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시킨' 청해진해운이 보험금 받을 확률은?
속속 드러나는 사고원인… 감항성 유지 의무 지키지 않아
서울지법, 동부화재-석정건설 "보험금 지급하지 않아도 돼"
"보험사가 청해진해운에 소송을 걸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높다."
세월호 참사를 지켜본 한 법조인의 말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원인이 과적, 구조변경 등으로 속속히 규명되면서 보험금 지급 여부의 불투명성이 짙어가고 있다.
최근 구조변경으로 침몰한 선박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의 판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선박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청해진해운의 '자승자박'인 셈이다.
7일 서울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달 3일 동부화재가 석정건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며 동부화재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12년 12월 울산신항 3공구 공사현장에서 석정건설이 보유한 선박 '석정36호'가 작업 도중 한쪽으로 기울어 침몰했다.
재판부 판결문을 보면 석정건설은 임의로 석정36호의 구조를 변형했다. 그 결과 선박 무게는 500톤 이상 늘어났다. 재판부는 무리한 구조변경이 선박의 복원력을 감소시켜 침몰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봤다.
보험사는 '해상 고유의 위험(perils of the seas)'이 아닌 불법개조나 과실 등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해상 고유의 위험은 해상에서만 발생하는 우연한 사고나 재난을 의미한다.
또 감항성을 벗어나는 수준에 선박의 과적이나 불법개조는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근거가 된다. 감항성은 항해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갖춰야 할 성능이다. 과적이나 불법개조는 모두 감항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시선을 돌린다면, 세월호 운영한 청해진해운은 감항성 유지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침몰 사고가 '재난'이 아닌 '인재'로 불리는 이유다. 이는 보험사가 청해진해운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이미 검경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부)는 세월호가 사고 당일 복원성 유지를 위한 화물 적재무게인 987톤보다 3배 많은 3608톤을 적재한 사실을 밝혀냈다. 아울러 청해진해운이 세월호 평형수를 기준치의 4분의 1만 채우고 운항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여기에 세월호 도면과 실제 구조도 달랐다. 불법개조 의혹도 더해지고 있는 셈이다.
세월호 선체에 대한 보험은 메리츠화재(78억원)와 한국해운조합(36억원)으로 총 114억원 규모다. 인명 피해에 대해선 한국해운조합이 1인 한도 3억5000만원까지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여부에 있어 보험 본연의 기능을 내세워 보험금을 지급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어떤 경우도 가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진 다음에야 보험금 지급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감항성 유지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게 돼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한국해운조합 관계자는 보험금 미지급 가능성에 대해 "언론에서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앞서가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보험금 지급 여부를 두고 법조계의 입장은 달랐다. 청해진해운의 잘못이 확실해질수록 보험금 지급은 불확실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는 "지금 드러난 정황만 보더라도 보험사가 소송을 걸면 청해진해운이 보험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청해진해운이 아닌 사망자에게 지급하는 보험금 3억5000만원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해진해운의 과실이 명확하면 사망자 가족은 보험사로부터 보장받은 금액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만약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 하면 사망자 가족은 청해진해운에 피해보상을 청구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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