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숙청 사태, 정작 북한에서는 '깜깜'
본보 입수 북한 현지 동향 "주민들, 무슨 일 벌어진 줄 몰라"
대북 소식통 "장, 신변 안전한 듯…급변사태 당분간 없을 것"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최근 실각되고 주변 인물들이 처형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작 북한 내부에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지각 변동의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 주민들 대부분은 해당 소식을 전혀 접하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외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대대적인 북한내 권력 지형의 변화 조짐도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대북소식통들의 전언이 5일 본보에 입수됐다.
최근 북한 국경지역 주민들의 전언을 접한 한 대북소식통은 “장성택 실각 보도를 접하고 북한 내부 동향을 물어보니 주민들 대부분은 이번 소식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식통 역시 “통상 북한은 주민들에게 정치와 관련된 외부 소식을 차단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북한 주민들은 장성택 숙청설을 접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별다른 동요 없이 지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그는 또 “북한 주민들의 경우 정치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며 “물론 북한 당국에서 외부소식을 전면 차단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그보다 다들 먹고 사는 문제로도 벅찬 사람들이다. 권력 변화에 대해서는 상관하지 않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즉, 현재 외부에서 추정하는 것과 달리 북한 내부 상황은 평소와 다르지 않게 흘러가고 있으며 주민들은 장성택의 숙청여부에 대해서는 일체 알지 못한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주된 의견이다.
다만, 일반 주민들에게는 이번 소식이 철저히 차단돼 알려지지 않은 반면, 북한 당국 내부에서는 공공연히 알려지며 중앙당 행정부의 대대적인 변화조짐이 일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올해 2월 본보에 최초로 장성택 숙청 소식을 전한 대북소식통은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장성택의 핵심측근인 이용하 중앙당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이 처형된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이들이 공개처형 된 것도 아닐뿐더러 장성택의 신변은 안전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이어 “물론 김정은 집권 이후 장성택의 해임을 준비했지만 아무리 김정은이라도 30년 넘게 북한 핵심 인사였던 장성택을 드러내놓고 숙청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또한, 국내외 언론에서 추정하는 것처럼 장성택 측근 인사에 대한 대대적인 처형이 추진된다면 당의 엄청난 반발도 예상돼 급작스런 내부 변화는 당분간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면서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김정은이 비대해진 중앙당의 힘을 빼려는 의지는 확실해 보인다”며 “그 중 핵심인 중앙당 행정부는 사실상 없앨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5일 정부는 장성택의 숙청 가능성을 열어 놓고,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유재승 국방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최측근 세력 처형 등은 ‘김정은 유일체제’ 구축을 위한 권력 조정과정에서 일어난 중대한 사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실장은 “‘김정은 유일체제’ 구축 과정 속 권력 체계에 대한 내부 불안전성이 증대될 수 있다”며 “이에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에 대비태세 강화를 하달했고 한·미 연합 및 합동 작전 태세로 적의 도발을 억제하고 만약 도발할 경우 단호하고 가차 없이 신속·정확하게 응징해 추가 도발 의지까지 분쇄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긴급간담회에서 “장성택의 실각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다만 신변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히는 등 이번 사건의 파장이 만만치 않음을 시사한 가운데 현재까지 북한의 공식적인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오히려 북한에서는 남한의 국정원을 비난하기 위해 얼마 지나지 않아 ‘장성택은 건재하다’는 식의 통보를 해 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며 “사실상 장성택을 숙청하고도 대남비난용으로 거짓 반박보도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그는 “처음부터 장성택은 그동안 한국 언론에서 지나치게 평가절상하며 부각, 보도해 온 것도 문제”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남측의 여론 동향을 살피면서 언제든 연막작전으로 장성택을 전면에 내세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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