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간부들 사이에 장성택은 오래전부터 '곁가지'
대북 소식통 "장성택 몸담았던 행정부 손보려고 측근 처형"
"이미 권력 밖에 물러나있어 실각이란 표현 어울리지 않아"
“장성택을 왜 만나. 곁가지로 혼나려고.”
대북소식통이나 고위층 출신 탈북자들은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 쉽게 회자되던 대화 내용이라고 ‘데일리안’에 소개했다. 그만큼 장성택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의 남편으로서 신분 보장은 받고 있지만 실권없이 언젠가는 ‘곁가지’로 쳐내어질 위치였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월경 장성택의 실권 소식을 맨 처음 전한 대북소식통은 이번 장성택의 최측근 처형과 망명, 친인척들 소환 사태에 대해 “처형된 인물들이 장성택의 최측근이 맞고 이전에도 비리 혐의로 장성택과 함께 숙청된 전력이 있다. 장성택이 몸담고 있던 중앙당 행정부의 비리가 적발되면서 행정부를 손보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 소식통은 “앞서 밝혔듯이 장성택은 지난 2002년 숙청 이후 과거만큼의 권력을 가진 적이 없다”며 “올 3월부터 중앙당 행정부장직에서도 물러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직함 등만 유지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북 권력암투 돌입? '섭정' 장성택 실권했다니...’
즉, 장성택이 이번에 크게 실각해 갖고 있던 모든 권력을 다 내려놓고 숙청될 위기에 처했다기보다 이미 장성택은 당 행정부장 등 요직에서 물러나 있었고 다만 김씨 일가의 일원으로서의 신분만 보장받고 있던 중 최측근의 비리사건이 터졌다. 이로 인해 북한당국은 앞으로 있을지 모를 간부들의 집단 망명 등을 막기 위해 장성택의 친인척들까지 소환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에선 이전에도 중앙당 행정부를 폐지하려던 시도가 있었던 만큼 이번에 기능이 중첩되던 당생활지도부와 통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장성택의 실각 소식이 전해진지 수일이 지난 6일 현재에도 장성택의 행방은 여전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노동당 행정부의 외화벌이와 자금을 총괄해온 장성택의 측근이 중국으로 도망쳐 한국으로 망명을 신청했다는 충격적인 전언이 다시 들렸다.
이 때문에 여전히 장성택의 실각이 불러올 주변인물들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바람과 권력구조의 지각변동 등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정보당국에선 장성택의 실각을 노동당 서기실이 주도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선 앞서 본보는 1일자 기사인 ‘최룡해도 손못대는 김정은 서기실, 북 장악했다’를 통해 김정은을 보좌하며 모든 정책과 인사에 일일이 관여하는 서기실의 급부상에 대해 이미 보도한 바 있다.
☞ 관련기사 ‘최룡해도 손못대는 김정은 서기실, 북 장악했다’
그동안 대부분 국내 언론과 일부 전문가들은 장성택에 대해서 어린나이에 권력을 승계받은 김정은의 집권체제를 유지시켜온 핵심 후견세력으로 ‘섭정왕’으로까지 지칭해왔다. 이번 장성택의 실각 소식이 충격적인 것도 김정은이 자신의 고모부까지 숙청시키면서 유일지배체제를 구축하려고 하니 후속풍이 크게 일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하지만 ‘데일리안’을 통해 일찌감치 장성택이 실권(失權)했다고 주장한 대북소식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권력 밖으로 물러난 장성택이 갖고 있던 직위에서마저 해임됐다는 증거는 아직 없으며, 더구나 국가안전보위부가 그를 체포했을 리가 없고, 비록 지금 자숙기간 중이라고 해도 조만간 김정일 사망 2주기 기념식 등을 통해 등장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소식통은 이어 “리용하 당중앙위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의 처형도 공개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은 낮다”며 “아무리 독재정권인 북한에서도 지금까지 간부들을 공개 처형시킨 적은 없다. 간부를 체포하면 일단 관리소로 보냈다가 처형하는 수순을 밟지 하루아침에 총살하는 경우도 없을 뿐더러 처형된 이후에도 간부들에겐 해임철칙 시켰다고 통보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만약 리용하 등이 특정 혐의에 걸려 당조직지도부 검열부의 검열 과정에 반항하는 행위를 했다면 이는 반당 행위로 인정돼 엄중 처벌받을 수 있다”면서 “그렇다 하더라도 최측근이 처형당했다고 장성택의 실각까지 유추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리용하 등이 장성택의 최측근인 것은 맞지만 이들을 처형시킨 것이 장성택의 실각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판단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주장이다. 다만 최근 해외에 나가 있던 장성택의 친인척들이 줄소환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이번에 처형된 간부들의 범죄 혐의와 장성택이 아주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사실 장성택이 권력을 완전히 내려놓을 때가 됐고 이참에 북한당국은 장성택이 한때 장악했던 중앙당 행정부를 손보려는 것 같다”고 했다.
북한에서 이전에도 중앙당 행정부는 한차례 폐지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중앙당 행정부는 국가보위부와 인민보안부, 검찰·재판 업무를 모두 관할하고 있어 권력기관 중의 권력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생활지도부와 기능이 중첩되는 만큼 이를 조정하려는 시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장성택의 친인척 소환에 대해 “장성택 최측근 혐의에 대해 장성택이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중앙당 행정부를 폐지하기 위해 오랜 기간 행정부장을 지낸 장성택의 주변인물들을 불러들여야 할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불안감에 휩싸인 간부들이 해외로 망명 등을 하기 전에 미리 손을 쓰는 차원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소식통은 일각에서 제기된 장성택에 대한 국가안전보위부의 체포설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표했다. “행정부가 보위부의 직속상관인데 보위부를 시켜서 행정부 간부를 체포하는 것은 맞지 않고 다만 간부들에 대한 해임 철칙 이후 보위부가 담당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직 북한당국이 장성택 측근의 범죄 혐의 등에 대해 소상히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소식통은 “이번에 처형된 리용하와 장수길은 당에서 엄벌하는 혐의에 걸려 처형됐을 가능성이 높고 실제 혐의에 장성택이 연루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유추했다. “특히 리용하의 경우 이전에도 비슷한 사건으로 장성택과 함께 숙청된 전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김정일 시절 장성택은 처남 매부 사이로 그래도 가까운 사이였지만 이젠 수령의 고모부로 간격은 더욱 멀어진 셈이다. 그래도 나이 많은 친인척으로서 김정은에게 이런저런 충고를 하려했을 텐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니까 불만도 쌓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장성택 실각을 최룡해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이 주도했을 것이란 견해에 대해서도 소식통은 “북한 간부들은 고위급으로 올라갈수록 주변세력을 키우기 힘든 측면이 있었고, 오히려 장성택과 멀리 하는 게 신상에 이롭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과거 김정일이 명령한 화폐개혁 실패 책임을 물어 박남기 국가계획위원장을 처형시킨 것처럼 숙청의 역사가 깊은 북한에서 파벌을 만드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