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은, 함정 침몰 은폐안하고 참배 왜?
대북전문가들 "민심잡기용 치적 쌓기 우상화 작업 가속화"
북한 해군 함정이 지난달 13일 훈련 중 침몰해 사망한 수십명의 해군 묘지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직접 참배까지 한 사실을 북한 언론이 대서특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실 함정 침몰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도 비일비재했던 사건으로 김정은이 참배하고 묘비마다 자신의 이름까지 써넣으라고 한 것은 일종의 ‘우상화 작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3일 “김정은 제1비서가 전투임무를 수행하다가 장렬하게 희생된 인민군 해군 제790군부대 용사들의 묘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13일) 이 부대 대잠수함 작전 수행 군함인 구잠함 233호의 지휘관과 해군들이 전투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희생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사고와 관련해 김정은은 직접 시신을 모두 찾아 안장해주며 묘비마다 병사들의 돌 사진과 함께 자신의 이름까지 써 넣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그 의도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에 대해 대북전문가들 상당수는 이번 김정은의 행보를 두고 일종의 ‘민심잡기용 치적 쌓기’라고 입을 모았다.
한 대북소식통은 “과거 김정일 정권에서도 잠수정 훈련 사고는 빈번이 발생했지만 대부분 은폐됐다”며 “이와 달리 김정은이 이번 사고를 대대적으로 공개, 병사들의 묘비를 살피고 묘비에 자신의 이름까지 새기라는 것은 ‘우상화 작업’의 일환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이어 “특히 김정은은 군에서 당으로 권력을 이양시키면서 자칫 취약해진 군에 대한 관심과 조국애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주민들에게도 본인이 ‘병사 죽음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쓴다’는 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이 같은 행보를 감행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물론 아직까지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불만이 가시화 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런 분위기가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며 “김정은은 이를 차단하고, 자신의 세를 더 불리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우상화 작업’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광일 북한 민주화운동본부 인권조사실장도 4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북한에서 해상 훈련 중 이 같은 사고는 빈번이 발생해 왔다”며 “대남 위협용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또 “다만, 북한이 이례적으로 이 사실을 공개한 것은 김정은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행보로 판단된다”며 “특히 병사들의 묘비에까지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으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존재를 우상화하려는 판로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3일 노동신문이 공개한 희생 해군들의 합장묘에 부착한 사진으로 미뤄 최소 20여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방문에는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렴철성 군 소장, 김명식 해군사령관, 박태수, 조남진, 황병서 노동당 조직부 부부장, 김동화, 홍영칠·마원춘 당 부부장이 동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숨진 병사들이 소속된 북한 해군 790부대는 2007년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이 시찰한 적이 있으며, 김정은도 지난해 2월 시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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