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계좌이동제' 우려…수익 악화 도화선?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은행 간 계좌이동제, 통신사 고객유치 전쟁 방불케 할 것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대해 은행권의 관심이 '은행 간 계좌이동제' 시행에 쏠리고 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표면적으로는 편리한 제도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엔 은행권의 과다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감소와 더불어 금융소비자들의 불이익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27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창조경제 구현과 일자리창출을 위한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따르면 향후 소비자가 시중은행 간 금리 등 조건을 비교해 계좌를 편리하게 변경할 수 있는 은행 간 '계좌이동제' 도입이 추진된다.
고객이 예금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기존계좌에 연결된 각종 공과금 이체, 급여이체 등도 별도의 신청없이 자동 이전되는 시스템이다. 금융위는 2014년 관계 기관과 협의를 통해 방안을 마련하고 2015년에 시스템 준비, 2016년에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은행 고객들은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바꿔도 그 계좌에 연결된 이체 내역을 일일이 다시 등록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지게 된다.
반면 이같은 제도의 도입이 은행산업에 활력소를 불어넣고 각 은행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인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제기된다. 오히려 통신사들의 고객 유치 경쟁을 방불케하는 은행 간 과다 경쟁으로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를 야기시키고 더불어 각 은행들의 수익성 감소까지 초래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은행들의 자본건전성을 한층 더 강하게 규제하는 바젤Ⅲ의 도입으로 시중 은행들에 자본 확보의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가운데 계좌이동제까지 시행하면 고객확보에 실패한 은행들이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도 있다.
하나금융연구소 류창원 수석연구원은 "계좌이동제는 고객들의 편의성이 높아진다는 측면이 있지만 은행들 사이에선 예수금 조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과열된 마케팅 경쟁은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류 수석연구원은 "바젤Ⅲ의 도입으로 과거보다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하고 있어야 하는 은행의 입장에서 계좌이동제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행산업 발전을 위해 금융위가 내놓은 방안이 오히려 은행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족쇄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에서도 계좌이동제로 인한 고객 피해, 은행 수익성 감소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출계좌가 있는 고객이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길 경우 대출 만기시 재산정 과정을 통해 금리와 한도에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은행은 고객의 거래실적을 감안해 대출 금리와 한도를 정하기 때문에 고객이 은행을 옮겨 다닐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의 몫이 되는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제도가 실효성이 있을지 우려된다. 그동안 고객이 쌓아왔던 거래 실적을 포기하고 다른 은행으로 계좌를 옮기면 쌓아왔던 실적이나 포인트 등을 모두 상실하게 된다"면서 "때문에 주거래 은행이 있는건데, 고객들이 이 제도를 얼마나 활용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은행들은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비용이 급격히 늘어나고 시스템 구축을 위한 비용 투입 등 은행들의 수익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시스템 구축은 해놓고 막상 소수의 고객들만 활용하는 상황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금융위는 은행산업의 수익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버뱅킹(은 취급업무), 해외지점 영업활동에 대한 규제완화 등의 조치를 통해 수익원을 다양화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은행들의 수익성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실버뱅킹의 경우 은행의 수익성에 얼마나 기여할지 미지수다.
이병찬 은행연합회 수신제도부장은 "수익 구조를 다양화 한다는 차원에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은행들의 수익성 개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면서 "골드뱅킹 자체도 생소한 상태기 때문에 수요가 적고, 취급은행도 적은 상황이다. 실버뱅킹이 어느정도의 수익을 창출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류창원 수석연구원도 "은행의 수입구조를 보면 비이자 이익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실버뱅킹 업무 추가는 부수적인 업무가 추가되는 것일뿐 수익성 개선에는 의미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이번에 금융위가 국내은행이 해외 현지 은행지주회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진출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이 해외 지주회사를 인수할 수 있게 된 것은 국내 은행이 해외진출이 수월해진 것을 의미한다"면서 "특히 은행들이 지주사를 규제 없이 인수하게 된다면 해외 라이센스 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계좌이동제가 오히려 은행권의 수익악화 된다는 지적도 알고 있다"면서 "은행권의 자율적인 경쟁이 우리가 바라는 경쟁력 강화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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