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박경완vs강민호…같은 길 다른 가치?
각 팀 포수 구인난으로 강민호 몸값 치솟아
포수 자원 많았던 02년 박경완과 큰 대조
프로야구 FA 시장의 문이 열리며 ‘최대어’ 강민호(28·롯데)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강민호는 올 시즌 105경기에 나와 타율 0.235 11홈런 57타점에 그쳤다. 2006년 풀타임 시즌을 맞이한 후 한 시즌 최저 성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올 시즌 부진은 강민호 몸값 형성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는 이미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최대어로 꼽혀왔다.
보통 선수의 몸값을 책정하는데 있어 크게 세 가지가 평가 항목에 들어가곤 한다. 먼저 선수의 기량과 상품성, 그리고 시장상황이 그것들이다.
강민호의 기량은 역대 포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그는 중심타선에 어울릴만한 공격력을 갖추고 있으며, 데뷔 초반 지적됐던 수비력에서도 발군의 기량 향상을 선보였다. 현재 강민호의 포수리드와 블로킹, 송구 등의 능력은 프로야구 최상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품성 역시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강민호는 인기 구단 롯데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다. 그는 지난해 올스타전에서 역대 최다 득표 기록을 갈아치우며 ‘전국구 선수’로 거듭났다. 말 그대로 슈퍼스타인 셈이다.
특히 지금의 시장상황은 강민호를 역대급 FA 수혜자로 만들어 줄 공산이 크다. 현재 프로야구 대부분의 구단은 강민호를 필요로 할 정도로 포수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나마 예외는 포수 자원이 넉넉한 SK와 두산 정도다. 게다가 올 시즌에는 각 구단들이 공격적으로 FA 시장에 뛰어들기 때문에 강민호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전망이다.
때문에 시장 상황은 선수 몸값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가장 좋은 예로 지난 2002시즌 후 FA 자격을 얻은 박경완(현 SK 2군 감독)이다.
1991년 쌍방울에서 연습생으로 데뷔한 박경완은 2000년 포수 최초 40홈런을 쏘아 올리며 홈런왕과 MVP를 동시에 차지한 거물급 포수였다. 공격도 리그 톱수준이었지만 박경완의 가치가 남달랐던 이유는 기본기에 충실한 포수로서의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2002시즌을 마치고 FA가 된 박경완은 스승인 조범현 전 SK 감독의 부름을 받고 3년간 19억원(계약금 10억원+연봉 3억원)의 돈을 받고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당시만 해도 대형 계약이었지만 현재 강민호가 받는 평가에는 못 미친 사실이다.
박경완이 FA 시장에 나왔을 때, 각 구단들은 쓸 만한 포수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해 우승팀인 삼성은 진갑용이 안방을 지켰고, 준우승팀 LG 역시 조인성이 있었다. 그리고 두산 홍성흔과 롯데 최기문, KIA 김상훈 등 20대 젊은 포수들로 막 세대교체를 마친 때였다.
급기야 박경완을 놓친 현대 역시 아쉬울 것이 없었다. 현대는 SK가 방출시킨 베테랑 포수 김동수를 영입해 곧바로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2003년 박경완의 연봉은 3억원으로 높은 편이었지만 진갑용(2억원), 홍성흔(1억 8000만원), 최기문(1억 2000만원), 김동수, 조인성(이상 1억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강민호의 상황은 박경완과 정반대다. 10년 전 각 팀 안방을 책임졌던 이들의 상당수가 여전히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어 세대교체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갑용 후계자 발굴에 실패한 삼성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포수 포지션이 구멍으로 떠올랐고, 또 다른 큰손 LG 역시 윤요섭과 현재윤 체제로 다음시즌을 끌고 가기에는 무리라는 평가다. 신경현 은퇴로 포수 자리에 공백이 발생한 한화도 류현진을 LA 다저스로 보내며 200억원 가량의 포스팅 비를 챙겼기 때문에 FA 시장에 적극 임할 예정이다.
몸값 형성에 있어 정답은 없다. 그러나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질 경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당연한 이치다. 현재 롯데는 강민호의 잔류를 절실히 원하고 있으며, 다른 구단들 역시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다. 치열한 영입 경쟁이 예고되는 가운데 강민호의 가치가 얼마로 매겨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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