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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20일 "이젠 인양을" vs "아직 수색을"


입력 2014.05.06 10:04 수정 2014.05.07 09:55        백지현 기자

고개드는 인양론 "시신 더 훼손되기 전에..."

끊임없는 수색론 "시신 유실위험 더 큰데..."

세월호 침몰 15일째인 30일 오전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 인근 사고 해역에 계류된 바지선 위에서 민간 잠수사들이 강한 조류로 인해 세월호 선체 가이드라인 설치 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지 48시간이 지난 18일 오전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침몰지점 인근에 해상 크래인이 도착해 대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인양작업은 선체를 인양하기 위한 목적이다. 작업 과정에서 시신이 유실될 확률이 더 크다.”
“눈치볼일이 아니다. 정부가 매를 맞는다는 각오로 하루라도 빨리 실종자 가족과 협의를 해 인양을 시작해야 한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장기화됨에 따라 일부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서는 시신유실과 부패 등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인양을 고려하자’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가족들은 "수색에 착수한지 한 달이 채 안됐다. 수색을 완료해야 한다"며 인양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간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인양’을 언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인양’ 시점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수색작업에 난항을 겪으면서 시간이 지연될수록 시신유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인양에 착수해야 한다’는 주장과 인양작업 과정에서 시신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색작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는 것.

세월호 침몰 17일째를 맞이했던 지난 2일, 침몰지점에서 남동쪽으로 4km가량 떨어진 곳에서 단원고 여학생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시신유실방지 전담반까지 꾸려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시신유실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서도 ‘인양’에 대한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고 있다.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지난 1일 진도 실해 체육관과 팽목항을 방문한 정홍원 총리에게 “총리가 앞장서서 조속한 인양을 작업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조작업이 한 달도 안 됐는데, 인양은 잔인한 것 아니냐. 인양은 안 된다”는 실종자 가족의 의견도 상당수다. 앞서 정부가 전문가 회의 등을 통해 인양을 준비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사고대책본부가 처음으로 인양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은 지난 28일로 고명석 대변인은 “인양부분은 정부에서 준비, 그러니까 인양을 위한 준비는 하고 있다”면서도 “인양을 할지 말지에 대한 논의는 가족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수색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구체적인 인양계획을 세울 것”이라며 덧붙였다.

천안함 폭격당시 선체인양에 관여했던 전문가들도 의견 분분

이와 함께 선체인양을 두고 천안함 포격 당시 천안함 인양에 참여했던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선체인양은 불가하다’는 측에서는 선체인양의 초점이 시신수습에 맞춰있는 것이 아니라, 선체를 인양하는데 있기 때문에 작업과정에서 시신이 유실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인양작업을 착수해야 한다’는 측에서는 수색작업이 장기화될수록 시신이 바다에 떠내려 갈 가능성이 높고, 부패로 인한 시신훼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천안함 인양작업에 참여해 선미를 인양했던 전문 해양국조업체인 88수중개발 정호원 부사장은 지난달 29일 ‘데일리안’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일각에서 시신유실을 우려해 이제 인양작업에 착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인양보다는) 수색작업을 하는 것이 빠르고 도덕적으로도 맞는데, 일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나쁜 사람들이 분위기를 (인양하는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양작업을 할 경우 시신이 유실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인양작업은 시신을 수습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선체를 인양하기 위한 목적이다”라며 “간단하게 전문적인 지식없이 사고가 발생한지 13일째로 접어드는 29일까지 전체 실종자의 3분의 2정도 시신을 수습했고, 이제 3분의 1정도가 남았다. 지금까지 (수색에 들인) 시간만 들인다고 하더라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5월 5일 현재 실종자수는 40명·편집자 주)

그는 “현재 조류가 강한 사리기간이기 때문에 수색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러나 지금 작업을 하고 있는 정예요원들은 강한 유속에 버틸 수 있는 특수훈련을 받은, 말 그대로 특수요원들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양업체 시각으로 봤을 때 날씨가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인양하는데 최소 두 달이 걸리고 수개월까지 소요될 수 있다”며 “산술적으로 환산한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많이 걸린다. 목적이 실종자 수색인데, 하루라도 빨리 실종자를 찾는 것이 좋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특히 천안함 당시 선체인양을 하는데 열흘이 걸린 것은 유가족들의 동의도 있었지만, 배가 두 동강이 나 뱃머리와 꼬리부분을 따로 인양했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의 경우 선체의 무게만 6825톤으로 천안함보다 5배가 무겁고, 여기에 화물무게까지 더하면 1만톤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146m에 이르는 선체를 한꺼번에 균형을 맞춰 바지선에 옮겨 싣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 언제까지 눈치만 보고 있을거냐"

이에 반해 천안함 포격 당시 다른 관계자는 "인양이 불가피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실종자 가족을 설득하는 작업에 주저하고 있다"며 정부의 미숙한 대응능력을 질타했다.

그는 “선체인양은 정서적인 문제로 유족들과 논의가 된 이후 비로소 인양작업을 할 수 있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가족들은 인양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인양작업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해줘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문제는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다느냐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에서 의지를 가지고 매를 맞을 각오 실종자 가족들과 협의를 해야 하는 부분이다”며 “인양이 늦어질수록 정부 측은 곤란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감추지 말고 현 상황에 대해서 가족들에게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우선, 생물학적으로 생존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인양작업을 할 경우 만일에 있을 시신유실에 대비해 3단계로 펜스를 설치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한 뒤 인양작업을 하겠다는 대안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습작업이 장기화 될 경우 시신이 유실과 부패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계속 작업을 하는 것이 과연 생산적인지에 대해 설득해야 한다”며 “눈치를 보고 있으면 일을 매듭지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천안함 폭침 당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유가족들과 협의에 나선 것을 강조, “천안함 폭격사건 때는 선체인양이 열흘 만에 이뤄졌다. 정부가 나서 유가족들에게 설득작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이 사안은 눈치보고 있을 것이 아니다. 정부가 나서 정확하게 현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에 나서야 한다. 이런 식으로 언제까지 갈 거냐”고 말했다.

이상갑 한국해양대학교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까지 인양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된 것이 없다. 막연한 상태”라며 “언딘이 주가 돼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착수를 못하고 있다. 답답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백지현 기자 (bevanil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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