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박 대통령에 "통일은 정말 행운이자 대박"
<한·독 정상회담>동서독 접경지역 보존경험 공유 합의
박 대통령 "베를린장벽처럼 휴전선 반드시 무너뜨릴것"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6일(이하 현지시각)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 구상에 대해 “독일 통일은 정말 행운이자 대박”이라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베를린 연방 총리실에서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독일은 냉전 당시에 분단이란 아픈 경험을 공유하는 특별한 유대감을 갖고 있다”며 “독일은 이미 통일을 넘어 통합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우리에겐 한반도 평화통일의 모델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올해가 베를린장벽 붕괴 25주년이 되는 해인데, 이번 방문에서 통일독일의 모습을 보면서 통일한국의 비전을 세워보고자 한다”며 “독일이 갖고 있는 통일에 대한 경험, 지식을 참고로 해서 한반도에서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여러 가지로 구체화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독일 통일은 정말 행운이자 대박이다. 그래서 대박이란 말이 나의 느낌도 반영하고 있다”면서 “내가 구동독 시절 어린 시절을 보냈고, 25년 전 베를린 장벽 무너진 모든 사건들이 독일의 1700만 구동독 주민의 삶을 변화시켰다. 모든 주민의 삶을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또 “독일과 한국 간 외교부를 통해 통일 문제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고, 우리가 한국에서 통일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자 한다”며 “독일은 40년 간 분단됐고, 한국은 거의 70년 간 분단됐다. 그래서 한국에서 한반도에서 통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메르켈 총리는 “통일이 되면 경제 지원이 문제가 될 것이다. 그래서 그 전에 모든 상황이 바뀌게 된다”면서 “그 전에 다른 삶을 산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 사람들에게 개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부분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남북한의 상황은 독일과 다르다고 들었다. 독일의 경우에는 TV도 볼 수 있었고, 서로의 삶에 조금 더 가까웠다”며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준비를 많이 하면 통일이 수월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통일 염원이 크다고 들었다. 그를 위한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북핵 불용 원칙에 대해서도 양국 정상은 입을 모았다.
먼저 메르켈 총리는 “회담에서 북한의 핵도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북한을 어떻게 대화로 다시 이끌 수 있느냐도 이야기를 나눴다”며 “독일은 한반도의 상황이 평화적으로 전개되길 바란다. 북한의 핵상황이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바라며 6자회담에 대해서도 지원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양국은 북핵 불용이란 단호하고 일관된 원칙 위에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도록 견인하는 데에 함께 노력해나가기로 했다”면서 “특히 독일은 우리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해 지지와 환영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양국 재무당국 간, 경제정책연구기관 간 협력 네트워크를 새롭게 구성해 독일의 경제통합과 통일재원 조달 문제를 체계적으로 연구해가기로 합의했다. 또 양국 외교부 간 통일외교정책자문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해 외교정책적인 측면에서의 경험을 공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우리 정부는 각종 대북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독일 NGO(비정부기구), 정치재단 등과 협력사업을 모색하고, DMZ(비무장지대)의 보존과 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과거 동서독 접경지역 보존 경험을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박 대통령은 이 같은 합의들이 우리의 통일 과정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밖에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양국 경제단체, 관련기관, 기업들 간 MOU(양해각서)를 체결해 교류협력을 확대하고, 호혜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또 우리의 산업통상자원부와 독일의 경제에너지부 간 MOU에 따라 연구개발, 기술사업화, 산학협력 분야에서 협력을 지속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메르켈 총리는 “한국은 연구개발비로 GDP의 4%를 지출하지만, 독일은 3%에 만족한다. 50년 전과 상황 많이 바뀌었다”며 “특히 전기전자, 스마트폰 등의 제품들에 있어서 한국의 뛰어난 업체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한국이 세계적으로 뛰어나 독일이 자극받고 있다. 한독 중소기업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독일 상징 베란덴부르크문 시찰 이어 전쟁희생자 추모비 헌화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에 앞서 박 대통령은 독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을 시찰하고, 베를린시청을 방문했다.
