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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벽에 막힌 신당 무공천, 번복 가능성은?


입력 2014.03.20 19:37 수정 2014.03.20 19:48        이슬기 기자

새정치비전위 '무공천 재검토'발언에 당내 불만 폭발

중진급 "통합은 승리를 위해, 승리해야 새정치가 가능"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운동 수운회관에서 열린 새정치비전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에서 핵심 고리였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선언이 벽에 부딪쳤다. 통합 이전부터 억지 봉합으로 눌러왔던 내부 불만이 이제야 터진 것이다.

기름구덩이에 불씨를 던진 건 19일 새정치비전위원회(비전위)의 무공천 재검토 관련 발언.

백승헌 비전위원장은 지난 19일 1차 정치개혁안을 발표한 자리에서 ‘신당의 기초선거 공천폐지 결정을 재검토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창당 전후를 불문하고 모든 의제에 대해 열려 있다. 현재 국민들이 무공천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우리 위원회가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태욱 비전위 간사도 이날 오찬 간담회에서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운을 뗀 후 “기초선거 무공천이 정당 민주주의에 부합하는지 의문이고 현실적인 문제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 간사는 ‘비전위가 무공천 철회를 요구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일단 논의를 해봐야한다”면서도 “어떤 결정이 나든 제안할 수 있을 것이고, 당에서 비전위의 독립적인 논의를 보장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무공천 재검토에 대한 가능성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논란이 커지자 백 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새정치를 위한 것이라면 비전위에서 어떤 의제도 다룰 수 있다고 한 것은 일반론적인 이야기”라며 “의제 제한이 없다는 것이 기초선거 무공천 검토 시사로 확대 해석되는 것은 비전위의 입장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중진급들 “새누리당만 회심의 미소, 공천 철회해야”

하지만 이미 민주당 내에서는 ‘공천 없이 선거를 어떻게 치르느냐’며 무공천에 대한 반발이 거세게 터져 나왔다. 게다가 당장 당내 중진들부터 회의론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파장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부영 민주당 상임고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선 공약을 파기한 새누리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전개되는 선거 판세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반면, 2번 기호가 사라지게 된 새정치민주연합 측 구청장 시장 군수를 비롯한 기초의원들은 무소속 후보로서 난립하는 후보들 속에서 망연자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고문은 이어 “한쪽이 일방적으로 공약을 파기했는데 다른 쪽에서는 그에 따른 손해를 감수하면서 공약을 지키는 것이 무의미해졌다”면서 “아직 늦지 않았다. 더 큰 집을 짓기 위한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무공천 철회를 촉구했다.

정당공천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던 박지원 의원도 20일 트위터를 통해 “타당은 공천하고 우리만 폐지하면 후보난립 등 혼란으로 패배, 조직도 와해”라면 “당내, 새정치비전위, 언론에서도 부활론을 제안. 통합은 승리를 위해, 승리해야 새정치가 가능하다. 기초단체 정당공천 재검토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 당원 투표로 결정했다지만...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이미 예정된 수순이라는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7월 전 당원 투표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상향식 공천을 대안으로 제시, 사실상 정당공천 유지를 선언하면서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이에 당내에서는 “룰이 다른데 어떻게 경기를 뛰느냐”며 무공천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실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민주당이 공천 없이는 오는 6.4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것이란 예측이 기정사실화 된 듯 나왔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무공천 합의에 대해 “어느 선거가 어떤 당은 공천하고, 어떤 당은 공천을 하지 않느냐. 이런 선거는 지구상에 없던 일이다”라며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이대로 가다가는 광역단체장은 한 자리도 못 얻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성계의 반발도 거셌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무공천 선언 이후 여성계에서는 곧바로 “지방선거 출마를 포기하는 여성 후보들이 많아지고 여성 당선자 비율이 15% 미만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한 정당공천 폐지로 현직 의원들의 권한이 강해지고 금전적, 조직적 힘을 가진 소위 지역 유지들의 당선 가능성만 더욱 높아졌다는 회의론도 대두됐다.

“무공천은 야권통합의 명분” 되돌리면 당 근간 흔드는 셈

상황이 이렇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무공천 폐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새정치연합이 민주당과의 통합 과정에서 전제로 내걸었던 것이 바로 ‘정당공천 폐지’였기 때문. 무공천 철회는 곧 신당의 근간을 부정하는 셈이다.

따라서 설령 비전위가 무공천 재검토와 함께 철회 요구를 한다고 해도 당 차원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전위의 첫 개혁안이 사실상 제안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데일리안'과 만남에서 “기초공천으로 돌아가는 것은 명분과 실리를 다 잃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그는 이어 “공천을 하지 않으면 전멸하거나 엄청난 피해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무공천은 야권통합의 명분이었기 때문에 다시 돌릴 수 없다. 대신, 그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형태로든 1번은 찍지 말자고 호소해야 한다”라며 “명분도 찾고 실리를 잃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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