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으로 버무린 착한(?) '엄마의 정원'
가족극 표방한 또 다른 막장극 예고에 관심
MBC, 사극에서 현대극으로 시청률 확보 나서
또 하나의 막장 드라마가 예고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물론 제작진은 엄마의 품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드라마라는 입장이다. 과연 시청자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17일 서울 잠원동 더 리버사이드 호텔에서는 배우 정유미, 최태준, 고세원, 엄현경, 고두심, 추소영, 노도철 PD등이 참여한 가운데 MBC 새 일일극 '엄마의 정원'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가족극을 표방한 '엄마의 정원'은 엄마를 중심으로 한 가족애와 사랑의 소중함을 그린다.
'소울 메이트', '반짝반짝 빛나는' 등을 만든 노도철 PD는 "이번 드라마는 전작 '소울메이트'의 연속극 버전 같은 작품"이라며 "드라마를 통해 따뜻한 가족애와 상처받은 사람들이 치유받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엄마의 정원'에서 '정원'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정원'은 극 중 정순정(고두심)이 운영하는 신림동 하숙집이자 힘들고 지친 사람들이 위로받는 공간이다. 정원에 모인 사람들은 엄마라는 구심점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이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게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다.
'엄마의 정원'에는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출생의 비밀과 재벌가의 사랑이 등장한다. 출생의 비밀은 극 초반에 다뤄진다. 이에 대해 노 PD는 "막장은 아니다"라고 강조한 뒤 그 이유로 박정란 작가를 꼽았다. 박 작가는 '사랑해 울지마', '행복한 여자' 등을 통해 뛰어난 필력을 인정받은 노장이다.
노 PD는 "'엄마의 정원'은 연속극의 대가 박정란 작가의 작품"이라며 "촬영을 하면서 작가의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전개를 느끼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엄마' 정순정 역은 이 시대의 국민엄마, 고두심이 맡았다. 그간 많은 작품 속에서 다양한 엄마를 맡았던 그에게도 '엄마' 역할은 매번 어렵다고 한다.
"부담스러운 마음이 가득해요. 연기를 42년 동안 했지만 엄마 역할은 할 때마다 어렵고 까다로웠어요. 엄마는 고향이나 뿌리, 근원을 뜻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끼고 용기를 가질 수 있는 울타리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제목이 엄마의 정원이라서 어깨가 더 무겁지만 좋은 토양과 고향 같은 엄마의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고 싶어요.""
고두심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노 PD와 생각을 같이 했다. 그는 "박정란 작가님을 믿고 하게 됐다"면서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요즘, 시청자들이 우리 드라마를 통해서 조금은 천천히 생각하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우 정유미와 엄현경이 동복자매인 서윤주와 김수진을 연기한다. 대성기업 첫째 딸인 서윤주는 밝고 활달한 수의사다. 출생의 비밀을 알고도 부모님을 위해 모르는 척 하는 속 싶은 딸이다.
정유미는 "시나리오가 담백하다. 젊은 사람들이 봤을 때 더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라고 믿는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백마 탄 왕자를 만나 신분상승을 이루고자 하는 김수진 역을 맡은 엄현경은 "데뷔 이래 처음으로 악역을 연기하게 됐다"면서 "욕 먹을만큼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고세원과 최태준은 극 중 재벌형제 차성준과 차기준으로 분해 서윤주, 김수진과 엇갈린 사랑을 그린다. 이 외에 나영희, 길용우, 박근형, 김창숙 등 연기파 중년 배우들이 투입돼 탄탄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엄마의 정원'은 MBC가 오후 9시 일일드라마를 편성한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현대극이다. MBC는 지난해 메인 뉴스를 8시간대로 옮기고 일일극을 9시대에 방영하는 파격 편성을 했다. 당시 야심차게 출발했던 '구암 허준'은 10%에 못 미치는 시청률로 막을 내렸고 이어 방송한 '제왕의 딸, 수백향'은 웰메이드 사극이라는 호평에도 불구, 지난주 108부로 조기 종영했다.
이 때문에 '엄마의 정원'에 거는 기대가 크다. 사극에서 현대극으로 새 단장한 MBC 일일극이 안방극장에 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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