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고물 여객선 사오는 이유 '돈이 안돼서...'
수주잔량 기준 세계 1위, 글로벌 조선업계 1, 2, 3위 조선업체 보유국. 명실상부한 조선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여객선이 가라앉았다. 그것도 일본에서 중고로 사온 고물 배가.
세월호 참사를 지켜본 국민들은 궁금해 한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있는 나라에서 왜 여객선을 직접 안 만드는지.
결론부터 말하면 ‘돈이 안돼서’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화물선도 만들고,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특수선 분야에서도 항상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그깟 6825t짜리 여객선 하나 만들려고 하면 못 만들 이유는 없다.
그런데 그런 여객선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하는 이가 없다. 청해진해운이 지난 2012년, 당시 19년간 운항하다 퇴역한 세월호를 구매한 가격은 100억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규모의 여객선을 새 배로 구매할 경우 뒤에 ‘0’이 하나 더 붙는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여객선을 만들지 않고 있는 것도 아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가각 10척씩의 여객선을 건조해 모두 인도한 상태다. 이들이 만든 여객선은 세월호와 같은 연안여객선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우조선해양이 가장 최근 건조한 여객선은 승객 정원 3000명에 승무원도 300명 가까이 탑승하고, 자동차도 1000대 이상 실을 수 있는 준 크루즈선이었다. 선가는 31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연안해운업체들에게 수천억원의 선가는 감당하기 힘든 비용이다. 1인당 7만원의 운임을 받고 인천-제주 항로에 승객을 가득 채워(세월호 승선정원 921명) 운항한다 해도 이틀간 벌 수 있는 돈이 6447만원이다. 더구나 저가항공사의 같은 노선 항공료는 여객선 운임보다 저렴해 승객을 가득 채우는 일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월호가 그나마 400여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었던 것도 수학여행을 가는 ‘단체손님’ 덕이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연안여객항로는 물론,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카페리 항로도 여객 운송만으로는 유지비도 뽑기 힘들다”며, “자동차와 컨테이너 화물을 실어 겨우 수지를 맞추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결국, 20년된 고물 선박이 국내 연안을 돌아다니며 사고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배경은 연안해운업체들의 영세성이다. 이 부분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제2의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우리가 건조한 3억달러(3100억원)짜리 여객선은 국가간 이동 수요가 많은 유럽 지역에서 운항하는 선박으로, 튀니지와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를 운항하고 있다”며, “국내 연안해운업체들은 비용 부담이 커 신조선 발주를 안하고 중고선을 매입하든가 용선(임대)해서 사용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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