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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때 달라요' 안철수 공천제 폐지 말바꾸기 역사


입력 2014.03.11 09:53 수정 2014.03.11 10:05        조성완 기자

"기초선거 공천 폐지는 부작용 많다" → "공천폐지야말로 새정치"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정치연합 사무실에서 열린 중앙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기초선거 공천폐지를 두고 ‘갈 지(之)’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처음에는 “공천권은 국민에게 돌려드려야 된다”고 말했지만, 이후 “정당공천을 폐지하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며 ‘단계적 폐지’를 강조했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24일에는 “정치의 근본인 약속과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라며 ‘일괄적 폐지’를 주장했다.

결국 “약속과 신뢰”를 내세워 여야에게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촉구했지만 본인 스스로도 정당공천 폐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정하지 못한 채 ‘폐지-단계적 폐지-일괄적 폐지’로 입장이 계속해서 바뀐 모순을 드러낸 것이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단계적 폐지-일괄적 폐지’ 그 변화의 역사

안 의원은 제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12년 10월 8일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가진 강연에서 정치권이 기초선거 공천제를 폐지 못하는 이유로 ‘기득권’을 내세우며 폐지를 촉구했다.

그는 당시 “대통령의 권한은 인사권에서 나오듯 정당의 힘은 공천권에서 나온다, 공천권의 힘이 워낙 세서, 아무리 사명감이 있고 똑똑한 분들도 정치를 하게 되면 국민이 아니라 공천권을 가진 분들을 바라보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보면 민의에 반하는 행동이 나오게 된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사회에 팽배한 것 같다”면서 “이를 해결하려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국민들이 좋은 사람이라고 판단한다면, 삼고초려·십고초려를 해서라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직 국회의원 선거가 많이 남았다, 그보다 먼저 다가오는 것은 (2014년)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 선거”라며 “지역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 최소한 시·군·구 기초의회 정당 공천제는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폐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굉장히 큰 기득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와 같은 해 11월 18일 공동으로 발표한 ‘새정치공동선언 합의문’에서는 “공천권은 국민에게 완전히 돌려드리겠다”며 오히려 한발짝 더 나아간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4·24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하면서 안 의원의 입장은 오히려 한발짝 뒤로 물러서게 된다. 사실상 ‘조건 없는 폐지’를 주장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단계적’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이다.

안 의원은 지난해 8월 28일 자신의 싱크탱크격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정당의 책임 정치라는 측면에서 원칙적으로 (정당공천은) 옳은 방향이지만 제도의 부작용이 심하므로 한시적으로 폐지하고, 그동안 개선안을 만드는 것이 적절하다”며 “공천폐지라는 과도기적 상황과 정치상황에 맞는 선택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당공천제는 점진적·단계적 폐지 실시를 제안한다”며 “정당공천 폐지는 1차적으로 기초의원 선거에 한해 적용하고, 공천폐지에 따른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주민자치 정신에 부합할 경우 그 다음 선거에서 기초단체장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라고 구체적인 계획까지 설명했다.

안 의원은 특히 “여러 가지 상황상 어려운 경우에도 기초단체장에 대해서도 공천을 폐지하되 행정부가 존재하는 기초단체에 한해서는 정당공천을 유지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기초단체장 공천 폐지에 대해서도 조건부 예외를 제안했다.

‘단계적 폐지’를 주장했던 안 의원의 입장은 새정치연합 창당을 추진하면서 다시 바뀌게 된다.

안 의원은 지난달 2월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정치의 근본인 약속과 신뢰를 지키기 위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불과 6개월 전, 폐지에 따른 부작용이 심하기 때문에 ‘단계적 폐지’를 하겠다는 입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일괄적 폐지’를 꺼내든 것이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국민들의 뜻을 받들고 원칙을 지키는 정치세력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십시오. 우리들에게 힘을 보태주십시오”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기초의원 비례대표도 마찬가지, ‘제도 개선-폐지-유지’ 오락가락 입장

안 의원의 입장 번복은 기초의원 비례대표 공천 부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안 의원은 새정치공동선언 합의문에서 “기초의회 의원의 정당 공천제도는 폐지하되, 여성의 기초의회 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비례대표제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내일’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공천제 폐지정신에 따라서 기초의원 비례대표 제도 역시 폐지돼야 한다”며 “그것이 정당공천폐지의 기본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의 ‘제도 개선’ 입장에서 한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의 기초선거 공천폐지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안 의원은 기초의원 비례대표 공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10일 현재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윤여준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의장이 지난달 26일 “기초의회 비례의원 공천은 사회적 약자, 전문성 있는 인사들의 지방의회 진출을 위한 것인 만큼 광역·기초 비례대표 의원은 공천을 하겠다”고 말하면서, 정치권은 자연스레 새정치연합이 기초선거 비례대표 공천을 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비록 안 의원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설령 윤 의장의 발언이 안 의원의 생각과 다르다면 그것은 새정치연합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모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즉, 소통을 강조했던 안 의원 스스로도 내부 인사들과 소통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이와 관련,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정치 내공이 쌓이면 긴 호흡에서 여러 가지를 보기 때문에 돌발 변수가 생겨도 넓게 볼 수 있는데 내공이 없으면 여기저기 집중하다가 오늘 한 말과 내일 할 말이 달라지게 된다”며 “일괄성이 없기 때문에 앞뒤가 안 맞는 자가당착적 논리를 해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흔히 지방선거라고 하면 광역단체장과 광역의원,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여기에 광역·기초 비례대표까지 넣어서 6개의 선거를 의미한다”면서 “(안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광역단체와 광역·기초 비례의원 3개는 공천을 하고, 나머지 3개는 공천을 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3대3인데, 이것을 공천폐지라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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