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김수현 전지현 생수광고가 보인 한류 현주소
<김헌식의 문화 꼬기>억울해도 해야 할 일은...
장백산 생수,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갑자기 불거진 백두산 생수 광고에 얽힌 김수현 전지현에게 억울한 점도 약간은 있을 법하다. 물론 수십 억 원의 위약금을 내야하므로 경제적인 손해나 나기 때문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생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해서 진의(眞意)에 의심을 샀기 때문이다. 그 진의를 내보이기 위해 당장 계약을 해지해야 했다. 중도 해지는 위약금을 물어야 하지만 그 금액은 향후 미래를 위해서라면 몇 백억이라도 지불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결국 자신 스스로 이미지를 어떻게 갖추는가에 따라 본래적인 활동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개인적 경제만능주의 관점에서 계약파기 행태는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는 개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유롭게 계약을 맺을 수 있고 게인에게 가장 유리한 것만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회 전체의 편익을 생각하지 않는 이들은 자유로운 계약활동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드라마의 팬 측면에서는 중화권이나 한국인이나 모두 같지만 특정 국제적 사안에서는 분명하게 그 결이 달라질 수 있음을 많이 보아왔다. 일본의 경우에는 독도에서 드러난 바가 있다. 단적으로 2005년 독도사랑 캠페인에 참여했던 김태희의 일본 드라마 제작이 무기한 연장되기도 했다. 김태희의 일본 진출을 반대하는 시위행동도 있었다. 이때 김태희는 일본문화 시장에서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되었다. 중국의 경우, 한국 배우들이 고구려나 간도 문제를 제기하는 행위는 물론 관련 콘텐츠에 출연하지 않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계약해지가 자칫 다른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도 배제할 수는 없다. 대중연예활동인의 관점에서 자칫 중화민국의 팬들을 잃을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한국의 팬보다 중화권의 별 그대 팬이 더 많은 상황이다. 이익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미래의 규모까지 치자면 중화권의 수익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따라서 선명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수록 중화권에서는 안티가 발생할 수도 있고 더 큰 손해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김수현과 전지현이 콘텐츠를 만들어 원소스멀티유스해야 하는 공간은 한국이 될 수밖에 없다. 이로써 백두산 생수 광고는 김수현과 전지현은 한국을 벗어날 수 없는 근본적 토대의 귀속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한류는 결국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안에서 발생 존재해 왔고 그것을 염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한국의 정책이가 개입하는 여부가 아니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일어나는 부분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에게는 이번 사례가 맥락에서 긍정적인 면도 단기적으로는 존재한다. 이번 사례를 통해 한국인들이 백두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리는 효과를 낳았다. 김수현과 전지현은 ‘별에서 온 그대’ 때문에 대륙만이 아니라 중화권 전체에서 주목받고 있기때문에 사소한 움직임도 그들에게 인지되고 주목을 받아온 터이다. 동북공정 때문에 많은 중국인들이 장백산은 당연히 중화민국의 영토로만 간주한 세대가 많다. 더구나 젊은 세대들은 중화교육을 철저하게 받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연시 되었던 그들의 장백산 명칭에 대한 한국인들의 백두산 명칭에 대한 인식과 지향점을 인식했을 것이다.
물론 순수한 중국 팬들에게 백두산 물 사례는 별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한편으로 그만큼 한류 열풍이 국가나 민족을 벗어나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진정으로 한국이라는 나라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한류 팬들은 자신들의 좋아하는 이미지나 이야기를 선호할 뿐이다. 따라서 한류에 대해서 지나치게 의미부여하는 것도 바람직하 않은 점을 거꾸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언제든지 떠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더구나 김수현과 전지현이 물 광고 촬영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은 결국 자신에게 얼마나 더 이익이 근본적인 것인지를 따져보고 내린 결정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결국 대한민국 국민으로 혹은 개인의 소속 정체성의 집단으로 남아 있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점을 더 잘 구축할수록 스타들의 행동이 어떻게 귀결될 것인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글/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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