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씀이' 줄인 소비자…싼 곳 찾아 삼만리
백화점·면세점·사치업 소비줄고, 홈쇼핑·인터넷판매·편의점 소비 늘고
한국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가벼워진 지갑 탓에 씀씀이를 줄이고 '싼 것 찾기'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면세점 등에서의 소비가 감소하는 반면 홈쇼핑, 인터넷 쇼핑, 편의점 등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여전히 소비자들이 느끼는 경기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의 과실이 사회의 전 계층에 퍼지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17일 한국은행의 서울지역 소비유형별 개인신용카드 증감률 자료(전년 동기대비)에 따르면 백화점에서의 소비 증감률은 지난해 12월부터 계속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경기가 좋던 2011년엔 백화점에서의 소비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최근들어 백화점에서의 '씀씀이'를 줄인 것이다.
백화점에서의 신용카드 사용 증감율은 2012년 12월 –4.5%의 감소율을 보인 후 올해 9월까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2,3월의 감소율은 각각 –18.9%, -15.5%. -10.1%를 기록했다. 다만 감소율의 하락폭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고가의 명품을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면세점에서의 소비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올해 1월 0.6%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소비는 점차 하락 폭이 커지면서 5월에는 –22.9%의 감소율을 보였다. 8월에도 11.6%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다가 9월에는 –1.1%로 하락폭이 줄어들었다.
유흥주점, 안마시술소, 단란주점 등의 유흥 및 사치업 분야도 2012년 상반기부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유흥 및 사치업에 대한 소비는 –7.4%의 감소세를 보이면서 지속적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만 9.4% 증가로 나타나고 8월에는 –1.3%, 9월에는 –11.4%의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면 홈쇼핑 및 인터넷판매에서의 신용카드 소비는 2010년 12월부터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단 두 차례의 마이너스 성장만 있었을 뿐, 소비는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역 곳곳에 '구멍가게'를 대체하고 있는 편의점에서의 소비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6월 편의점 소비는 30.9% 상승한 이후 줄곧 두자리 수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과 9월에는 각각 10.1%, 18.2%의 소비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경기상황에 대한 인식은 이와 조금 다른 것 같다"면서 "경기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과 홈쇼핑 등 편하게 물건을 사려는 구매패턴의 변화가 맞물렸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위원은 "경제는 성장하고 있다는데 가계소득의 여건은 기대하는 만큼 늘어나고 있지 않고 있다"면서 "그만큼 각 가정이 경제를 인식하는 민감도가 커져서 백화점 등 고가 물건 보다는 홈쇼핑이나 인터넷 등 상대적으로 저가인 물건을 찾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반면 사치품의 일종인 귀금속 류에 대한 소비는 2010년 12월부터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9월까지 두 차례의 감소세를 나타낸 것 외에는 대체로 두자리 수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른바 '부자'가 경기와는 관계없이 귀금속에 대한 소비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임 연구위원은 "경제회복의 초반에는 경제적 과실이 전 계층에게 퍼지는 낙수효과가 크지 않아 양극화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저소득층이나 서민층까지 경기회복의 온도를 느끼려면 회복속도가 빨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수출제조업, 대기업 부분으로 소득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내수에 영향을 받는 자영업까지 경제의 온기를 느끼려면 시간이 걸린다"면서 "하지만 경기회복 초기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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