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전문가들 "2인 1조, 잠수 후 휴식 원칙 안 지켜져" 호소
세월호 참사 구조작업 현장에서 안전수칙 매뉴얼은 구호에 불과했다. 지난 6일 세월호 침몰 해역에서 수색작업에 나섰던 민간 잠수사 이광욱 씨가 숨진 사고가 발생하자 현장 전문가들은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며 혀를 찼다. 안전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 일어난 세월호 참사 구조작업 현장에서 또 다시 안전불감증의 알몸을 드러낸 역설이다.
사고 현장의 급박한 분위기에서 1회 잠수를 하면 12시간 휴식을 취해야 하는 규칙과 2인 1조 잠수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현장 전문가들은 “이런 안전 매뉴얼을 작업하면서 준수하는 잠수사는 없다”고 꼬집었다.
잠수사들은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짊어지고 밤낮없이 차갑고 탁한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하루빨리 구조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무리한 작업을 시도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미 수색작업에 참여한 잠수사 가운데 심각한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수중공사 전문업체 SU수중산업개발의 박병수 대표는 7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동료 잠수사가 진도에서 수색작업을 하고 왔는데 잠도 못자고 있다”며 “잠수사들이 책임의식으로 바다에 뛰어들지만, 구조 작업이 끝나고 몰려오는 심리적 압박이나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육체적 스트레스에 대한 치료와 함께 전문적인 심리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20년 경력의 잠수사 김모씨는 “같이 일하는 잠수사가 사고발생 후 바로 현장에 투입돼 작업을 하고 온 뒤로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시신 3구를 인양했는데, 낮부터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어 있더라”며 “이번에 돌아가신 분 뿐만 아니라 수색작업에 참여한 분들에 대한 치료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예견된 사고 '2인 1조 작업', '12시간 휴식' 규정 안지켜
지난 6일 사망한 이 씨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잠수사로, 혼자서 수심 24m 지점에서 가이드라인 설치 작업을 벌이다 사고를 당했다. 현장에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2인 1조’ 잠수 규정 등이 무시된 것이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에서 활동 중인 한 잠수사는 “급박한 현장에서 (선체로 들어가는) 길을 아는 사람은 (하루에) 3번도 들어간다. 규정을 제대로 지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번 잠수를 하고 나오면 12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는 게 원칙이지만, 급박한 분위기 속에 현장에서는 무리한 잠수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바지선에서 쪽잠을 자고, 컵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장기간 수색작업에 투입된 잠수사들의 체력도 떨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잠수병을 막으려면 ‘1분당 9m’의 속도로 올라와야 하고, 일정 수심에 머물면서 압력을 조절해야 한다. 잠수사가 물 위로 나올 때 질소가 체내에서 배출될 수 있도록 천천히 올라오는 것이다. 1분 1초가 급한 구조작업 현장에서 이 같은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수색작업에 참여한 잠수사들의 건강 상태를 우려했다. 현재 세월호 구조작업에 투입된 잠수사 가운데 잠수병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거나 치료 중인 잠수사가 2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민간 잠수사 사망사고 후 잠시 작업을 중단했을 뿐, 다시 수색작업은 다시 시작됐다. ‘구조 작업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고 있다’는 루머가 인터넷에 나돌고, 작업이 더디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실종자 가족들의 채근에도 묵묵히 바다로 뛰어들었다. 민간 잠수사 이성민 씨는 “돈 준다고 해도 이렇게 못한다. 아이들이 희생된 게 안타까우니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주호 준위 희생이 주는 교훈이 '살신성인'뿐이었나?
민간 잠수사 사망 사고는 이미 예견된 ‘인재’였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더 컸다. 현장 전문가들이 무리한 수색작업으로 인한 인명사고 가능성을 제기하며 수차례 경종을 울렸지만, 희생자가 발생할 때까지 차분하게 제 모습을 되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2010년 천암함 피격사건 당시 ‘한주호 준위의 희생’이 주는 교훈을 되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닷속에서 후배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며 거친 바다로 뛰어든 한 준위는 안전수칙까지 위반해가면서 사흘 연속 잠수에 나섰고, 결국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절명하고 말았다.
그는 ‘군인의 표본’이었지만, ‘안전수칙의 표본’은 아니었다. 그가 남긴 살신성인의 교훈만 강조해서는 또 다른 희생자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베테랑 잠수사는 “지금처럼 작업을 하면 누구 하나 다칠 수밖에 없었다”며 “현장에서 잠수사들이 ‘이러다가 제2의 한주호가 나온다’는 얘기도 했었는데... 정말로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해선 해군해난구조대 전우회 부회장은 “현장에 있는 잠수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종자가족들의 애타는 마음 때문에 무리하게 다이빙을 한 것이 사실이다. 점점 피로가 쌓이고 잠수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면서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잠수사들의 생명도 소중한 것이라는 점을 알아달라”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이제 사체 유실 등을 줄이려면 인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실종자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수색작업을) 할 수 밖에 없지만, 현재 상황과 서로를 생각하면서 결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천안함 피격사건 당시에는 한준호 준위 사고 이후 가족들이 회의를 거쳐 ‘또 다른 희생을 원치 않는다’고 군에 선채 인양을 요청했고, 사고 9일째부터 인양을 시작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