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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때 늦은' 사춘기 '철만 들면 되는데...'


입력 2013.11.16 10:15 수정 2013.11.19 16:23        이슬기 기자

<기자수첩>의회 일정 보이콧했다가 또다시 철회 '민의' 외면 나홀로 정치

사춘기(思春期)는 원래 15~20세의 청년을 이르는 말이다. 거침없이 녹아내리다가도 이내 꽃샘추위로 새싹을 얼려버리는 봄의 변덕처럼, 정신과 육체의 바람에 휘둘려 자기를 어찌할 줄 모르는 시기. ‘질풍노도’라 불릴 만하다.

민주당이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는 모양이다.

지난 8일을 시작으로 인사청문회 기간 중 청문회를 제외한 모든 국회 일정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했다가 다시 14일부로 보이콧을 접자는 결론을 낸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한시적인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 18일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수준의 답변이 나오지 않을 경우 또 다시 보이콧 카드를 꺼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 합의 못하고 오락가락, 보이콧 카드만 만지작

민주당의 보이콧은 이번이 벌써 두 번째다. 지난 8일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남북대화록 관련 편파수사를 하고 있다’면서 국회 일정에 대해 돌연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다 11일 서울광장 내 천막당사를 접기가 무섭게 또다시 보이콧 카드를 꺼냈다. 13일까지 인사청문회를 제외한 모든 상임 위원회 일정을 거부하겠다는 것.

그런데 문제가 생긴 건 민주당 내부였다. 명분으로 내세운 특검과 관련, 법안과 예산안 연계 처리를 두고 당 내부에서조차 ‘민생 외면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에 이어 ‘일방적 결정’이라는 볼멘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전날 심야 최고위원회의에서 비공개로 전격 결정한 만큼, 당내 충분한 의견 수렴도 없이 발표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었다.

특히 문제가 되는 특검 법안과 예산 연계 처리는, 당내에서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15일 오전 국회에서 민주당 여성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과 특위 수용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앞서 민주당 한 관계자도 이에 대해 “우리로서는 한다고도, 안한다고도 확언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민생 외면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안한다고 해버리면 새누리당에 질질 끌려간다”면서 “현재로서는 다른 제어 방도가 없다”고 토로했다. 결국 내부 합의도 미처 못 한 ‘반쪽 보이콧’이었던 셈이다.

사실 파열음은 이미 천막당사부터 시작됐다.

당직자들이 100일 넘게 서울광장 모퉁이에서 벌금까지 물어가며 쪽잠을 잤지만, 여론의 관심이 잦아들면서 저조한 성적표만 만지작거리고 있던 차, ‘천막의 운명’은 당연히 내부에서조차 오락가락하며 갈피를 못 잡던 중이었다.

더 이상 천막을 유지할 명분도, 전략도 없어진 민주당은 ‘용두사미’ 격으로 급히 천막을 걷었고 ‘보이콧’패만 만지작거리며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제1야당의 품격'은 쓴 소리 경청부터

이제라도 보이콧을 접은 건 다행이지만, 이로써 제1야당으로서의 든든함은 더욱 멀어진 듯하다. 원내 127석을 차지하는 제1야당이라면, 그에 맞는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 100일 넘게 가출을 했다가 슬그머니 들어오는가 싶더니 곧바로 욱해서 보이콧을 하고 다시 슬쩍 복귀하는 ‘질풍노도’의 모습으로는, 유권자에게 어떠한 든든함도 줄 수 없다. 사춘기는 예전에 끝냈어야 했다.

민주당이 내부에서 나오는 쓴 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하는 건 그래서다.

이미 조경태 최고위원이 “장외투쟁 등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로 보궐선거에서 크게 패배했다”라며 민주당의 투쟁일변도에 대해 여러 차례 쓴 소리를 하지 않았나.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지난 1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원총회도, 당내 의견수렴도 없이 3일을 보이콧하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며 “국회야말로 야당의 가장 강력한 투쟁장소이기 때문에 청문회에서도 제대로 하고 각 상임위에서도 공기업을 놓치지 않는 것이 훨씬 좋은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박주선 의원 역시 14일 라디오에 출연해 “이렇게 압박만으로 여당을 굴복시키고 항복 받아내려는 막무가내식 대결은 문제가 있다”면서 “투쟁일변도로는 이길 수 없다. 화성 재보궐 결과는 민주당의 투쟁 방향에 대한 민심의 마지막 경고”라고 지적했다.

선수는 링 안에서 싸울 때 최고의 힘과 정당성을 갖는다. 마찬가지로 야당이 굳건히 제 자리를 지켜야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고 대안세력으로서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불통’을 탓하면서 국회에서 멀어진다면, 그나마 불‘통’도 안 되기 때문이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는 몸과 정신의 ‘성숙’을 낳는다. 민주당의 때 늦은 사춘기는 무슨 열매를 맺을는지, 갑갑하기만 하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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