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를 왜 해야해!' 안철수식 CEO 리더십 논란
서울시장 선거, 대선 야권단일후보, 통합 신당 창당 '줄줄이 홀로 결정'
‘국회의원 안철수’의 CEO식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치권 등장 당시부터 한결같이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고 되뇌던 것과는 전혀 달리, 독단적 행보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안 의원이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전격 발표한 후, 새정치연합은 내부 혼란으로 연일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앙운영위원장단은 물론 안 의원이 직접 십고초려 했다던 윤여준 의장마저 기자회견 당일 아침에야 해당 사실을 일방 통보받았고, 이에 대해 윤 의장은 “공적기구인데 의사결정 구조 없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해줬다. 과정이 온당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지적했다.
이뿐 아니라 여의도 사무실에는 새정치연합 이름으로 활동하던 지역 인사들로부터 연일 항의 전화가 이어졌다. 특히 안철수 신당행을 위해 민주당을 탈당했던 시·도 의원들은 민주당과 통합한다는 일방적 결정에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안 의원은 3일 중앙운영위원회의에서 “전국의 발기인을 포함한 여러 동지들께 미리 상의 드리고 충분한 의견을 구하지 못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혼란은 쉬이 진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 때마다 튀어나오는 습관, '독단적 일방통행'
안 의원의 일방적인 일처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지난 2011년 9월. 안 의원은 박원순 당시 변호사와 만난 후 돌연 “후보직을 양보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교수 신분으로 여론조사에서만 4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얻던 안 의원이 지지율 3%대의 후보에게 자리를 내어준 것이다.
윤 위원장은 이를 말렸으나 안 의원은 선거 포기를 강행했고 결국 두 사람은 자연스레 갈라섰다. 선거를 위해 먼저 도움을 청한 안 의원이 윤 위원장과 충분한 상의를 거치지 않고 양보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당시 안 의원이 “윤여준 장관이 멘토라면, 나의 멘토는 300명도 넘을 것”이라며 윤 위원장을 평가절하 하듯 발언했던 것이 갈등의 불씨로 작용했다는 등 갖가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1년 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다른 것이 있다면 이번에는 대선이었다.
2012년 11월 23일, 당시 대선 후보였던 안 의원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후보직을 내려놓겠다”며 갑작스레 사퇴를 선언했다. 대선을 25일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안 후보는 이날 오후 2시까지도 후보등록 서류를 발급받은 상태였기에, 캠프의 극소수 외에는 안 후보의 사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사퇴 선언 후, 잠시 동안의 충격이 휩쓸고 간 캠프는 곧 울음바다가 됐다.
현장에 있던 한 자원봉사자는 “이게 뭡니까!”, “이러시면 안됩니다!”라며 뛰어들었고, 그 모습이 곧바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특히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과 조광희 비서실장은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회견 내내 울었다.
‘국민에게 의사를 묻겠다’던 안 의원은, 일방적 사퇴결정으로 충격만 남긴 채 선거 당일 미국으로 출국해버렸다.
세 번의 전력, "이번이 마지막이길" 믿는다지만...
이번 통합 신당 결정 역시 다를 바가 없다.
안 의원은 지난 2일 오전, 김한길 대표와 긴급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제3지대 신당 창당’을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요일 아침 일찍 기자회견장에 자리한 취재진은 순간 어리둥절해졌고,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회견 5분 전에 문자 한통 달랑 보내는 게 말이 되느냐’며 페이스북에 외쳤다.
하지만 더 큰 충격으로 ‘멘붕’에 빠진 건 새정치연합 측이었다.
앞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의원의 독자행보로 결별을 선언했던 윤 의장은, 이번에도 역시 일방 통보만 받았다. 안 의원은 기자회견 한 시간 전인 오전 9시, 회의를 소집해 ‘창당’ 결정을 알리고 양해를 구했다.
이 자리에서 윤 의장을 비롯한 공동위원장단이 할 수 있는 것은, “합당이 아니라 신당을 창당하는 것”이라는 안 의원의 주장에 추인으로 답하는 것뿐이었다.
각 지역에서 새정치연합 이름으로 뛰던 지역 인사들 역시 새정치연합 사무실 전화기 너머로 목소리를 높이며 항의하는 수밖에 없었다.
윤 의장은 이에 대해 4일 “민주당이 새정치 세력으로 거듭난다면 힘을 합해야 하지만,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면서 “민주당의 개혁의지를 지켜 본 뒤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김성식 위원장은 아침 회의에서 “심각하게 고민해보겠다”는 말을 전화로 남긴 채 자리를 떠났고, 같은 날 저녁 결국 블로그를 통해 ‘신당 이탈’을 선언했다.
안 의원의 독단적 결정이 회자되자, 이계안 위원장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아마 이번이 마지막으로 그렇게 하셨다고 나는 믿고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의 이같은 행보는 반대 진영의 공격 빌미가 되고 있기도 하다.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은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안 의원이 독단적으로 신당 합당 문제를 처리했는데 이런 독단이 ‘안철수식 소통’인지 묻고 싶다”고 직격했다.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도 “새정치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 협의하고 소통해야 한다”며 “자신이 모셔온 책사, 정치적 동지와는 최소한 협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나 홀로 생각, 나 홀로 결정' 타고난 성향에 신비주의까지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CEO 리더십의 전형’이라고 평가한다.
안 의원 본인의 성향 자체가 홀로 생각하고 결정하는데다가 신비주의적인 경향도 가지고 있다는 것. 즉, 이번 결정 역시 고단수의 정치적 의도나 전략에 의한 것이나 보안을 위한 폭탄선언이 아니라 ‘원래 안철수 스타일대로 결단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서울시장과 대선 때도 마찬가지로 자기 스타일이 상당히 강하고 평생 그렇게 해온 사람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이번 결단도 사전에 충분히 의논하거나 시스템화 된 채널을 거치지 않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도 “정치권의 보편적 심리가 남이 이해할 때까지 다 설득하고 이해득실을 모두 따진 후에 발표하는 것을 상식으로 여긴다”면서 “그런데 안철수의 경우, 통합을 하는 게 좋다고 판단하니까 혼자 과감하게 선택을 내린 거다. 전형적인 CEO 스타일이다”라고 평가했다.
단, 박 교수는 정치권의 문화와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안 의원의 독단적 선택이 불가피한 면도 있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만약 기존 정치권처럼 주변을 다 설득하고 전부 논의하는 과정을 밟으려 했다면 이렇게 통합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정치적 상식으로 그렇게 독단적 결정을 하면 물론 멘붕이 오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 멘붕은 ‘성장통’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안 의원은 독단적 행보에 대한 내부 분열과 구성원 이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안 의원은 지난 5일 부산을 찾아 신당창당 설명회를 열고 “동지 여러분들께 예정된 발기인대회를 진행하지 못한데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이해를 구했다.
그는 이어 “새정치를 담을 더 큰 그릇을 만들게 됐다는 말씀도 함께 드리고자한다”며 통합 신당 창당의 명분 쌓기 작업에도 힘을 실었다. 안 의원은 지난 4일에는 전북을, 7일에는 충북에서 설명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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