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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 괴체 뮌헨행 “차라리 원정경기가…”


입력 2013.04.25 00:00 수정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괴체 이적에 도르트문트 팬들 흥분 상태

레알과 챔스리그 4강 홈경기 오히려 부담

도르트문트 팬들의 환상적인 카드 섹션.

챔피언스리그 9회 우승에 빛나는 최정상 클럽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 홈경기(25일·BVB 스타디온)를 앞둔 도르트문트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원정경기를 치르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기류가 흐른다.

이유는 마리오 괴체(21)의 갑작스런 바이에른 뮌헨 이적 소식에 홈 팬들이 격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금지옥엽’ 다뤄왔던 유스 출신의 에이스가 라이벌 뮌헨으로 이적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도르트문트 팬들은 “괴체는 유다 같은 배신자”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오는 등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르트문트 유니폼에서 괴체 이름을 지우고 그 자리에 '유다'라는 이름을 적거나 유니폼을 태우는 ‘화형식’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도르트문트는 팀 훈련을 비공개로 진행하고, 경찰에 괴체 보호 병력 지원을 요청했을 정도다.

반 페르시를 떠올리면 쉽게 헤아릴 수 있다. 지난 시즌 EPL에서는 반 페르시가 정든 아스날을 떠나 앙숙 맨유로 건너가 이에 격분한 팬들이 유니폼 화형식과 경기 도중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아스날 벵거 감독이 언론을 통해 “반 페르시의 공헌도를 잊지 말아달라”며 팬들을 달랠 정도였다. 반 페르시는 2004년 입단 후 8시즌 동안 아스날 유니폼만 입고 뛰면서 득점왕까지 차지한 아이콘이었다.

도르트문트는 갑작스레 괴체의 이적을 발표한 바이에른 뮌헨 태도에 몹시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바이에른 뮌헨 측은 “3700만 유로(한화 539억 원)에 달하는 이적료을 지불하고 천재 미드필더 괴체를 손에 넣었다”고 밝혔다. 이런 발표는 최소한 레알전이 끝난 뒤 발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뮌헨은 “이미 언론을 통해 괴체 이적설이 흘러나와 발표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도르트문트 한스-요아킴 바츠케 단장도 "괴체가 이적한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괴체는 오는 7월 뮌헨으로 합류한다. 결국, 10년 이상 도르트문트에 몸담아온 선수가 라이벌 클럽 바이에른 뮌헨에 둥지를 트는 셈이다.

괴체는 도르트문트 유소년 시스템의 가장 큰 결실로 꼽힌다. 지난 시즌 도르트문트의 리그 우승을 이끈 핵심 멤버이기도 하다. 스피드와 기술, 빠른 판단력을 바탕으로 하는 플레이메이커로 이미 정상급 클럽들이 탐을 냈던 독일 축구의 미래다.

물론 원정팀 레알 마드리드도 고민이 깊다. 에시앙, 마르셀루가 정상 컨디션이 아닌 데다 아르벨로아가 경고누적으로 결장할 것으로 보여 레알은 이날 정상적인 측면 수비를 구축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레알은 도르트문트와의 조별리그 두 번의 맞대결에서도 마르셀루와 코엔트랑의 부상 공백 속에 측면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내며 1무1패로 뒤졌다. 게다가 지긋지긋한 독일 원정 징크스(1승6무16패)도 있다.

그럼에도 급하고 더 어려운 쪽은 홈팀 도르트문트다. 차라리 원정이 나을 수도 있는 부담스러운 홈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팀 전력의 핵심인 괴체를 레알전에 투입하지 않을 수도 없다.

도르트문트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4강에 오른 것은 지난 1997-98시즌 이후 15년만이다. 올 시즌 죽음의 조로 꼽혔던 조별예선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무패행진을, 토너먼트에서는 말라가와의 8강전에서 '추가시간의 기적'을 연출하는 드라마를 연출하며 준결승까지 올라왔다. 험로를 거치고 살아남아 대어 낚을 기회를 잡은 도르트문트가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어떻게 추스르고 불만과 야유가 쏟아질 홈경기에서 팬들을 어떻게 달랠 것인지 주목된다.

한편, 괴체가 이적할 바이에른 뮌헨은 24일 열린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메시가 버틴 바르셀로나를 4-0 대파, 결승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도르트문트가 레알을 꺾고 결승에 오른다면, ‘엘 클라시코’의 격렬함과는 또 다른 오묘한 분위 속에서 이른바 ‘괴체 더비’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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