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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자유주의? 안철수의 좌우 줄타기 신공


입력 2013.06.20 14:44 수정 2013.06.21 14:06        조소영 기자

전문자들 "새정치 기대했으나 새로움 어필 못해"

"민주당과 차별화 없고 우파적 지지자 실망할듯"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기념 심포지움 '한국사회 구조개혁을 위한 새로운 모색'에서 최장집 이사장이 발제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9일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이하 내일)의 심포지엄을 갖고 ‘진보적 자유주의’를 천명했다. ‘내일’이 신당 직전의 조직으로 언급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이날 안철수 신당 창당의 확실성 및 신당의 정치적 좌표까지 알린 셈이다.

그동안 안 의원은 신당 창당은 할지, 그 안에 속할 ‘새 정치’는 무엇일지 세간의 궁금증을 자아내왔다. 이런 점에서 이번 심포지엄은 안 의원이 대중에게 내놓는 나름의 ‘명쾌한 답’이었다. 아울러 그에게는 ‘애매모호’라는 이미지를 벗을 절호의 찬스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느낌표’보다는 ‘물음표’가 남는다는 평이 다수다. 그 이유는 ①진보적 자유주의가 무엇인가 ②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진보야당들과 무엇이 다른가로 수렴된다. 결국 “안철수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다시 나온다. ‘제자리걸음’인 것이다.

안철수의 '진보적 자유주의'란 무엇인가

송호창 무소속 의원은 20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진보적 자유주의’가 좌파인가, 우파인가”라는 질문에 “좌와 우가 갖고 있는 장점을 모두 수용할 그릇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중간’이라는 말이다. 곧바로 사회자의 “애매한 개념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실제 ‘진보적 자유주의’라는 개념은 중도 좌파~중도 우파까지 매우 넓게 정치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태생 자체가 모호한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보자면, 중간에서 좌우를 조정할 수 있으니 이보다 합리적인 개념이 또 있기 어렵다. 결론적으로는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를 표방한 안 의원에게 매우 잘 어울리는 좌표인 셈이다.

다만 이렇게 개념 자체의 ‘모호성’이라는 허들을 넘더라도 ‘차별성’이라는 문제가 존재한다. 즉, 안 의원만의 개성적인 ‘진보적 자유주의’는 무엇이냐는 물음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 사례로는 정치권의 반응을 들 수 있다. 안 의원 측이 ‘진보적 자유주의’를 표방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 지난 14일 이후부터 정치권, 특히 야권에서는 “새롭지 않은 개념”이라는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가장 먼저 회자된 인사는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었다. 손 고문은 지난 2000년 ‘진보적 자유주의의 길’이라며 해당 개념을 명시한 책을 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참여정부 말기 출간한 ‘대한민국 개조론’에서 기존 보수·진보와 선을 긋고 ‘진보적 자유주의’를 언급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도 굳이 범주화한다면 진보적 자유주의 입장”이라고 했고,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낯익은 기치”라고 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새롭지 않다”고 말했다.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기념 심포지움에 참석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머리를 만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기념 심포지움 '한국사회 구조개혁을 위한 새로운 모색'이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야권의 견제? 그러기에는 '개념'이...

안 의원 측이 ‘야권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발언들은 ‘야권의 견제’로 일축되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에 따라 심포지엄 당일, 이 같은 혹평을 떨쳐낼 명료하면서도 신선한 개념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혹시나’는 ‘역시나’인 모양새가 됐다. 정치개념으로 내세운 ‘진보적 자유주의’는 보편적 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하며 중산·중하층의 요구 및 이익을 대변한다거나 양당체제를 비판하는 내용 등이 주를 이뤘다. 경제나 복지 분야 또한 경제민주화·보편적 복지국가 건설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동안 민주당 및 정의당 등이 외쳐온 구호와 같다.

물론 여기서 진보진영 내 금기어로 인식되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이나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조세 부담 등을 깨야 한다는 일침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 또한 최근 민주당이 겪고 있는 ‘정체성 진통’이나 정의당의 ‘반성하는 운동권’과 동일선상에서 생각할 수 있다. 특별한 차이점을 내세우지 못한 것이다.

아울러 안 의원의 중점 개념인 ‘중도’를 놓고는 안 의원과 ‘내일’의 이사장인 최장집 고려대 교수 간 다소 시각이 갈리는 모습이 엿보이기도 했다.

최 교수는 이날 “한국 정당들이 대체로 무(無)이념적 특성을 갖는데 여기서 중도란, 정치적 결사체가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정당이 되겠다고 말하는 것 이상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도의 모호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하지만 안 의원은 지난달 광주를 방문해 “한국 정치에서 ‘중도’는 용납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인정받을 수 있는 개념임에도 기존 불인정의 분위기에서 허용되지 못했던 개념이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 "새로운 진보는 무엇?…국민 가슴에 와 닿겠나"

안 의원의 ‘내일’ 심포지엄에 전문가들은 주로 ‘실망’이라는 평을 내놨다. 특히 전문가들은 안 의원의 ‘새 정치’를 기대했던 국민이 ‘진보적 자유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겠느냐는 의문을 가졌다.

최진 경기대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아직 안 의원에 대해 판단하기는 유보적”이라면서도 “국민은 진보적 자유주의건, 자유주의적 진보건 큰 관심을 갖지 못하고, 깊이 이해하지 못한다. 국민들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를 실질적으로 해줄 것인지가 관건이라 국민은 이에 대해 계속 관망하고, 평가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 의원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것 때문인지 상당히 현실정치 속에 깊이 뛰어들고 있는데 앞으로 현실과 비현실에 대한 정치적 괴리를 얼마나 메울 것인지가 안 의원 성공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김미현 서울마케팅리서치소장도 “‘새 정치’라는 말은 내용은 없다고 하더라도 여론에는 기대를 하게끔 어필이 됐는데 ‘진보적 자유주의’는 상당히 이해하기 힘들고,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것 같다”면서 “‘새 정치’와 ‘진보적 자유주의’라는 등식이 성립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이어 “(더군다나) ‘진보적 자유주의’는 새로운 게 아니고, 이미 참여정부의 정신이었잖느냐”면서 “이 때문에 우파적 성향을 갖고도 안 의원을 지지하는 이들 중에선 이를 받아들이기가 힘들고,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할지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최장집 이사장이 시민사회의 자율성에 대해 얘기했는데 이것 갖고는 민주당과 별 차이가 없다. 민주당의 자유주의도 그런 것 아니냐”라면서 “이래 갖고는 새로운 정치를 만들 수 없고, 결국 (기존의) 진영싸움에 갇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 평론가는 “진보를 ‘좌우’가 아닌 ‘상하’로 보고 국민의 구체적 삶 속으로 적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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