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바 7년 천하 종식…미들급 이젠 ‘마치다?’
실바 정상에서 내려와 춘추천국시대 국면
마치다, 현 챔피언 와이드먼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아
UFC 미들급에 ‘드래곤 경계령’이 떨어졌다.
미들급은 장기집권했던 ‘스파이더맨’ 앤더슨 실바(38·브라질) 낙마로 인해 전국시대로 접어든 형국이다. 실바는 에밀리아넨코 표도르와 함께 MMA 역사상 가장 위대한 챔피언으로 꼽히며 압도적으로 군림했지만, 노쇠화로 인해 결국 정상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챔피언은 크리스 와이드먼(29·미국). 와이드먼은 지난 7월 ‘UFC 162’ 메인이벤트에서 그래플링-타격이 조화를 이룬 차분한 움직임 속에 TKO승, 실바의 7년 천하에 종지부를 찍었다. 아메리칸 히어로를 기대했던 현지 팬들과 언론은 뉴챔프 탄생에 환호했다.
그렇다고 향후 미들급 판도가 와이드먼 독주로 흐를 것이란 예상은 많지 않다. 와이드먼은 오는 12월 29일 ‘UFC 168’에서 다시 실바와 맞붙는다. 실바가 예전에 비해 신체능력이 현격하게 저하된 것은 사실이지만 2차전에서는 이를 악물고 나올 것이 확실해 리벤지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누가 이기든 가공할 상대의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드래곤’ 료토 마치다(35·브라질)가 미들급 전선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전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마치다는 ‘절대강자’ 존 존스에 밀려 2인자 그룹으로 밀려났지만, 기량이 떨어져 미들급으로 내려온 것은 결코 아니다. 체구는 작지만 경쟁력 있는 라이트헤비급 강자였다. 존 존스를 제외한 누구와도 일합을 겨룰 수 있는 수준이다.
마치다는 미들급 데뷔전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달 27일(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 폰즈포유 아레나서 열린 ‘UFC FIGHT NIGHT 30’에서 공식랭킹 5위 마크 무뇨즈(35·미국)를 KO로 눕히고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무뇨즈가 터프한 타격과 강력한 레슬링으로 무장했지만 마치다 앞에서는 무기력하게 나가떨어졌다.
마치다 특유의 거리감각은 미들급에서도 여전했다. 마치다는 많이 움직이지 않는 것 같지만 상대 선수의 머릿속을 굉장히 복잡하게 만드는 타입이다. 생소한 가라데-스모 스타일은 끊임없는 분석으로 이제 희소성을 잃었지만, 여전히 단순함 속의 복잡한 수가 얽혀있어 위협적이다.
한 방만 제대로 꽂혀도 단번에 끝날 수 있지만 선수들은 상대의 미세한 움직임들에 많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직접적으로 펀치와 킥이 나오지 않은 채 어깨와 골반의 미세한 움직임만으로도 수비 시 움찔하기 일쑤다. 마치다는 이런 움직임에 능하다. 얼핏 보기에는 가볍게 리듬을 타는 듯한 동작이지만 간결하고 짧게 공격을 넣는다. 게다가 거리를 항상 유리한 쪽으로 유지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타격에서 승산이 없다고 느낀 무뇨즈는 끊임없이 테이크다운을 노렸다. 그러나 마치다는 무뇨즈가 제대로 붙을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거리를 허용하지 않음은 물론 잠깐 붙더라도 힘으로 밀어버렸다. 무뇨즈 입장에서는 할 게 없어졌다.
난감해진 무뇨즈는 마치다 압박에 시달렸다. 마치다는 허초를 섞어 쓰며 천천히 무뇨즈를 압박했다. 그리고 이어서 터진 미들킥이 무뇨즈의 복부에 들어가자 흐름은 급격히 마치다 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충격을 받은 무뇨즈에게 로우킥 공격이 이어졌다.
그리고 하이킥이 터졌다. 미들킥은 물론 로우킥까지 경계하고 있던 무뇨즈는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고 순간적으로 날아든 하이킥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전성기 미르코 크로캅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
이처럼 마치다가 무난하게 미들급 전선에 연착륙하자 팬들은 곧 이어질 전국시대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당장 보여준 마치다의 전력은 와이드먼-실바에 못지않고, 복병으로 꼽히는 비토 벨포트-호나우두 ´자카레´ 소우자와도 일합을 겨룰 만하다. 실제로 마치다는 헨더슨이든 누구든 상대를 가리지 않고 대전을 펼칠 의사를 피력했다.
일단 마치다는 게가드 무사시(28·네덜란드)와 내년 2월 브라질 산타카타리나서 있을 'UFC FIGHT NIGHT 35'에서 격돌한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 윤동식-데니스 강을 물리친 선수로 잘 알려져 있는 무사시는 강력한 타격과 함께 서브미션 한 방을 갖춘 다크호스로 꼽힌다. 상황에 따라서 이 경기의 승자가 타이틀전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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