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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인상'에 산업계 "정부가 기업을 사지로..."


입력 2013.11.19 15:40 수정 2013.11.20 10:35        산업부 종합/정리 이강미 기자

디스플레이·반도체 등 24시간 풀가동업체 '한숨'

정유·석유화학·철강·자동차 등 기간산업 "큰 타격 불가피"

비용부담 → 원가상승 → 경쟁력 약화… '악순환 우려'

울산석유화학단지 내 동서석유화학 전경. 석유화학업체들은 경기불황에다 미국 셰일가스 등 저가원료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요금까지 대폭 인상된다는 소식에 울상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시책에 적극 동참하면서 에너지 절감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정부가 기업을 사지로 내모는 것 같다”.

19일 산업용 전기요금 6.4%인상안이 발표되자, 한 기업체 관계자는 이같이 말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오는 21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 6.4%인상하겠다고 발표하자 각 경제단체를 비롯한 산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면서 이로인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지 않을까하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 반발했다. 그러면서 각 업체들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추가비용이 얼마나 들어갈지 산정하고, 이에대한 대응책을 세우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경제단체…“2000년 이후 14차례, 78.2% 인상”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이날 논평을 내고 "산업용 전기요금은 2000년 이후 14차례 걸쳐 78.2% 인상됐다"며 "특히 올해 초 인상 이후 다시 산업용 전기요금을 6.4%나 인상한 것은 산업계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이어 "철강과 석유화학 등 전기사용 비중이 높은 기간산업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이들 산업과 밀접히 연계된 자동차와 조선 등 관련 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경련은 또 "산업용과 주택용 등 용도별 요금체계에 대한 논란이 많다"며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용도별 원가이익회수율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도 전기사용 비중이 높은 기간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함과 동시에 원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우려했다.

◇전자·반도체… “24시간 풀가동해야하는데…타격 불가피”

전자업계는 이번 전기료 인상에 대해 에너지 절감활동을 통해 대처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원가 상승 등 산업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365일, 24시간 생산 라인을 가동해야 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생산라인을 풀가동하는 업체의 입장에서 이번 전기료 인상은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면서 “정부의 정책인 이상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결국은 에너지 절감활동을 통해 원가절감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매번 전기료 인상 정책은 급작스럽게 발표되는 부분 역시 업체들 입장에서는 대책을 마련할 시간조차 없어 불만이 많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전기료가 오른다고 해서 24시간 풀가동을 해야하는 생산설비를 줄일 수도 없는 입장”이라며 “전기료가 오르면 기업입장에서 원자재 값 절감이나 마케팅비 축소 등 많은 노력을 하지만 결국 이 역시 한계가 있어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자업계 역시 전기료 인상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핸드폰이나 TV, 냉장고 등 생활가전 생산 라인의 경우 항상 풀가동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반도체나 철강업계에 비해 부담은 덜한 편”이라며 “하지만 결국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당연히 전기료 인상은 부담으로 작용된다”고 말했다.

◇철강업계…“전기요금 1%인상시 약 420억원 추가부담”

철강업계는 "예상보다 높아 철강산업 영향이 심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철강협회는 이날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2011년 8월 이후 2년 3개월만에 5차례 인상으로 누적 인상률 33%로 원가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철강협회는 1% 전기요금 인상시 약 420억원의 추가 부담이 드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철강협회는 "예상보다 높은 6%대 요금인상으로 불황의 늪에 빠진 철강업계에 충격"이라며 "연이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원가부담이 가중되면서 철강산업의 영업이익률 지속 하락세이며 특히 전기로업체는 흑자달성이 어려운 상"이라고 말했다.

