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한국사교과서 속 '미니 북한교과서' 발간
"세계 유일 3대세습 국가, 독재사회로 명확히 표기해야"
“남북이 왜 분단됐는지, 천안함 사건이나 북한의 도발의 내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학습은 거의 받지 않았다.” -심포지엄에 참여한 고2 학생-
“한국사교과서의 북한 서술 분량은 1%도 안된다.” “직접적으로 통일 관련 사항을 기술한 교과서는 3종에 불과하다.” “통일 과목을 신설해 의무적으로 교육하고, 통일교과서를 편찬해야 한다.” -대학생 분석단-
현행 한국사교과서에 북한과 관련된 내용이 얼마나, 어떻게 기술되어 있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대학생이 주축이 된 ‘한국사교과서 청년 분석단’이 조직됐다.
이들이 지난 6개월간 현행 8종 한국사교과서를 분석한 내용과 자체적으로 제작한 미니 북한교과서를 발표하는 심포지엄이 21일 중앙대학교에서 열렸다.
‘미래를 여는 청년포럼’(미청포)과 대학생 시사 매거진 ‘바이트’, 북한인권학생연대가 주관하는 심포지엄에서 청년 분석단은 우선 “모든 교과서에서 다루는 북한과 관련된 내용과 분량이 전체 400페이지 중 2~6페이지 정도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마저도 대부분 교과서의 뒷부분에 위치하고 있어 수업 과정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분석단은 “8종 교과서에 담긴 북한에 대한 내용은 ‘김일성의 권력 확립 과정’ ‘3대 권력세습’ ‘경제난’ 등이며, ‘인권 문제’나 ‘핵 개발’과 ‘도발 행위’ 등이 일부 교과서에서 언급되지만 내용이나 분량 면에서 매우 부족했다”고 말했다.
“지금 북한은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3대에 걸친 독재사회임에도 교과서마다 ‘1인 지배 체제’라든가 ‘수령 유일 체제’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심지어 북한 정권의 선전을 그대로 사용해 청소년들이 자칫 북한을 독특한 사회 체제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현행 교과서에는 북한의 토지개혁에 대해 “북한에서는 북조선 임시 인민위원회가 1946년 3월에 토지개혁을 실시했다. 임시 인민위원회는 일본인과 친일파 소유지, 지주 소유 토지 등을 몰수하여 농민에게 무상으로 나누어주는 ‘무상 몰수, 무상 분배’의 방식으로 토지개혁을 실시하였다. 토지개혁은 사회주의 세력이 북한 주민의 지지를 얻는 데 도움이 되었으며, 남한에서 농지개혁이 실시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로 기재돼 있다.
북한의 토지개혁 자체가 무상분배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농민에 대한 토지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면을 간과한 대목이다. 오히려 북한의 토지개혁이 남한의 농지개혁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대목 역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 발간된 북한 미니 교과서에는 이 대목이 다음과 같이 수정됐다. “북한의 토지개혁은 1946년 3월5일에 공포된 ‘북조선 토지개혁에 대한 법령’을 보면 그 내막을 자세히 알 수 있다. 해당 법령에서는 ‘토지 이용권은 밭갈이하는 농민에게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동 법령의 10조를 살펴보면 ‘농민에게 부여된 토지는 매매하지 못하며, 소작 주지 못하며 저당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다. 북한의 토지개혁은 소유권이 아닌 경작권만을 부여한 제한적인 정책이었다.”
또 대한민국 건국과 한반도의 분단과 관련된 내용도 현행 교과서에는 “1947년 11월 유엔은 소련이 불참한 가운데 총회를 열었다. 유엔 총회는 인구비례에 따라 총선거를 실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부를 수립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통과시켰다. 이듬해 초에는 총선거 실시를 위해 유엔 한국 임시위원단을 결성하여 한국에 파견하였다. 소련과 북한은 유엔 한국 임시위원단의 북한 방문을 거부하였다. 이에 유엔은 한반도 전 지역에서 총선거를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소총회를 열어 선거가 가능한 남한지역에서만이라도 총선거를 실시하도록 결의하였다”라고 기재했다.
이 대목은 북한이 유엔 감시 하의 총선거에 앞서 1946년 2월 북조선 임시위원회를 거쳐 1947년 북조선 인민위원회를 창설해 사실상 준정부에 가까운 기구들을 만들고, 유엔 감시 하의 총선거를 거부한 사실을 명확히 하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 미니 교과서에서는 “한반도에 있어 1948년 8월과 9월은 건국과 분단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는 오묘한 시점이다. 건국과 분단을 바라보는 한국사교과서들의 불안정한 시선은 한반도 역사상 첫 민주주의 국가의 탄생을 조명하지 않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고 썼다.
북한 미니 교과서는 건국과 분단의 순간, 1인 지배체제 보다는 독재, 소유권 없는 무상분배, 남북관계 경색국면 조장하는 북한, 독재정권이 짓밟는 인권, 도무지 알 수 없는 북한 주민의 사회생활, 세습과 우상화, 핵 그리고 선군 등이 담겨 있다.
청년분석단은 책의 첫머리에서 “북한 문제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북한 문제는 북한 정권의 독재정치와 북한 지도자의 개인 이기주의에서 비롯되고 있고, 대한민국과 북한의 갈등과 반목 역시 북한의 독재정권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독재사회임을 인식하는 일은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신보라 미청포 대표는 “북한 미니 교과서는 북한에 대해 합리적으로 바라보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해보려는 청년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들었다”며 “통일대박은 청소년들에 대한 바른 교육에서 시작하는 만큼 청소년들이 북한에 대해 알아야 할 필수 내용을 담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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