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안철수에 4번 뒷통수 맞은 윤여준, 왜 남았나


입력 2014.03.08 10:08 수정 2014.03.08 10:15        조소영 기자

"명분 없어서" vs "새정치 열망 강해"

안철수 '잡을까, 놓을까' 최종 결정 주목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과 윤여준 새정치연합 의장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정치연합 사무실에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과의 회동에 참석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윤여준 새정치연합 의장은 지난 2일 중앙운영위원장인 안철수 무소속 의원에게 ‘네 번째 뒤통수’를 맞았다.

‘새(新)정치’를 위해 안 의원으로부터 십고초려 돼 온 그는 ‘구(舊)정치’인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앞서 윤 의장은 지난달 20일 출간된 대담집 ‘누가 해도 당신들보다 낫겠다’에서 안 의원이 새정치를 구현할 ‘세 번의 기회’를 놓쳤다고 했다. 청춘콘서트를 마친 2011년 9월, 2012년 4월 총선, 그리고 12월 대선이 그 시점이다.

윤 의장은 안 의원이 2011년 ‘첫 번째 기회’에서 자신의 구상과는 다른 ‘잘못된 단추’를 끼우자 즉시 그와 결별했다. 당초 윤 의장의 구상은 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던 안 의원을 중심으로 조직을 구성해 2012년 총·대선을 뒤흔들어 새로운 세력으로 떠오르는 것이었지만, 안 의원은 이와는 다른 길을 갔다. 서울시장 출마를 놓고 여러 번 윤 의장과 상의했던 안 의원은 막판에는 그와 상의도 없이 박원순 변호사 지지를 선언했다.

결국 한 번에 ‘세 번의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된 윤 의장은 이후 안 의원과 철저히 거리를 뒀다. 대선 당시 안 의원의 상대편이라 할 수 있는 문재인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후보 캠프에 둥지를 튼 것은 물론 전체적으로 안 의원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안 의원의 ‘무소속 대통령론’에 “책임정치를 할 수 없다”고 했고, 그의 화법에 대해서는 “감성적 언어로 추상성이 높은 모호한 말을 한다”고 했다. ‘새정치’의 정체성을 꼬집기도 했다.

그런데 왜 지금은 그때와 같이 단번에 등을 돌리지 못할까.

윤 의장은 지난해 안 의원의 품으로 다시 돌아올 당시 “안 의원이 굉장히 변했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과거와 변한 것은 없었다. 지난 4일 ‘광주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뒤늦게 알게 된 신당 창당 소식에 대해 “무슨 일을 이렇게 하나. 어처구니가 없다”고 분개했다. 5일 열린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간 지도부 연석회의에는 참석은 했지만, 굳은 표정과 침묵으로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게다가 민주당측 신당추진단장인 설훈 의원은 2002년 대선 당시 윤 의장이 이회창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의 측근으로서 로비스트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해 윤 의장과는 매우 불편한 관계다. 또 대담집에 따르면 현재 민주당 내 제1계파인 친노(친노무현) 세력은 당시 문 후보가 윤 의장을 영입하는데 극심하게 반대했으며, 문 후보는 선거가 끝난 뒤 대선 과정에서 그의 역할이 대폭 줄어든데 대해 전화를 걸어 사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고행의 길’이 될 것이라는 게 예고돼있음에도 전과 같이 안 의원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않고 ‘신당 창당 과정과 새정치 의지를 본 뒤’로 거취 결정을 미룬 윤 의장을 향해 정치권의 주를 이루는 평은 “안 의원을 떠나면 갈 곳이 없으니 남은 것”과 같이 차갑다.

보수 정치계에서 탁월한 전략가로 제갈량이라는 별칭을 얻었던 것도 문 후보와 안 의원을 거치면서 퇴색돼 여권 사이에서는 “과대포장”부터 “화전민 정치가”라는 말까지 나온다.

안 의원의 대선 캠프에 있던 한 인사는 “안 의원의 결정 후 윤 의장의 말들을 보면 안 의원을 적극 지지하겠다는 의도보다는 ‘한 번 두고 보자’는 의미가 더 커 보인다”며 “윤 의장이 뒤통수를 맞은 게 (서울시장 선거에 이어) 두 번째인데 이번에 당장 나가지 않은 것은 스스로 면목이 없기 때문이고, 분명 나갈 명분을 찾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반면 윤 의장 자신이 새정치를 구현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이에 따라 새정치를 실현하는데 안 의원을 대체할만한 인물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을 움켜쥐고 있다는 말도 있다. 그는 대담집에서 “새정치는 내가 오랫동안 품고 있던 소망”이라며 “어떻게 보면 새정치라는 콘텐츠보다 (그것을 구현할) 사람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의장은 지난 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민주당과의 통합을 결정한 안 의원에 대해 “안 의원처럼 순박한 사람은 열 번 속지”라고도 한 바 있다.

윤 의장과 오랫동안 정을 쌓아온 한 지인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윤 의장은 새정치에 대해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고, 일찍이 안 의원에게서 희망의 싹을 봤다”며 “그런데 자신과 사전에 충분한 논의나 전략도 없이 덜커덕 가버리니 잘할지 걱정될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 지인은 또 “윤 의장이 혜택이나 무엇을 바라는 시기를 접은 것은 꽤 됐다”며 “정치 발전에 일조하겠다는 생각으로 체면도 다 버리고 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윤 의장은 8일 오후 2시 서울시 신청사 대강당에서 이번에 함께 대담집을 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와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과 토크쇼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도 그의 거취에 대한 문제가 주요하게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윤 의장이 향후 안 의원을 택할지 혹은 또 한 번의 결별을 택할지 그의 최종 결정이 주목되고 있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조소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