철강협회는 향후 전기요금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위해서도 요금인상 전후의 용도별 원가회수율 공개를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며, 향후 요금인상 자제 요청 및 산업경쟁력 유지·향상을 위한 세제, 연구개발(R&D) 등 지원정책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정유·화학업계…“영업이익 몇백원을 손한번 못대보고 날려버리는 꼴”

공정특성상 전기료를 많이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정유·석유화학업체들도 이번 전기요금 인상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공장은 가동 중단이 불가능해 공정 자체에서 전기 사용을 줄이는 게 어려운 만큼 전기료 인상이 원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자체 발전설비 가동 등으로 영향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화학업계는 극심한 경기불황으로 2중고,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전기요금 인상은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화학업체 한 관계자는 “극심한 경기불황에 저가원료(미국 셰일가스, 중동 에탄가스 베이스 제품)기반 제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요금까지 오르면 영업이익 중 몇 백억원이 손도 한번 못대 보도 빠져나가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공정개선 등으로 원가절감을 하려하지만, 전기요금 인상분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공장에 가보면 기업이 절대 전기를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컴퓨터 모니터도 끄고, 점심시간에 형광등도 끄는 등 어떻게든 전기료를 아끼고 정부시책에 동참하려고 애쓰고 있는데, 기업을 너무 사지로 내모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기료 인상 자체에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시기적으로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화학업체 한 관계자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추가 비용이 얼마나 늘어날지 등에 대한 검토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전기료 인상이 화학업계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원가 상승"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화학업체들이 자체 발전설비를 갖추고는 있지만 필요한 전기 중 일부만 생산 가능하고 나머지 전기는 한전 등에서 수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전기료가 인상되면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중공업…“철강업계 비용부담은 결국 원재료 가격상승”

자동차와 중공업 등 철강재를 많이 사용하는 업종의 경우, 자체적인 전기 사용량이 많지는 않지만,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철강업계의 비용 부담이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업체 한 관계자는 “완성차 제조사는 일종의 조립 공정만 진행하기 때문에 전기료가 전체 생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철강이나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를 경우 도미노 현상으로 자동차 업체와 부품 협력업체들도 원가 부담을 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공부문의 요금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발생한 것을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다소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 취지가 ‘전기절약 유도’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에너지절감을 위한 공정개선을 진행한 상황이라 기존보다 전기 사용량을 줄이려면 생산라인을 멈추는 수밖에 없다”며, “전기절약을 위해 생산량을 줄일 수는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조선업계도 반응은 비슷하다. 조선업체 한 관계자는 “조선 공정에서 전기가 많이 사용되는 것은 주조와 도장 등으로, 제조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해 산업용 전기료 인상이 심각한 비용 상승을 초래하지는 않는다”며, “그보다는 조선용 후판 등 원자재 가격 상승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조선업체 관계자는 “철강재는 국제 가격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국내에 국한된 전기료 인상이 큰 폭의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소업체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 경쟁력 약화”우려

중소기업체들도 산업용 전기요금을 6.4%나 인상한 것은 산업계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올해 초 이미 요금을 인상한 이후 또다시 인상한 것은 중소기업인, 특히 뿌리업종인 영세 중소기업인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 “산업용 전기요금의 빈번하고 과도한 인상은 산업계 전반에 걸친 경쟁력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화점·대형마트…“이미 절전시설로 바꿔 큰 타격 없지만…”

백화점와 마트 업종의 경우 전기 사용량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전기요금 인상이 썩 달갑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는 정도는 아니”라고 밝히면서도 “기본적으로 오르는 게 반갑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백화점의 경우 한 달에 60~70만원 정도 들어가고 있다”며 “일일이 절전시설과 바꿔놨기 때문에 전기료 인상 부분에 있어서 백화점 경영에 크게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인상이 이뤄졌다는 부분이 심리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인 것은 맞다”며 “앞으로 더 고삐를 죄서 절전에 더욱 더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들이 백화점의 화려한 조명과 그 아래서 빛나는 상품을 보고 구매력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지나친 전기요금 인상과 에너지억제책으로 관광객들을 겨냥한 상품경쟁력이 떨어질까 우려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털어놨다.

대형마트의 역시 전기요금이 인상된 현 상황에 적지 않은 우려를 표시했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전기요금의 경우 고정비로 매출이 좋든 나쁘던 기본적으로 안고 가는 비용인데 이 비용이 올라갔다는 것은 마트 측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마트 같은 경우 교통유발 분담금 등 나가는 비용이 많고, 의무 휴업 등으로 매출은 떨어지는 상황에서 부담해야 되는 비용은 늘어나게 됐다”며 “전기 요금 외에도 규제사항이 많이 있는데 이번 요금 인상으로 상황이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말했다.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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