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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자본 때문? 그건 정실자본주의야!


입력 2014.05.11 10:28 수정 2014.05.11 10:34        데스크 (desk@dailian.co.kr)

<자유경제스쿨>정부 권력이 경제에 깊숙이 개입 자본주의를 망치니...

세월호 침몰 참사 14일째인 29일 저녁 서울 청와대 앞 청운효자동주민센터 부근에서 열린 '세월호 탑승자 무사생환 기원 및 사망자 추모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capitalism)와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을 구별하지 못한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의 경제시스템을 정실자본주의라고 부르며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원이 아닌 세모를 보며 원을 평가하는 꼴이다.

자본주의는 자유시장경제의 원리가 실현되는 제도다. 그 중에서도 특히 경쟁이 중요하다. 한편 정실자본주의는 시장에 정부, 기업, 이익집단 간의 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되어 경쟁이 제한되는 경제체제다. 이것은 자유 시장경제에 정부가 깊숙이 개입할 때 나타난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자본가와 기업가 등 사회의 특정그룹만을 위하여 결국 부익부빈익빈을 낳는다고 한다. 그와 연계하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 금융위기 이후 월스트리트 금융회사에 대한 정부의 구제금융 제공, 그에 따라 상위 1%만이 잘살게 되고 나머지 99%는 못살게 되었다는 소위 소득양극화 현상이 모두 자본주의 탓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오해다.

자유시장경제 원리가 실현되는 자본주의가 도입된 이후 인류의 생활면모가 변했고 특정그룹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었다. 물론 자본주의에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인간 사회가 자유로울 때 발생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것은 사람마다 능력과 재능이 다르고, 모든 사람이 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이 똑같이 소비하고 저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정그룹만을 위하고 그 결과 부익부빈익빈이 일어나는 것은 오히려 정실자본주의에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하고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져 있다. 그 사회에서 성공하고 부자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남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남들이 원하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그것을 경쟁자들보다 훨씬 더 잘 제공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고 부를 축적할 수 없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위치는 특정 계층이 차지하지 못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위치가 지속적으로 변한다. 한 번 가난한 사람이 더욱 가난해지고 부유한 사람이 더욱 부자가 되는 현상은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이 아니다.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래의 자신의 위치와 성공 여부는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경제에 깊숙이 개입하여 정부주도로 이끌어지는 경제체제에서는 다르다. 정치인과 정부 관리와 특별한 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이 부를 축적하기가 쉽다. 정부는 법령을 통해 자원을 강제로 배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 정부권력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정치인과 정부 관리들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사업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허가를 받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원 배분권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 혹은 정부 관리와 연계되어 있는 사람이 사업허가권을 쉽게 얻어 부를 축적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부를 축적하기 어렵다. 이런 사회에서는 학연, 지연, 혈연에 의해 자원이 배분되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연줄이 없는 사람은 쉽게 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부익부빈익빈은 정부 주도로 이끌어지는 경제체제의 정실자본주의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실자본주의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이런 사회를 자본주의로 오해로 하고 현실에서 나타나는 많은 문제를 자본주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정부의 주택시장에 대한 개입과 과다한 통화팽창에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그리고 문제를 일으킨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들에 대한 구제금융도 정부와의 연계에서 이뤄진 것이며, 그로인해 소위 ‘1%대 99%의 소득양극화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 근원도 결국 정부의 개입에서 찾아야 한다. 그래서 비난받아야 할 것은 정실자본주의지 자본주의가 아니다. 사실 자유시장경제를 주창하는 사람들은 문제를 일으킨 금융회사에 대한 구제금융을 강력히 반대해 왔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불거지고 있는 많은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스캔들마다 터져 나오는 ‘모피아’,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들어난 ‘해피아’와 위기관리 시스템의 부실, 정치권의 표퓰리즘, 특권을 얻어내려는 이익집단 간의 대결과 갈등, 부정부패, 정부 관리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 과다한 규제에 따른 정치권과 정부 관리의 사익추구, ‘공무원 공화국’ 현상, 안전 불감증, 법과 원칙의 부재 등은 정부가 경제에 깊숙이 개입해온 결과다.
정부가 경제에 깊숙이 개입함으로써 형성된 정실자본주의는 자본주의가 아니다. 이것은 시장을 왜곡하는 것이며 청산되어야하고 개혁되어야할 자유시장경제의 적, 자본주의의 적이다.

정실자본주의의 원천은 정부의 권력에 있다. 정부의 권력이 크면 클수록 그 폐해가 심하다. 정실자본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직업윤리와 공직자윤리를 확립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비리를 처벌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정부권력을 제한하는 일, 즉 작은 정부를 이루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국가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 즉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경쟁을 보호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아무리 윤리강령을 제정하고 강조해도, 비리에 대한 문책과 처벌수준을 강화한다 하더라도 정부의 권한이 줄지 않으면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문제들은 다시 다른 모습으로 반복되어 나타날 것이다.

우리가 정실자본주의와 자본주의를 구분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정실자본주의의 폐해를 나열하면서 그것이 자본주의 폐해, 자유시장경제의 폐해로 둔갑시켜 정부가 개입하여 이를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문제의 원인을 가지고 처방하려고하는 커다란 우를 범하고 있다. 만약 이 주장을 그대로 따른다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더욱 악화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없애고 사람들이 평화롭고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권한을 줄여 자유시장경제 원리가 실현되는 진정한 자본주의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글/안재욱 경희대학교 교수·경제학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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