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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의 유일한 기여는 '퓨전사극 피로감'


입력 2014.04.30 10:01 수정 2014.04.30 10:04        김헌식 문화평론가 (codessss@hanmail.net)

<김헌식의 문화 꼬기>시청률은 높았지만 왜곡된 역사 '참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된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 포스터.ⓒMBC

개봉영화 '역린'에 대한 관심과 아울러 드라마 '정도전'과 드라마 '기황후'는 최근 사극 트렌드가 대중문화계의 메인 스트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그런데 이 두 드라마는 겉으로는 사극이라는 같은 공통점을 지녔지만, 장르의 하위적 구분에서는 나름대로 자존심 대결을 벌였다.

즉 드라마 '기황후'는 퓨전 사극의 기치를 내걸었고, 드라마 '정도전'은 정통사극의 기치를 내걸었다. 공교롭게도 개봉작 '역린'의 이재규 감독은 드라마 '다모'를 통해 퓨전 사극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후 퓨전 사극은 매우 각광받는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무협 스타일의 사극부터 픽션, 나아가 환타지 로맨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변주되어 왔다.

하지만 퓨전 사극이 많아지면서 이에 대한 불만이나 비판이 제기되어왔다. 퓨전사극은 공통적으로 역사적 사실과 고증에서 거리를 두어 왔다. 이 때문에 자유로운 상상력을 통한 다양한 이야기가 장점이라고 간주되어 왔다. 천편일률적인 정통사극보다 보는 재미를 한껏 충족 시켜왔다. 바로 이 장점 때문에 비난이 가해지고 말았다. 사극 마니아들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조예가 깊은 경우도 많다.

따라서 역사적 사실과 다를 경우, 몰입이 쉽지 않다. 퓨전사극의 스토리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 어긋나는 사극이 많기 때문에 그 신뢰성에 금이 간다. 너무 많은 사극이 퓨전사극에 몰리면서 정통 사극은 사라지고 말았다. 이 때문에 퓨전 사극 피로증이라는 말도 생겼다. 이는 역사적 사실에 좀 더 충실한 정통 사극을 원하는 시청자들을 응집시키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점을 잘 파고 든 것이 바로 드라마 '정도전'이다. 이 드라마는 역사적 실제 인물들을 등장 시키고 사료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방향에서 서사구조를 엮었다, 적어도 기황후와 같이 급격한 캐릭터의 전환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기황후에서 가장 논란이 된 대목이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캐릭터를 선인으로 만들었던 점이다. 기황후는 물론이고 패륜군주라 평가되는 충혜왕도 이에 해당되어 초기에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고려사' 등의 기록에는 기황후가 고려에 내정간섭을 하는가하면, 자신의 오빠들을 제거했다는 이유로 고려왕을 바꾸고 고려 침공을 모색했다. 드라마 '기황후'는 마지막회에서 이 부분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하고 넘어 갔다. 오빠들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하나 과하며 고려왕을 바꾸기로 결정한다. 반원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실상이나 의미보다는 기황후가 고려 공녀들을 배려하고 원나라에 고려 스타일을 유행시킨 장본인으로 묘사했다.

드라마 '기황후'는 시청률면에서 단연 앞섰는데 사실상 그 이유는 두가지다. 하나는 대원제국을 좌자우지한 막후 실력자가 고려여성이었다는 점, 원나라 황제는 물론 고려왕까지 승냥이ㅡ기황후를 좋아한다는 로맨스와 멜로의 요소가 시청률을 견인했다. 리얼리티보다는 욕망의 대리충족이라는 점이 더 수용되는 대중문화 트렌드에 어필한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역사적 사실에만 충실하다고 해서 진실을 다루고 있는지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는 이유이다.

드라마 '정도전'과 '기황후'는 공통적인 코드를 갖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고려를 비난하는 것이다. 드라마 정도전은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세운 정도전과 이성계를 정당화하고 있다. 드라마 '기황후'에서는 고려가 나라답지 못하여 백성들을 보호하지 못한 점을 강력하게 어필한다. 반원 정책이 고려 백성을 지키기 위한 방책이었기 때문에 기황후는 모순에 빠지고 마는데도 말이다. 고려가 그렇게 쉽게 다룰 수 있는 나라인지 의문을 표하는 전문가도 여전하다. 정도전에서 그린 이인임이나 최영 그리고 그들의 정치역학에 대해서도 논란이 충분이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공식적인 사료가 너무 적은 당대의 기록이 한탄스러운 면이 있다,

드라마 '기황후'는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임에도 시청률 확보에서는 성공했다. 기황후를 등장시켰던 드라마 '신돈'과 다른 결과였지만 퓨전 사극 피로증을 반대로 드러내주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통사극 장르의 부각을 도드라지게 했다. 드라마 정도전의 성공으로 정통 사극들이 제작될 것이고 퓨전 사극일색인 트렌드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같은 역사라도 우리 시대에 어떻게 해석하고 형상화 할 것이냐다. 필연적으로 사극은 토론과 논쟁을 수반한다.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킨 기황후는 어쨌든 역사 논쟁을 활성화시켰다. 이런 계기를 제공해 주는 것도 좋은 역할이기도 하다. 다음에 기황후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들에게 긍정의 역할을 하리라 보여진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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