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사절' 귀 닫는 감사 '벙어리 냉가슴' 준법감시인
감사와 준법감시인의 업무 중복, 명확한 역할 구분해야
내부통제 문제 발생시 준법감시인만 독박, 최고경영자(CEO) 동반 책임 필요
"왜 자꾸 나한테 보고하려 하는거야, 내가 밉나?"
어느 한 준법감시인이 말문을 뗐다. 내부통제에 문제가 발생될 소지가 있을 경우 감사에게 보고해야 하는 것이 준법감시인의 책무다.
하지만 감사는 문제를 인지한 시점부터 책임이 발생되는 이유로 알려고도 하지 않고 보고를 듣기도 싫어한다. 대부분 현실은 금융회사에서 문제가 발생되면 준법감시인이 희생양이 돼 뒤집어 쓸수 있다.
그렇다고 입 다물고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이들이 걸림돌이다. 금융사 내부에서 추진하려는 계획에 대해 규제 등을 거론하며 '태클'을 거는 천덕꾸러기일 뿐이다.
직원들 사이에서 준법감시센터에 가는 것이 군대가는 심정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또한 준법감시인은 포지티브(Positive)한 자격 요건이 많기 때문에 한번 제재를 받게 되면 주홍글씨로 돌아오게 돼 금융회사를 대신한 총알받이 신세일 뿐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지난 9일 출입기자단과 티타임에서 그간 12차례 금융현장의 숨은 규제를 확인하기 위해 가진 릴레이 간담회 중 준법감시인과의 간담회를 통해 느낀 점을 전했다.
신 위원장은 "감사는 주주의 입장에서 회계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인데 지금은 준법감시인이 감사실 밑에 있어서 감사한테 보고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최근 금융사고를 볼때 준법감시인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실 하부 조직으로 돼 있는 준법감시센터를 CEO직속으로 바꿔보려 한다"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유럽 사례를 보고 준법감시인이 준법감시인답게 하도록 변화를 주려 한다"고 덧붙였다.
신 위원장은 준법감시인의 과도한 겸직과 권한, 인력 부족 등으로 실질적인 사고예방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 수행이 곤란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융기관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지배구조법)에는 '준법감시인은 감사위원회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고 돼 있다. 회사의 내부통제를 살펴보고 그 상황을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에 보고하는 것이 준법감시인의 임무다. 이론적인 역할 구분에 있어 상근감사는 사후감사, 준법감시인은 사전예방이나 내부통제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다보니 금융회사 내부적으로 감사위원회→상근감사→준법감시인의 수직관계가 대부분이다. 더욱 감사위원회는 순수하게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는데 준법감시인은 사전예방, 사후감사, 내부통제 등 내부감사 기능을 대부분 떠안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효적인 내부통제를 위해서는 인력 확보와 업무절차 중지권한 등 책임과 의무에 상응하는 권한·직위 부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준법감시인(Complinace officer)은 기업이 관련 법규를 제대로 지키는지 또는 지배대주주의 여신을 심사, 계열사를 부당 지원하는지를 감시하는 회사 내 직원이다. 기업이 법을 위반할 경우 위규 상항을 이사회와 금융감독원에 동시 보고해야 한다. 또 회사가 부당행위를 하면 회사와 함께 책임도 져야 한다.
현행 감사체계는 한계에 부딪친다. 감사위원회와 감사, 준법감시인 역할이 모호한 경계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준법감시인이 제 구실을 못한다는 지적이 나올만 하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현실에서는 준법감시인은 사장의 자문기구로서 행동 역할을 많이 한다"며 "내부통제는 감사쪽의 업무라고 볼수 있으며 감사가 업무 플로우를 감사하는 것이지, 회계업무만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업무에 대한 정답은 없고 누구에게 붙일 것이냐는 사회가 합의하기 나름이다"이라고 덧붙였다.
CEO직속으로 변화를 모색하더라도 책임 문제에 자유로울 수 있는 관행을 구속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CEO나 감사가 집행임원이나 업무집행책임자에게 의사결정의 책임을 미루는 관행을 통제해야 한다. 불법행위 발생 우려 시 CEO나 감사가 그 가능성에 대한 보고 청취 자체를 거부해 그 책임을 하위 업무집행책임자 등에게 전가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배구조법 제7조2항(국회 제출 정부 입법안 기준) 임원의 책임에서 '대표이사는 집행임원 또는 업무집행책임자가 임원의 과실이나 임무를 게을리했을 때 손해배상 책임을 질 경우 연대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돼 있다. '감사나 감사위원 또한 준법감시인의 손해배상 책임질 때 연대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준법감시인을 감사위원회 하부조직에 두던, CEO 직속 조직으로 하던지 공동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 교수는 "연대책임이 인정되지 않게 되면 집행임원이나 업무집행지지사의 불법행위로 인해 손실이 발생한 경우 불법행위자의 책임에 대해서는 위임의 법리에 따라 회사가 책임 추궁이 가능하다"면서도 "정작 CEO나 감사는 책임추궁의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권에서는 내부통제 강화방안은 마련하더라도 정작 내부통제를 따르는 문화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은행권 한 준법감시인은 "과거 내부통제 강화방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내부통제 관리시스템을 강화하면서 이를 준수하는 문화로 바꾸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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