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국조특위, 3주 동안 기껏 합의한 것은...
<기자수첩>증인 채택 공방에 유가족은 국회서 새우잠, 기관보고 놓고 '또' 정치공세
“제발 부탁입니다. 특위가 정치적 이익을 따지지 않고 진상규명 등 본질적인 목표에 충실해주시길 바랍니다.”
세월호 참사 발생 65일째인 19일.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구성된 지 3주를 넘어섰지만, 정치권의 시계는 ‘기관보고’만 가리킨 채 멈춰 있다.
새누리당 소속 심재철 세월호 국조특위 위원장은 18일 “직권상정으로 오는 23일 기관보고를 받겠다"며 일방적 진행을 강행했다. 하지만 곧 야당이 “전혀 합의가 안 된 사항”이라며 거세게 반발하자 발표 두시간만에 ”일정을 재조정 하겠다"고 물러섰다.
거짓말도 불사했다. 심 위원장은 직권상정을 발표하면서 “앞서 열렸던 회의에서 분명 기관보고를 하자고 말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두 시간 후 그는 “기관보고란 단어가 없더라도 문맥상 전체회의는 기관보고를 의미했다”는 논리로 해명했다.
지난 17일 국조특위는 구성 이후 첫 번째 전체회의를 열어 46명의 예비조사팀 구성을 의결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예비조사위원 명단을 두고서는 또 다시 평행선 공방을 벌였고, 결국 간사 협의로 넘겨 버렸다.
이날 전체회의에는 성과도 없었고 ‘예의’도 없었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기관보고는 정부를 추궁하는 것보다는 정부 입장에서 보는 사건발생 이유와 재발방지 대책을 국회가 ‘청취’하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가 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으로부터 “집권여당답게 좀 행동하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권 의원은 자신을 향한 질타 중에도 핸드폰만 응시하거나 조원진 간사와 우스갯소리를 주고받는 등의 태도로 일관했다.
물론 기관보고 일정은 합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야당이 ‘유가족 측이 8일 내놓은 중재안대로 하라’며 오는 30일부터 내달 4일 사이를 주장했지만, 새누리당은 “야당이 국조를 재보선에 이용하려 한다”며 오는 23일을 고수했다.
기관보고 일정에 대한 여야의 줄다리기는 국정조사 계획서를 가까스로 통과시킨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됐다. 벌써 보름을 훌쩍 넘겼다.
앞서 국회는 지난달 25일 여야 각 9명씩 총 18명으로 구성된 세월호 국조특위를 발족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부터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기관증인 채택 문제와 사전 명기 여부를 놓고 파열음을 냈다.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원회가 27일 국회를 찾아 “제발 의원들 가족의 일이라 생각하고 처리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야당은 지난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근거로 “증인을 명기하지 않으면 또 다시 식물 국조가 된다”고 주장했고, 새누리당은 “증인을 명기한 관례가 없다”고 버티면서 가족들은 차가운 국회 바닥에서 새우잠을 자야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29일 김 비서실장을 비롯한 기관 증인 명기에 합의한 직후부터 7.30 재·보궐 선거 셈법에 따라 여당은 6월16일부터 28일을, 야당은 7월14일부터 26일에 기관보고를 해야 한다고 맞붙었다.
이견 조율이 요원한 상황에서 유가족이 12일 국회를 찾아 ‘6월30일부터 7월4일 사이’라는 중재안을 내놨지만, 현재까지 양 측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회가 유가족을 위한 국정조사를 한다면서 정작 유가족으로 하여금 중재에 나서게 한 마당이다. 그럼에도 제자리만 맴돌고 있는 국회에게 국민과 유가족이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나.
다시 지난달 27일로 돌아가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소속 한 학생의 어머니는 앞서 ‘누드사진 검색 파문’을 겪은 심 위원장에 대한 불신을 제기했다. 각 당 입장만 번복하는 여야의 난타전 속에 유가족으로서 당연한 제기할 수 있는 의구심을 드러낸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심재철 위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한다. 새누리당 의원 중 가족들이 원하는 사람을 지명해달라”고 말했다가 “본질을 흐리지 말라. 우리가 여기 온 건 위원장 바꿔달라는 게 아니다”라는 유가족의 질타를 들었다.
핵심을 찔린 이 원내대표는 마치 억울한 듯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추라는 거냐”며 지친 유가족들에게 눈을 흘겼다.
침몰하는 세월호는 ‘안전한 선내에 있으라’는 거짓 방송으로 탑승객들의 눈과 귀를 가렸지만, 집권여당과 야당은 선거 셈법에 따라 ‘스스로’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
온 나라에 “국정조사의 본질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엄벌”이라는 소리가 가득하지만, 여의도에만은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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