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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이근호…월드컵 악몽 떨칠까


입력 2013.06.17 08:49 수정 2013.06.18 11:18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허정무 황태자'로서도 월드컵 승선 실패

상승세 꺾이며 불안감 노출..또 멀어지는 월드컵

이근호 ⓒ 연합뉴스

이근호(28·상주 상무)에게 2010 남아공월드컵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월드컵은 희망과 악몽을 동시에 선사했다. 허정무 사단으로 주축으로 활약했던 2009년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이근호는 깜짝 스타로 등장했다.

이전까지 대표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던 이근호는 UAE와의 2차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해결사로 등장했고, 이후 최종예선 고비마다 결정적인 득점포를 가동하며 한국의 월드컵 본선진출에 최대 수훈갑으로 올라섰다. 이근호에게는 '허정무 황태자'라는 애칭이 붙었다.

하지만 이후 이근호는 거짓말 같은 슬럼프에 빠졌다. 유럽진출 실패와 J리그 진출 방황의 시기를 거치며 소속팀에서 컨디션이 떨어진 게 발단이었다. 이근호는 1년 가까이 대표팀에서 골 맛을 보지 못했고 결국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하는 비운을 맛봤다. 이근호의 탈락은 월드컵 대표팀 엔트리에서 가장 충격을 준 장면이기도 했다.

절치부심한 이근호는 2014 브라질월드컵 출전을 별러왔다. 남아공월드컵 이후 슬럼프에서 벗어난 이근호는 지난해 울산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이끌며 AFC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다.

대표팀에서도 다시 중용됐다. 최강희호 출범과 함께 다시 대표팀 중심으로 올라선 이근호는 쿠웨이트와 3차 예선 최종전에서 팀의 쐐기골을 터뜨린 데 이어 최종예선에서도 '중동킬러'로 불리며 부동의 주전으로 자리를 굳혔다.

그러나 월드컵 예선 막바지에 이르면서 이근호에게는 다시 한 번 슬럼프의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월드컵 최종예선의 최대 분수령이던 카타르-우즈벡전에서 이근호는 선발출장의 기회를 잡았지만 2경기 연속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특유의 예리한 문전침투가 좀처럼 나오지 못하고 시원한 크로스도 거의 없었다.

지난 11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전반 18분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완벽한 득점찬스를 놓쳐서 팬들의 비난을 들었다. 비록 팀은 상대 자책골로 중요한 경기에서 1-0 신승을 거뒀지만 이근호는 그날의 아쉬움이 자꾸만 머리에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상무에 입대한 이근호는 올 시즌 1부 리그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는 K리그 클래식에서 활약하며 지난해만큼의 폼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근호와 함께 대표팀의 측면을 담당하는 이청용의 뛰어난 활약에 비해 이근호의 부진은 상대적으로 더 도드라져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근호가 주춤하는 사이에 손흥민-지동원 등 포지션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후배들의 눈부신 약진은 이근호의 주전 자리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경고음이기도 하다.

일부 팬들은 벌써부터 이근호가 월드컵 본선을 전후해 4년마다 돌아오는 슬럼프의 주기가 찾아온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고생만 하다가 정작 본선에서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봐야만 했던 들러리 신세는 누구보다 이근호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결과다.

이근호는 18일 이란전에서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최강희호의 최종전이기도 하다. 다시 한 번 이근호가 중동킬러로서의 진면모를 보이고 대표팀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입증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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