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손승락 vs '소년가장' 송창식
세이브 행진..부동의 마무리 임무 수행
감독과 팀 사정에 따라 활용법 사뭇 달라
올 시즌 초반 프로야구 마무리 투수 경쟁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두 선수는 바로 손승락(31·넥센)과 송창식(28·한화)이다.
모두 부동의 마무리로서 호투하고 있다. 하지만 둘의 처지는 사뭇 다르다. 손승락은 11경기 등판해 10세이브를 챙기며 구원부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역대 최소경기 두 자릿수 세이브 신기록. 10세이브를 올리는 동안 10과 1/3이닝만 소화했다. 경기당 1이닝도 채 던지지 않은 셈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철저히 이기는 경기와 세이브 요건이 충족되는 상황에서만 손승락을 마운드에 올리고 있다. 넥센이 박빙의 승부가 많았던 탓에 세이브 요건이 맞아떨어진 경우도 많았지만, 염경엽 감독의 손승락 활용법과도 연관이 있다.
1이닝 이상은 던지지 않도록 하고 연투도 최소화한다. 심지어 지난달 30일 삼성전에서는 3-1로 앞선 9회말 2사 후 등판해 한 타자만 잡고 세이브를 챙겼다. 투구수는 단 3개. 전형적인 ´귀공자 마무리´라고 할만하다.
손승락과 정반대에 위치한 투수가 송창식이다. 이닝 마무리나 세이브 요건 충족 등은 꼴찌팀 뒷문을 책임져야하는 송창식에게는 꿈나라 이야기에 가깝다. 연투는 예사고 심지어 7~8회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세이브 요건과 전혀 무관한 상황에서도 호출을 받기도 한다. 보직만 마무리지 사실상 전천후 마당쇠에 더 가깝다.
송창식은 한화 마운드의 '소년가장'이다. 과거 류현진의 별명이기도 하다. 리그 최약체로 평가받는 한화 불펜에는 믿을만한 투수가 부족하다. 당장 1승이 아쉬운데 뒷문을 믿고 맡길 투수가 송창식 밖에 없다보니 무리한 등판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송창식의 ‘묻지마 투입’은 지난 16~18일 NC와의 3연전에서부터 시작됐다. 송창식은 3경기에 모두 등판해 세이브를 챙기는 진기록을 세웠다. 3연속 등판도 이례적이지만 투구내용도 상상을 초월한다.
1차전 3과 1/3이닝, 2차전 0.1이닝, 3차전 1과 2/3이닝을 소화했다. 3경기에서 총 5와 1/3이닝을 소화, 투구수는 58개에 이르렀다. 개막 13연패를 끊고 승리를 챙기려는 절박함에서 송창식을 무리하게 마운드에 올릴 수밖에 없었던 한화의 팀 사정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일시적이 아니라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송창식은 지난달 28일 SK전에서 8회 등판해 2이닝을 소화했고, 다시 지난달 30일 대전 롯데전에서 8-3으로 앞선 8회 2사 1,2루에 등판해 매조지 했다. 두 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막으며 승리를 지켜내기는 했지만, 정작 송창식은 홀드나 세이브 무엇도 기록하지 못했다. 급기야 마무리투수의 상식을 깬 조기등판이 이어지며 혹사 논란이 일고 있다.
송창식은 올 시즌 팀이 치른 22경기 중 절반이 넘는 13경기에 등판해 20.1이닝을 소화하면서 4세이브(1패)를 기록 중이다. 투구수는 벌써 310개에 이른다. 모든 면에서 손승락의 배에 가까이 이르는 기록이다. 웬만한 4-5선발급 투수와 맞먹는다. 하지만 그만큼 로테이션을 지키는 것도, 관리를 받는 것도 아니다. 팀이 처한 상황과 감독의 운영방식 차이로만 정리하기에는 선수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나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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