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현장서 감동' 박대통령 "가장 큰 원동력 용기"
'평화 상징' 성모교회 방문 이어 작센주 주총리 만찬
"국제사회 축복받는 한반도 통일을 이루도록 노력할 것"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통일의 현장에서 진한 감동을 전해 받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각) 구(舊) 동독지역인 작센주(州)의 주도(州都) 드레스덴을 방문, 스타니슬라프 루디 틸리히 주총리와 만찬을 함께했다. 드레스덴은 옛 동독지역의 대표적인 경제중심도시이자 과학기술도시로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구 동독지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만찬에서 “25년 전 동독 ‘평화혁명’의 서막을 열었을 뿐 아니라 통일 후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역동적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작센주는 여전히 분단된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 한국인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독일 통일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자유에 대한 갈망을 행동으로 옮긴 당시 동독 주민의 용기였다”면서 “독일 통일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통일 후 모범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한 작센주의 모습은 한반도 통일의 청사진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과 작센주의 교역량은 지난 5년간 2배 이상 증가해 2013년에는 8억4000만유로에 이르렀는데, 이는 구 동독의 신연방주 가운데 가장 큰 교역규모”라며 “최근에는 한국 기업들이 작센주에 진출하고 투자도 늘려가고 있어 앞으로 호혜적 경제관계가 보다 심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드레스덴 첫 일정으로 드레스덴 성모교회를 방문했다. 성모교회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공습으로 완전히 폐허가 됐다가 독일이 통일되면서 2005년에 복원된 유적이다.
성모교회의 복원 과정에는 미국, 영국 등 20여개 국가에서 모금된 복원기금과 소년시절 드레스덴 폭격을 목격한 미국인 그룬터 블로벨의 1999년 노벨의학상 수상상금이 사용됐다. 또 돔 꼭대기에 연합군 폭격기 조종사의 아들인 영국인 앨런 스미스가 제작한 십자가가 설치되면서 평화와 화해의 상징이 됐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성모교회 방문에 대해 “성공적인 복원과정을 통해 우리 문화재 복원에 대해서도 귀감이 되는 사례를 찾고, 독일 통일 후 구 동독지역의 문화유산에 대한 보존관리의 대표적인 사례를 통해 한반도 통일 후 우리의 문화유산 정책방향과 관련한 시사점을 찾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성모교회 방문을 마친 뒤에는 드레스덴 왕궁의 왕실보물관을 관람했다. 왕실보물관은 성모교회와 마찬가지로 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됐다가 2002년부터 복원이 시작돼 2006년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왕실보물관에 대해 “독일의 문화전통을 자각하게 하는 독일의 명함”으로 평가한 바 있다.
“DMZ도 언젠가 평화의 상징으로 바뀌는 날이 오기를”
베를린에 머무는 동안에도 박 대통령은 통일 현장을 방문하고, 통일 관련 인사들을 접견하는 등 대부분의 일정을 통일 행보에 매진했다.
먼저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독일 통일의 상징인 ‘이스트사이드 갤러리’와 ‘DMZ(비무장지대)-그뤼네스반트 사진전’을 관람했다.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는 붕괴 후 베를린 중심부에 남아있던 1.3㎞ 길이의 장벽에 벽화가 설치된 야외 전시관으로, 과거 독일인들에게는 분단의 비극으로 인한 아픔의 장소였다.
박 대통령은 카니 알라비 예술가협회장으로부터 벽화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장벽을 관람한 뒤, 사진전이 열리는 옆 광장으로 이동했다. 그뤼네스반트는 구 동서독 간 접경지대로, 우리의 DMZ와 같은 역할을 하던 지역이다. 이번 사진전은 독일의 사례를 통해 통일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되새겨보기 위해 마련됐다.
박 대통령은 갤러리와 사진전 관람을 마친 뒤 “오늘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장소에서 DMZ 관련 전시들을 여러분도 같이 보면서 많은 느낌이 있었을 것 같다”며 “이 장소는 많은 사람들에게 비극과 절망을 느끼게 하는 장소였는데, 독일 통일이 이뤄짐으로써 희망과 긍지의 장소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여러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면서, 과거 그뤼네스반트의 사진들을 보면서 우리 DMZ도 언젠가 평화의 상징으로 바뀌는 그런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를 갖게 된다”면서 “한국의 DMZ도 그러한 장소로 바뀌도록 앞으로 노력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전시회 방문에 대해 “분단의 아픔과 고통을 극복하고,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를 이룩함으로써 우리의 DMZ도 독일의 그뤼네스반트와 같은 새로운 통일 시대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 이리스 글라이케 경제에너지부 정무차관, 요하네스 루데비히 전 경제부 차관, 로타 드 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 라이너 에펠만 전 동독 국방장관 등 독일 통일과 통합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인사 5명을 초청해 독일의 경험과 조언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올해가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지 25년이 되는 해이며 내년은 한반도가 분단된 지 70주년을 맞게 된다”면서 “한국인들이 느끼는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열망을 가장 잘 이해하는 분들을 모시고, 한반도의 새로운 통일시대를 열기 위한 통찰력과 지혜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동독의 마지막 총리였던 드 메지에르 전 총리는 △정치체제, 분단상황에 대한 동독 주민들의 불만족 △동독에 대한 서독의 꾸준한 변화정책 △독일 내부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기존 정책을 수정한 구소련 고르바쵸프 서기장의 결정 등이 독일 통일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동독 주민들이 8시부터 서독을 향해 내다보고 있다’는 농담이 생길만큼 서독 TV를 많이 시청해 서독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며 “또 동독 주민의 3분의 1이 서독을 방문할 수 있는 단계까지 전개됐고,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최소한 서독에서 동독으로의 이동이 어느 정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통일 당시 서독 내무장관이었던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동독에 대한 서독의 경제적 지원과 관련, “항상 교류 확대와 활성화를 조건으로 내세워 교류를 지속했기 때문에 인적 교류와 왕래가 지속됐는데, 이는 퍼주기식 지원이 아니었으며, 결과적으로 평화 혁명과 평화 통일이 가능했다“고 조언했다.
특히 쇼이블레 장관은 “통독 당시 그 누구도 통일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베를린 장벽이 스스로 붕괴된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일어나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귀한 시간을 내어 소중한 조언을 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며 “우리는 북한 주민의 이해와 삶을 증진시키기 위해 주민 접근을 통한 노력을 꾸준히 넓혀나갈 것이고, 남북한뿐 아닌 국제사회에 축복이 되는 한반도의 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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