청 폐지, 정부조직법 개정 관련 : 제대로 작동하는 현장중심 조직설계 방안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첫 번째 토론회 때 시간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토론회를 개최할 방침”이라며 “한번 하고 끝내는 ‘졸속’토론회가 아니라 전문가와 국민들의 의견을 계속 들어서 졸속 개편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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