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공개 열람 박영선은 "국정원에 들었다"
여야 치킨게임이라지만 친노에겐 치명타될수도
2007년 남북정상회담 중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취지’ 발언 진위 여부를 두고 끊임없이 충돌해온 여야가 21일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라는 초강수를 꺼내들며 정치권이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새누리당은 21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논란이 전날 여당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들의 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 열람으로 재가열되는 것과 관련, “중요한 건 진실”이라며 야당에 정상회담 대화록 원본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민주당도 “(회담) 내용상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맞불을 놓으며, 대화록 열람 자체가 불법이지만, 국정원 국정조사가 성사된다면 발언록을 공개할 수도 있다는 ‘선(先) 국정원 국정조사 후(後) 대화록 공개’ 방침을 내세웠다.
이로 인해 대화록 공개 이후 팽팽했던 여야의 힘겨루기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 상당수는 대화록은 공개하되, 공개 이후에도 양측의 ‘치킨게임’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21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NLL문제는 그동안 우리 사회 내 이념갈등마다 등장하는 난제”라며 “물론 대화록이 공개돼야 알겠지만, 공개돼도 새누리당-민주당 모두 ‘윈-윈’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 교수는 “사실 NLL 자체가 ‘자로 잰 듯’ 어느 한쪽에 손을 들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원문이 공개돼도 각자 자기 입맛에 맞게 해석하면서 정치공방을 이어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면서 “결국 대화록 공개 이후 양측이 이것을 어떻게 주도해나가는지, 그 정치력에 따라 명암이 갈릴 수 있다”며 “공개될 내용만큼이나 여론에 자신들의 해석을 얼마나 관철시킬 수 있을지가 가장 큰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다만, 내용 여부를 떠나 단기적으로는 민주당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며 “특히 과거 노 전 대통령의 말투나 사용했던 어휘 등을 고려했을 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다. 대화록 내용이 얼마나 공개될지는 모르겠지만, ‘친노 세력’이 치명타를 입을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6월 임시국회 내내 국가정보원(국정원) 대선개입 사태 논란과 관련해 야당이 총공세를 퍼부었다”며 “이 때문에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지금 국정조사를 하지 않을 수도 없고, 하게 될 경우, 권영세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현 주중대사) 등 권력의 치부를 드러낼 수 있어 수세에 몰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연히 새누리당은 이 같은 국면을 전환시키기 위한 전략이 필요했는데 마침 국정원이 NLL을 치고 나왔다”면서도 “그런데 사실 이 계기를 먼저 마련한 것은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다. 민주당으로서도 일방적으로 새누리당이 NLL로 물타기를 했다고 비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지난 17일 “국정원에서 들은 제보”라며 노 전 대통령의 서해 NLL 포기 발언 논란과 관련,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짠 시나리오”라고 폭로한 바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NLL논란의 시동을 건 것은 박 의원”이라며 “새누리당이 반격차원에서라도 해당 의혹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 민주주의를 탄압한다고 하는데 NLL문제는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우리의 근간, 국가정체성을 흔드는 일”이라며 “국정원 관련 국정조사도 물론 해야 하지만, 그에 앞서 NLL 대화록을 꼭 공개해 국민의 안보위협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노에게 치명타? 야당 결속 도모하는 계기?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이번 사태가 새누리당의 ‘악수’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정원 국정조사 논란이 NLL 문제로 인해 덮어지지는 않는다”며 “NLL논란 건은 이미 지나간 소재다. 야당의 입장으로서는 밝혀진들 꺼려할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야당의 결속을 도모하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다”며 “박근혜정부 출범 후부터 야당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투쟁성도 없고, 뭔가 힘이 빠져 있다는 비난을 받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이런 공방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외면해 있는 지지세를 다시 돌려세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여야 의원들은 대화록 공개에는 찬성하지만, 그 당위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시각차를 좁히지 않는 모습이다.
비박계(비박근혜계)에 속한 새누리당 A의원은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으로 6월 국회가 민생법안은 뒤로 한 채 정치공방만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최선의 방안은 양측 주장을 하나씩 허용하면서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민주당이 원하는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새누리당의 요구대로 확실하게 NLL 진실도 규명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의원은 그러면서 “이렇게 사실관계가 파악되고 난 뒤, 거짓을 주장한 쪽에 책임을 물으면 된다. 그것이 순리”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 핵심 인사인 B의원은 “새누리당의 왜곡이 도를 넘어섰다. 이젠 정말 공개할 때가 됐다”고 하면서도 “정상회담이라는 것이 국가 정상끼리 긴밀하게 이뤄지는 것인데 오해 여지가 추정된다고 매번 이렇게 대화록을 공개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렇게 되면 앞으로 박근혜정부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외국 정상들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새누리당은 회담 내용 전문을 공개한 이후 드러날 진실 왜곡 작태와 국익에 반하는 주장을 한 것과 관련, 마땅히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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