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투구폼 논란…텃세 기류 꿈틀?
일본 언론 “심판진, 오승환 특유폼에 의문 제기”
이중 키킹에 의한 부정투구? 오승환 견제 본격화
일본 프로야구에서 첫 시즌 준비에 한창인 오승환(32·한신 타이거즈)을 두고 때 아닌 '투구폼 지적'이 나온 사실이 알려졌다.
9일 ‘닛칸스포츠’ 등 일본의 유력 스포츠 전문지들은 현역 일본 야구계 심판진의 인터뷰를 인용해 오승환의 투구폼에 이의를 제기했다.
일본 프로야구 도모요세 심판위원장은 왼발을 내딛기 전 잠시 멈췄다가 다시 던지는 듯한 오승환 특유의 투구폼에 대해 일본 심판진 일부가 의문을 제기했다는 내용을 밝혔다. 일본야구에서는 이중 키킹에 의한 부정투구로 판정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투구폼은 오승환이 삼성에서 프로야구 데뷔 시절부터 유지해온 폼이다.
그러나 도모요세 심판위원장은 이러한 지적이 아직 일본 심판들의 공식적인 견해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개막 때까지 심판진의 전체적인 의견을 수렴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오승환의 투구폼이 만일 부정투구로 간주되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며 국내 야구계는 대체로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오승환의 투구폼은 국내에서도 초창기 화제가 된 바 있지만 큰 문제로 확대된 경우는 없다. 국내 심판진은 이에 대해 오승환 고유의 습관적인 투구폼으로 해석하고 문제없다는 판정을 내렸다.
도모요세 심판장은 이를 한국과 일본의 해석차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오승환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수많은 국제대회에서도 마무리 활약하며 같은 투구폼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누구도 오승환의 투구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경우는 없었다.
더구나 이중 동작을 문제로 삼는다면 현재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상당수의 투수가 보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굳이 오승환에게만 '시비'를 건다는 것은 외국인 투수에 대한 텃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최근까지 오승환의 화려한 한국무대 경력과 당당한 자신감, 위력적인 구위 등에 찬사 일색이던 현지 언론에서 이제는 조금씩 이런 식의 보도가 나온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알고 보면 이것은 현지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외국인 선수들이 한 번씩 겪게 되는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2년 전 이대호도 일본 진출 초기 당시 과체중이나 홈런생산 능력 등을 놓고 성공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보도들이 나온 바 있다. 이대호는 일부의 의혹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당당히 경기장 안에서 실력으로 응답했다. 오승환 역시 현지 적응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외부의 반응에 신경쓰지 않고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투구폼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가볍게 넘길 문제는 아니다. 일시적인 트집 잡기로 그친다면 다행이지만 정규시즌 경기에서 오승환의 투구폼에 대한 이의제기가 계속된다면 첫 시즌 일본무대 적응에 심각한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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