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민트 라이프’ 취소만이 세월호 추모인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재난과 참사 시 문화예술행사에도 매뉴얼 있어야
최근 (재)고양문화재단은 4월말에서 5월초에 걸쳐 열릴 예정이었던 ‘뷰티풀 민트 라이프’ 공연을 전격 취소했다. 이 행사는 5년 동안 매년 열어오던 음악페스티벌이다. 올해는 인디뮤지션 80여팀이 처음으로 참여할 예정이었다. 주최사인 민트페이퍼는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루전날 공연은 없던 일이 되었다. 그동안 이 행사를 위해 불철주야 준비했던 노력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노릇이었다. 또한 티켓을 구매한 시민들의 불편이 있었다.
‘뷰티플 마인드’ 공연의 취소는 바로 세월호 참사에서 기인한다. 전국민이 슬픔과 고통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행사가 열리면 안된다는 것이 행사 취소의 이유였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서 전적으로 반대할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추모와 애도를 위한 문화적 조치를 위해 여기에서 생각해보아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문화예술계의 고통에 대한 간과이다. 4월과 5월은 많은 문화예술행사들이 있다. 이 행사들은 대체적으로 영세한 업체들이 담당하고 있다. 오랫동안 한 행사를 준비하고, 이를 통해 1년 동안 버틸 양식을 마련한다. 하지만 이런 행사들이 취소된다면 그러한 양식이 제대로 구비되지 못한다. 이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 한쪽에서는 영세한 기업(문화관련기업)들을 살려야 한다고 외치지만, 취소와 철회의 정책조치들은 이에 반한다. 이는 관광업계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때문에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이는 비단 이번 사태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 매해 반복되고 있다. 문화융성의 기조를 살리려면 문화전문기업들이 살아야 하는 측면이 있다.
또한 주로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행사들이 취소된다. 거꾸로 실내에서 이루어지는 행사들은 거의 취소가 되지 않는다. 다만, 연기가 되거나 일정을 조율할 뿐이다. 밖에서 하는 행사는 안 되며, 실내에서 하는 행사는 가능하다는 것은 이중적이고 자칫 위선적으로 보일 수 있다. 안에서나 밖에서나 신독해야 한다. 또한 이는 대관을 하지 못하고 야외 공간에서 공연이나 행사를 할 수 밖에 없는 문화공연을 힘들게 한다. 이 또한 다른 재난이나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을 때 반복적으로 일어났던 현상이다.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편견이 작용하고 있다. 반대하는 이들은 나라에 큰 참사가 일어났는데, 어떻게 풍악을 울릴 수 있느냐고 한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특히 음악을 실내공연장에서 하는 것은 괜찮고 밖에서 하는 것은 안된다고 한다면,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신경 쓰는 이른바 체면과 형식주의에 함몰하는 셈이 된다. 중요한 것은 겉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오는 것이겠다.
애도와 추모는 자발적인 선택사항이어야 하며 무엇보다 그것은 진심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겉으로는 추모하는 태도를 보이고 안으로는 그러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문제일 뿐이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 공연을 반대하며 노는 것으로 표현했던 정치인이 막걸리 파티를 벌여 비난을 받았던 것은 이를 단적으로 말해주었다.
또한 대중음악에 대한 낮은 평가가 작용하고 있다. 대중음악공연에 대해서는 취소가 많았다. 한 인터넷 예매사이트를 예를 보면 대중음악공연은 열에 아홉은 취소되고 클래식이나 뮤지컬 공연은 거의 취소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중음악은 소모적이고 유흥적이고 클래식 등은 그렇지 않다는 편견을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음악공연에 대한 낮은 평가가 암묵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충분히 보일 수 있다. 만약 ‘뷰티풀 민트 라이프’가 대중음악공연이 아니라 클래식 공연이었으면 취소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인디뮤지션들의 공연이 아닌 다른 성악가들의 공연이었다면 달라졌겠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대중음악가들이 특히 음반의 발매연기를 많이 했다.
음악은 단지 유희적이고 희희낙락하는 소모적이고 낭비적인 문화예술장르가 아니다. 얼마든지 나라의 힘든 일을 애도하고 위로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많은 국민들이 힘들어 하는 상황 속에서 치유를 할 수도 있다. 야외의 대중음악 공연은 더욱 이런 점에서 잇점이 있다.
더구나 인디음악은 새로운 관점이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특징을 내포하고 있다. 만약 공연 내용 중에 지나치게 지금의 사회적 상황에 반하는 내용이 있다면 수정을 할 수는 있을지언정 원천적으로 행사 자체를 막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또한 추모와 애도, 힐링을 위한 공연을 진행하는 것이 더 바람직했다. 충분히 행사의 유연한 진행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은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적용이 되어야 한다. 즉, 재난이나 참사가 일어났을 때 문화예술공연은 어떻게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종합적인 매뉴얼이 필요하다. 무조건 취소가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나 중구난방의 조치 때문에 문화예술가들이나 관련기업들, 그리고 이의 수혜자인 시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적 고양이 저해된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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