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윤진숙 장관 경질의 진실...혼자만이 아닌 총체적 실책?
늘 한박자 늦은 부처대처도 미흡...단면만 보도하는 언론도 한 몫
인사청문회 때부터 부적절한 언행으로 자질논란을 빚다가 결국 6일 경질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을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그것도 국회의 요구를 받아들인 정홍원 국무총리의 해임건의안을 받아든 청와대가 당일 경질을 발표하면서 윤 장관 개인으로는 최대의 불명예 퇴진 선고를 받았다.
이 같은 사례는 역대 정권 중 딱 한 번 있었을 정도로 드둘다. 2003년 고건 총리 시절 최낙정 당시 해수부 장관이 부적절한 언행으로 연이어 물의를 빚자 총리가 해임건의를 했고 최 전 장관은 취임 14일 만에 옷을 벗었다.
윤 장관 경질의 직접적인 이유는 당연히 부적절한 언행으로 잇단 설화를 양산해낸 본인의 책임이 크다.
윤 장관의 부족한 자질과 업무 이해도 등이 5년 만에 부활한 해수부의 수장으로서의 역할에 못 미치면서 그를 발탁해 기용한 박근혜 정권의 부담으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윤 장관의 취임에서부터 경질까지 길지 않았던 궤적을 들여다보면 단지 윤 장관 혼자 만들어낸 상황은 아니라는 게 해수부가 둥지를 튼 세종청사 공직사회에 퍼진 중론이다.
첫 등장부터 이슈메이커로 등장한 윤 장관은 언론에 비춰진 자신의 이미지에 부담을 느껴 취임 초기 언론 기피 태도를 보였고, 이는 결국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로 이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성 수장으로서의 리더십도 조직 내부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윤 장관은 ‘뭘 해도 안 되는’ 장관으로 낙인 찍혀 갔다. 외모 구설수까지 겪으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는 노력도 했고, 연구원 출신으로 해양 정책에도 열성을 보였지만 정작 국감에서 드러난 윤 장관은 ‘무능한 장관’이었다.
이번 여수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 사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듯 ‘코 막은 윤진숙’은 ‘감기 걸려 재채기하는 윤진숙’이었고 현장에서의 “이렇게까지 사태가 큰 줄은 몰랐다”는 표현은 담당자들의 축소 보고가 주된 요인이었다. 물론 윤 장관의 부적절한 언행이 그 모두를 부정적으로 몰고 가는 데 큰 몫을 했지만 말이다.
더 가관인 것은 해수부 부처의 대응이다. 윤 장관이 여러 차례 이슈메이커로 논란을 지폈으면 그에 대한 대응책도 나올만한데도 발 빠른 대응은 고사하고 항상 뒷북만 울려댔다.
비록 설날에 사고가 발생했지만 연휴가 지나고 정식업무가 시작된 3일 오전까지도 주무부처인 해수부는 공식 브리핑을 내놓지 않았다. 또 ‘코 막은 윤진숙’은 오해라는 걸 말해주는 현장에서의 동영상은 이슈가 지난지 이틀만에 언론에 해명자료로 뿌려지는 등 언제나 한발씩 늦은 대응으로 일관했다.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럴 거면 해명자료를 뿌리지 말든지…, 일관성 있게 팩트만 밀고 나가든지, 해명을 안 한만 못하다”는 탄식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를 두고 타 부처 한 고위공무원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윤 장관의 거듭된 말실수도 그렇지만, 전혀 수습이 안 되는 부처 시스템이 더 문제다. 부활된 지 얼마되지 않아 신설부처와 다름없는 만큼 더 적극적인 대응과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 데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없다”고 탄식했다.
이렇듯 윤 장관의 이번 경질은 검증되지 않은 자질과 주류의 등장이 아닌 연구원 출신 비주류의 장관 탄생에 동의할 수 없는 공직사회의 두터운 벽, 한번 쏠린 여론의 파고를 넘지 못하면서 단면만 집중 부각하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빚어낸 총체적인 파국이다.
때문에 정부는 정부대로, 선장을 잃은 해수부는 해수부대로 일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10개월간의 소모전만 벌인셈이 됐다. 더구나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후임 인선과 청문회 등을 둘러싸고 또다시 정치권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이 과정에서 허비되는 시간과 비용 등의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청와대와 정부 당국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서라도 경질사태의 철저한 원인분석과 함께 대안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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