브란덴부르크 서편 광장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이 준비한 꽃다발을 받은 뒤, 브란덴부르크 중앙통로 아래를 지나 동편 광장까지 150m 가량 함께 걸어갔다. 시찰을 끝낸 박 대통령이 차량에 탑승할 때에는 연도에 대기하던 교민들이 태극기와 손을 흔들며 환호했다.
이후 베를린 시청에 방문한 박 대통령은 방명록에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라고 서명했다. 보베라이트 시장 등은 박수로 화답하며 브란덴부르크문 모형을 선물로 건넸다. 우리 측은 보베라이트 시장에게 복숭아 문양을 새겨 넣은 백자 찻잔세트를 전달했다.
보베라이트 시장은 “브란덴부르크문을 통으로 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면서 “브란덴부르크문은 통일의 상징이다. 한반도에서도 통일이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베를린 방문을 마친 박 대통령은 전쟁희생자 추모비를 찾아 헌화했다. 독일군의 도열과 함동참모차장의 영접을 받으며 추모관에 입장한 박 대통령은 ‘The president of the Repulic of Korea’라고 쓰인 리본이 달린 화환을 헌화한 뒤 묵념했다.
가우크 대통령 우리 속담 인용에 박 대통령 독일 속담으로 화답
이후 박 대통령은 요하임 가우크 독일 대통령이 주최한 오찬행사에 참석했다.
가우크 대통령은 먼저 “양국의 수도 베를린과 서울은 비행기로 8000㎞ 이상 떨어져 있다”며 “그런데도 대통령 각하를 모신 오늘 나는 마치 이웃이 찾아온 것처럼 느껴진다”고 박 대통령을 환대했다.
가우크 대통령은 “양국의 역사를 서로 이야기하다보면 우리는 많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면서 “오랜 전쟁으로 인한 파괴의 경험도 있고, 한국에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분단의 운명, 그로 인한 크나큰 고통이라는 공통점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성사됐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관련해서도 가우크 대통령은 “수십 년 동안 만날 수 없었던 가족들의 기쁨과 눈물을 접하면 나는 공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다만 가우크 대통령은 “양국은 성공적인 재건민주화와 경제성장과 같이 우리를 기쁘고 강하게 만드는 경험들도 공유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교육과 부단한 혁신이라는 가치관도 공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가우크 대통령은 “우리의 경제적 부는 풍부한 천연자원 덕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려는 의지를 가진 훌륭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창출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과 독일이 사실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서로에게 배워야 한다. 한국과 독일은 오늘날 유사한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가우크 대통령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와 북한의 각종 무력도발을 언급하면서 ‘시작이 반이다’라는 우리 속담을 인용, “통일 문제에 관한 양국의 지속적 의견 교류를 통해 언젠가 있을 한국의 접근에 대비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한민국과 독일이 수교 130주년을 맞았다”며 “그 130년의 시간 동안 독일은 한국 국민에게 늘 신뢰와 믿음을 주었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독일이 1960년대 경제개발에 필요한 차관을 제공해주고,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대규모 투자 사절단을 파견했던 점을 언급하며 “(이 때문에 독일은) ‘어려울 때 곁을 계속 지켜주는 친구는 드물다’는 독일의 유명한 경구를 떠오르게 하는 진정한 친구로 우리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다”고 말했다.
통일과 관련해서는 “70년 가까이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살아온 우리 국민에게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 과업을 달성한 독일은 부러움의 대상이자 우리 대한민국이 가야 할 목표”라며 “나는 독일의 값진 경험을 공유하는 한편 우리에게 맞는 대안을 모색하면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착실히 준비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번 방문에서 독일 통일의 현장인 베를린과 함께 구동독 지역에서 통일과 통합, 경제발전의 성공사례로 평가받는 드레스덴을 방문해 한반도 통일과 통합의 방향을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가질 것”이라며 “통일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굳은 확신을 가지고 하나하나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대통령님 일찍이 동독 체제에 저항하며 자유를 위해 싸웠고, 그 치열한 힘들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던 것처럼 우리 휴전선도 반드시 무너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