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듯 될듯' KIA 불펜, 믿어도 되나
시범경기 '공포의 타선' 넥센 상대로 1실점 묶어
아직 안정감 떨어지지만 위기관리 능력 돋보여
KIA 타이거즈는 최근 몇 년간 불펜 때문에 골치를 앓았다.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유동훈을 중심으로 한 막강불펜이 맹활약했지만 이후 4년 동안 제몫을 한 시즌이 없다. 8위에 그친 지난 시즌은 마무리를 비롯해 ‘필승조’ 전체가 붕괴, 평균 불펜자책점 5.32로 꼴찌를 기록할 만큼 사실상 ‘구멍’으로 전락했다.
불펜 구성은 올 시즌도 선동열 감독과 KIA 운명을 결정할 가장 큰 변수로 지목된다.
KIA는 이미 데니스 홀튼, 양현종, 김진우 등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선발진을 구축했다. 지난해 불펜서 활약했던 송은범도 올해는 선발로 전환한다. 하지만 아직 불펜 구성은 안개 속이다. 시범경기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최상의 필승조를 구축할 수 있는 최종테스트다.
KIA는 12일 넥센을 상대로 6-1 승리를 거뒀다. 앞선 3경기에서 무려 22점을 뽑아낸 ‘공포의 타선’을 자랑한 넥센을 1실점으로 막아낸 것은 고무적이다. 선발 양현종이 4이닝 동안 볼넷 하나만 내주고 넥센 타선을 묶으며 스타트를 잘 끊었지만 불펜의 활약도 괜찮았다.
물론 안정감은 다소 떨어졌다. 5, 7, 8회에 걸쳐 주자를 득점권에 내보내며 고전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삼진을 잡아내며 스스로 고비를 탈출하는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박경태(2이닝 2안타 1실점)는 5회 2사 1,2루에서 허도환을, 김지훈(1이닝 1안타 1실점)은 7회 2사 3루에 문우람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네 번째 투수로 등장한 심동섭(1이닝 3볼넷 무실점)은 폭투 포함 3타자 연속 볼넷으로 무사만루 위기를 자조했지만 이후 강지광, 서동욱, 김지수까지 세 타자를 연이어 삼진으로 잡아냈다.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올 시즌 KIA 마무리 투수인 어센시오(1이닝 무실점)였다. 9회 등판과 함께 백승룡과 이성열을 연속 삼진으로 잡은데 이어 문우람을 내야땅볼로 처리며 깔끔하게 1이닝을 마무리했다.
어센시오는 지난 9일 삼성전에 이어 국내 무대 2경기 연속 깔끔한 무결점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기간 열린 연습경기에서도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인 어센시오는 의심의 여지없이 올 시즌 KIA 마무리로 중용될 것이 확실시되다. 어센시오 앞에 배치될 셋업맨에는 일단 좌완 심동섭이 선동열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하지만 허리는 좀 더 점검이 필요하다. 현재 베테랑 언더핸드 투수인 유동훈이 부상으로 시즌 초반 자리를 비운 상황이다. 대졸 신인인 사이드암 김지훈과 2년차 언더핸드 박준표는 KIA 마운드에서 올 시즌 마음먹고 육성을 노리는 투수들이기도 하다. 시범경기에서 5선발 경쟁에서 밀려난 투수 중 한 명이 롱릴리프로 합류하면 불펜 가용전력은 더 풍부해질 전망이다.
경험부족이라는 점에서 아직 불안하기도 하지만 세대교체를 추구하는 KIA로서는 불펜 필승조의 구축은 올 시즌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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